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열기가 식어도 너무 식었다.
프로농구 관중하락이 심상찮다. 동부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진 건 4일이었다. 6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 KT전은 올 시즌 최소관중인 1416명에 그쳤다. 7일 울산에서 열린 SK-모비스전서는 4829명이 찾았으나 전주에서 열린 KGC-KCC전서는 2617명, 8일 창원에서 열린 LG-모비스전서는 2626명. 고양에서 열린 오리온스와 KT전서는 1838명만이 경기장을 찾았다.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19일까지 열린다. 5팀이 봄 농구 참가를 확정했고, 정규시즌 6위를 놓고 KCC를 제외한 4팀이 맞붙는 형국이다. 정상적이라면 순위 싸움과 관중 함성으로 농구장이 불타올라야 한다. 그러나 올 시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져주기 논란에 최근 승부조작 의혹으로 농구 팬들의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말이 들린다. 텅텅 빈 관중석은 코트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8일 안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 열기도 예전만 못했다.
KBL은 8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했다. 한선교 총재와 동부를 제외한 9개 구단 단장들이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승부조작과 져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선교 총재는 강 감독을 믿지만, 최종 판결이 유죄로 내려질 경우 영구제명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총재의 영구제명 발언 직후 의정부 지방검찰청으로부터 강 감독의 사전구속영장신청 소식이 들려왔다.
의정부 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11일 오후. 의정부 지검이 7일 조사에서 강 감독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으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KBL도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8일 이사회에서 한 총재가 확실한 발언을 한 건 뒤늦게나마 프로농구 질서확립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근본적으로 프로농구가 승부조작의 검은 마수에 휘말리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사회에서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시국에선 KBL이 흔들리면 안 된다. 고양에서의 강 감독 긴급 기자회견에 KBL 직원들을 총출동 시킨 점, 8일 재빨리 이사회를 개최한 점 등은 그나마 KBL이 사태 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증거다.
한편, KBL은 잔여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정상적으로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포스트시즌 취소 루머가 돌았으나 KBL은 파행을 막고자 정상 진행을 선택했다. 최선을 다해서 시즌을 치러온 팀들을 위해서라도 포스트시즌을 하지 않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관중 하락이 눈에 띄고 있으나 경기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잔여 시즌과 포스트시즌서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게 정답이다. 프로농구는 결국 농구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동부도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7일 의정부 지검에서 만난 동부 관계자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코트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유죄 추궁을 받고 있는 자가 팬들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 동부는 9일 모비스와의 원정경기서 김영만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내세운다. 동부는 김 대행 체재로 일단 정규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프로농구가 출범 17년만에 최대위기를 맞이했다. 사상 최초 현직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로 인한 사전구속영장청구. 그에 따른 등 돌린 팬심.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시작한 KBL.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농구계의 후속조치가 눈물겹다.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제 살 도려내기다. KBL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중심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텅텅 빈 자리가 많은 창원체육관. 사진 = 창원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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