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외부변수를 넘어라.
한국야구에 운명의 하루가 밝았다. 류중일호는 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대만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 최종전을 갖는다. 한국은 앞선 경기서 호주가 네덜란드를 잡아주지 않는 이상 대만을 무조건 5점차 이상(상대 자책점으로만) 눌러야 한다. 한국과 대만이 지난 2경기서 보여준 경기력을 볼 때 한국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낙관할 수는 없다. 특히 이날 승부는 외부변수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
▲ 대만 관중 사자후, 압박감을 견뎌라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 기자석은 관중석과 분리돼 있으나 경계가 명확하진 않다. 대만-호주전 취재 당시 일부 대만 관중이 기자석에 앉아서 관람하다 WBCI에 제지를 당했다. 이때 일부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응원 열정이 대단했다. 2만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을 가득 채운 대만 관중들의 사자후가 엄청났다.
이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국 응원단도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지만 대만의 대규모 응원을 뛰어넘긴 어려워 보인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류중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잠실구장에서 뛰어본 경험도 있고 큰 경기 경험도 많다”며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찝찝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만은 분명 전력보다 더욱 강한 힘을 낼 준비가 돼 있다.
▲ 스트라이크 존, 긴가민가한 보크도 조심하라
지난 2경기서 구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애매하다는 현지 반응이 나왔다. 호주전 선발로 나섰던 송승준은 “구심이 바깥쪽 스트라이크를 잘 안 잡아주더라”고 했다. 그는 “신경을 쓰지 않고 내 투구에 집중했다”고 했다. 이렇듯 대다수 투수가 개의치 않고 잘 던졌다. 그러나 이날 상대는 홈팀 대만이다. 구심이 스트라이크-볼, 나아가 세이프-아웃 등에서도 홈 어드벤티지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보크도 조심해야 한다. 류 감독은 “네덜란드 선발 마크웰이 1루 견제를 할 때 무릎이 약간 홈쪽으로 가는 것 같더라”며 보크를 의심했으나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반면 송승준은 호주전서 1회 보크를 지적 받았다. 세트 포지션에서 글러브를 배에 대고 잠시 멈추는 상황에서 투구 동작에 들어가지 않고 몸을 움찔거렸다는 이유. 느린 그림으로 살펴보니 무릎이 약간 흔들리는 듯 했으나 해설을 맡은 박찬호는 “저건 보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 정도는 용인해주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날 선발 장원준을 비롯해 한국 투수들도 보크를 조심해야 한다. 확실히 외국 심판들은 구심에 따라 보크를 잡아내는 기준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선 관대하다”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날 구심이 한국투수들의 보크를 엄격하게 판정할 경우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대만 타자들만 더욱 신나기 마련이다.
▲ 5~6점 승리? 9이닝이 아닌 8이닝이다
규정이 한국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가 호주를 잡는다는 가정 하에 한국이 상대 비자책으로 득점하지 않을 경우 5점 차 이상 승리하면 된다. 비자책점으로 인한 득점이 끼일 경우 6점차 이상 승리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 말 공격을 한다는 것.
예를 들어 8회까지 5-0으로 앞선 뒤 9회초에 무사히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경우 한국의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된다. 그러나 9회초에 5점을 내줘 동점이 될 경우 한국은 탈락이 확정된다. 9회말 혹은 연장전서 끝내기 승리를 해도 한꺼번에 뽑을 수 있는 점수는 최대 4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이날 8회말까지 넉넉하게 5~6점 이상 앞서는 경기를 해야 한다. 끝내기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는 3대 외부변수다. 이를 넘어서야 도쿄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못 넘어선다면 도쿄행 대신 씁쓸한 인천행 비행기를 탈지도 모른다.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위), 한국 선수들(아래).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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