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농구 축제엔 아무 일 안 일어나길 바랐는데.”
지인이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의 14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이 끝난 뒤 전화를 걸어왔다. “라틀리프 터치아웃 맞지?” 경기를 TV 생중계로 봤다는 그는 “SK, 모비스 모두 피해자”라고 했다. 최고의 경기가 돼야 할 봄의 축제. 그것도 남자농구 왕좌를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서 결정적인 오심이 나왔다.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 비디오판독인데 왜 오심일까
59-58. 1점 뒤진 SK가 경기 종료 7.3초 전 공격권을 잡았다. 아웃 오브 바운드 이후 김선형이 탑에서 볼을 잡았다. 돌파를 시도했다. 오른쪽 코너 부근에 있던 김민수에게 공을 내주려고 했다. 김선형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그러나 혼전 도중 공은 문경은 감독이 서 있던 SK 벤치로 흘렀다. 터치아웃. 남은 시간 1.7초. 심판은 즉각 모비스의 공격을 선언했다. SK의 터치아웃이라는 판정.
SK 벤치가 펄쩍 뛰었다. 그러자 3심이 모였다. 비디오판독에 들어갔다. 잠시 후 내린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대로 모비스의 공격 선언. SK는 1.1초를 남기고 양동근에게 파울을 했다. 양동근이 자유투 1개를 성공했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가 됐다. SK는 홈에서 뼈아픈 2연패를 맛봤다. 모비스는 환호했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았다.
알고보니 심판의 오심이었다. 생중계를 맡은 MBC가 제작한 느린 그림에 따르면 김선형의 손에서 떠난 공이 라틀리프의 왼손에 맞고 아웃되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 농구관계자들 모두 고개를 끄떡인 장면. 심판들이 비디오판독을 해놓고도 오심을 한 게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SK는 KBL에 심판설명회를 요구했다. SK로선 억울했다. SK가 1.7초를 남겨놓고 정상적으로 공격권을 유지했을 경우 충분히 역전 득점을 노려볼 수 있었던 시간. SK 관계자는 “어차피 승패는 번복되지 않는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서 오심이 나왔다는 게 아쉽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시키기 위한, 일종의 항의성 액션이다.
▲ 보상판정, 한국농구 사라지지 않는 병폐
보상판정. 심판이 오심을 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찝찝한 판정을 내린 뒤 이후 피해를 본 팀에 유리하게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한국농구엔 그동안 아주 은밀하게 보상판정이 있어왔다. 흔히 KBL, WKBL 심판들의 가장 큰 문제가 일관성 없는 판정이라고 말한다. 그에 못지 않게 보상판정도 큰 문제다. 이럴 경우 경기가 난장판이 된다. 휘슬 자체의 권위가 떨어진다. 판정에 대한 기준이 사라진다. 심판의 주관이 섞인 판단에 경기 결과가 180도 바뀐다.
챔피언결정 2차전을 다시 살펴보자. 문제는 김선형의 패스 장면에만 있지 않았다. 이날 전체적으로 유독 모비스에 깐깐한 판정이 많았다. 3쿼터 중반. 김선형이 양동근의 볼을 빼앗는 과정에서 팔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파울은 선언되지 않았다. 양동근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양동근에게 테크니컬 파울이 주어졌다.
4쿼터 초반 로드 벤슨과 에런 헤인즈가 볼 다툼을 하던 상황에선 벤슨에게 푸싱 파울이 선언됐다. 하지만 느린 그림 상으로는 애매했다. 벤슨은 강력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발로 코트를 쿵 밟은 채 씩씩 거리며 백코트했다. 벤슨은 이후 결국 5반칙 퇴장 당했다. 모비스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6~10점 내외로 앞서갔다. 그러나 휘슬이 다소 SK에 유리하게 불려지는 동안 점수 차가 좁혀졌다.
모비스가 강력하게 항의를 한 뒤 심판진은 경기 종료 직전 결정적인 상황에서 모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SK와 모비스 모두 피해자라는 말이 나왔다. 보상판정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끼워 맞추기일 수 있다. 정말 실수로 잘못된 판정을 할 수도 있다. 심판도 엄연히 사람이다. 실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정규시즌서도 잊을 만 하면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어쩌다 1~2경기가 아니었다. 지금 KBL 심판부는 석연찮은 판정, 원칙과 일관성이 없고 보상이 의심되는 휘슬로 권위를 잃은지 오래다.
점수는 적게 났다. 그래도 제법 명승부였다. 하지만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들과 오심이 봄의 최고 축제라는 챔피언결정전에 오점을 남겼다. 일전에 KBL 강현숙 심판위원장은 심판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한다고 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에서도 오심을 하는 심판들에게 도대체 무슨 교육을 시켰는지 묻고 싶다. 이럴 거면 왜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는지도 모르겠다.
심판 욕설과 오심 논란. 고의 패배 파문. 감독 구속. 올 시즌 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한 시즌 대미를 장식하는 최고의 봄 축제인 챔피언결정전서도 팬들에게 무차별 욕을 먹고 있다. 한국농구의 한심한 현주소다.
[문경은 감독 항의(위), 유재학 감독 항의(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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