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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기는 방법은 알고 있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
안양 KGC인삼공사를 두고 하는 얘기다. 고양 오리온스와 6강 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르느라 진이 다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시즌 내내 부상자 속출로 선수 개개인의 체력 소진이 컸다. 이상범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오세근을 엔트리에 계속 집어넣었다. 프로농구 규정상 경기에 등록해야할 엔트리는 12명. 하지만 부상자를 엔트리에서 빼면 12명을 채울 수 없는 게 KGC의 현실.
서울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그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반전서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후반 들어 발 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도 사실은 쉬어야 할 몸 상태. 이 감독은 경기 막판 작전타임을 불러놓고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 전후에도 체력적 한계를 토로한 상황. 문제는 SK가 KGC의 이런 치명적 약점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 약점을 공략하지 않는 순간 자신들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KGC는 SK를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
KGC는 SK를 이길 방법을 안다. 정규시즌 3승 3패 동률. 포인트가드 김태술의 역할이 크다. 김태술은 기본적으로 김선형에게 자신감이 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선 김선형이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패싱센스와 세부적인 테크닉에서 김태술이 앞선다.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도 김태술은 18점 9어시스트로 10점 3어시스트의 김선형을 압도했다.
KGC는 SK의 3-2 지역방어를 효과적으로 깰 줄 안다. KBL 최고수준의 패싱센스를 자랑하는 김태술이 김선형과의 맞대결에서 자신감이 있고 볼을 코너로 빼줄 줄 알기 때문. KGC는 이정현, 양희종의 외곽포로 SK 지역방어를 무너뜨렸다. 1일 1차전서도 KGC는 SK 3-2 지역방어를 깼다. 3점슛은 5개 성공에 불과했으나 시도 자체가 24개였다. 패턴에 이은 오픈찬스를 자주 만들었다. 또 KGC는 1차전서 29점을 넣으며 활약한 SK 만능 외국인선수 에런 헤인즈를 결국 제어하지 못했다. 하지만, KGC도 후안 파틸로라는 득점기계가 있다. 매치업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 이길 방법을 알고도 몸이 안 따라주면 무용지물
문제는 KGC의 체력 난조와 가용인력 부족현상이다. SK가 김태술에게 밀리는 김선형의 역할을 보완해줄 주희정이란 카드가 있다. 이때 KGC는 정규시즌서 보여준 강력한 하프코트 프레스로 맞불을 놓으면 되지만 김태술, 이정현의 부상과 체력난조로 그 위력을 보여주기 힘들다. 또 SK는 기본적으로 신장이 좋은 포워드가 많다. 김일두가 부상으로 빠졌고, 최현민으론 버겁다. 키브웨 트림이 들어가면 골밑 공격이 약해진다. KGC가 포스트 싸움에서 열세다.
제공권에서 밀리니 외곽에서 단순한 공격만으로 일관하는 현상. 후반 들어 KGC에 급격하게 나타났다. 김태술이 18점을 올린 건 이런 현실도 숨어 있었다. 3점 찬스를 만들어도 체력 난조로 적중률이 떨어졌다. 또 전반 접전이었으나 후반 밀리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으로 조급한 인상이 역력했다. 성급한 슛 셀렉션. 몸도 마음도 따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턴오버. 개개인의 역량이 경기력에 표출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SK는 그럴수록 번개 같은 스피드를 활용한 속공으로 성큼성큼 달아났다. 변기훈, 주희정 등 풍부한 백업 요원으로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KGC를 물량 공세로 압박할 수 있다. 이건 KGC가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다. KGC는 SK를 이길 방법을 알지만 내부사정상 100%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 SK가 느슨해져야 KGC에 기회가 온다
이대로 두 팀의 4강 플레이오프가 싱겁게 끝날 것인가. KGC의 체력이 경기가 거듭될수록 떨어질 걸 예상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아닐 수도 있다. SK는 경기 초반 경기감각을 찾지 못해 쉬운 슛을 놓치는 등 빈틈을 보였다. 그러자 KGC가 매섭게 달려들어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또 3쿼터 중반 SK가 공수에서 느슨한 플레이로 일관하자 재빨리 반격해 5점 내외로 좁히기도 했다. KGC가 전반적인 경기력에서 열세였고 내부사정이 최악이었음에도 점수 차는 10점 내외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SK가 2차전 이후에도 순간적으로 방심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느슨해질 경우 KGC가 파고들 최소한의 여지는 있다는 의미다. 농구에서 10점 차는 그리 큰 점수 차가 아니다. 2번 정도 수비 성공과 역습이 이어질 경우 흐름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KGC로선 이런 상황을 노려야 한다. 때문에 이 감독이 강조한대로 일단 강력한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아닌 잇몸으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SK가 향후 1차전보다 더 빈틈없는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KGC는 결국 두손 두발을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차전서 드러난 두 팀의 현실이 그랬다.
[드리블을 하는 양희종(위)과 블록을 하는 파틸로(아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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