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챔피언결정전이 ‘만수 시리즈’가 됐다.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이 싱겁게 흐르고 있다. 애당초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무색하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모비스가 정규시즌 챔피언 SK에 앞설 것이란 예상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모비스는 1~3차전서 각각 5점, 2점, 6점차 신승을 거뒀으나 내용상으론 3경기 모두 완승이었다. 그 속에 ‘만수’ 유재학 감독의 무서움이 숨어있다.
▲ 1~2차전, 3-2드롭존 격파와 헤인즈 봉쇄
모비스의 1~2차전 승인은 SK 특유의 3-2 드롭존 공략이었다. SK 문경은 감독은 “2차전서 60점만 준 건 결국 우리 수비를 완벽하게 깨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 모비스는 결과적으로 3-2 드롭존을 완벽하게 깨지 못했다. 하지만, 수비를 다 헤집어 놓고 마무리를 잘 한 것과 잘 하지 못한 건 분명 차이가 있다. 모비스는 1~2차전서 16개, 13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대부분 3-2 드롭존을 정확하게 공략한 결과다. 성공률도 44%,31%로 나쁘지 않았다.
헤인즈도 완벽하게 봉쇄한 모습. 헤인즈는 1~2차전서 각각 24분, 19분 출전해 20점, 13점을 넣었다. 출전시간 대비 득점력이 높았으나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정규시즌에 비해 떨어졌다. 모비스는 헤인즈가 45도 지점에서 공을 잡을 때 타이트한 마크로 중거리슛을 봉쇄했고, 베이스라인에선 살짝 떨어져서 돌파를 유도한 뒤 골밑에서 기습적인 트랩 수비를 들어가는 방식으로 수비했다. 베이스라인 자체를 봉쇄했던 정규시즌과는 다른 수비방법. 대성공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대비한 수비를 준비했다”라고 했다. 모비스는 정규시즌을 13연승으로 끝냈다. 이때 예행연습을 마친 모비스는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 SK와의 챔피언결정전서 각기 다른 전술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SK는 모비스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 3차전, SK 투 가드 시스템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진 공격
SK는 3차전서 또 다시 변화를 줬다. 특유의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을 버린 것. 이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SK 스스로 장신포워드들을 활용한 미스매치 유발 전략을 포기하는 것. 대신 김선형과 함께 주희정-변기훈 등의 기용 시간을 늘려 스피드를 강화하겠다는 전략. 모비스는 가드진의 신장이 낮다. 박종천, 박구영 등 슈터들의 1대1 수비력 역시 썩 좋지 않다. 속공 강화는 물론, 빠르게 볼을 돌려 외곽슛 찬스를 적극적으로 엿보겠다는 의지였다. 공격력 강화에 초점을 둔 변화.
그런데 SK가 장신포워드 4명을 동시에 기용하지 않고 가드 숫자를 늘리면서 모비스엔 미스매치의 불리함이 사라졌다. 모비스는 양동근-김시래 투 가드 시스템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박종천, 박구영 등을 활용해 외곽 찬스도 적극적으로 엿봤다. SK역시 가드들의 신장 우세와 빠른 패스워크로 외곽찬스를 만들었다. 공격과 공격의 맞불. 결과적으로 3점슛 16개를 시도해 단 1개만 넣었다. 문 감독으로선 회심의 한 수였으나 결과가 나빴다. 모비스도 공격에서의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더욱 원활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SK의 변화는 의미가 있었지만, 모비스에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 SK 변화, 미리 예측하고 있어서 더 무서운 만수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유재학 감독은 담담했다. “SK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했다. 경기 후엔 “예상했던 부분이다. 오히려 더 좋았다. 매치업이 맞으니까 선수들을 기용하기에도 편했다. 그리고 SK의 1-4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버겁지 않았다”라고 했다. SK가 어떤 공격 전술로 나오더라도 문제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심지어 “SK 선수들이 외곽슛을 던질 때 어느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미리 알고 로테이션을 하면 슛 성공률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SK의 변화를 모두 읽고 세밀하게 대처하는 느낌.
사실 유 감독은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부터 유독 강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치 질 이유가 없다는 듯이. 실제로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으면서 4강을 통과했고 챔피언결정전서도 우승을 눈앞에 뒀다. 만약 17일 챔피언결정 4차전마저 잡아낼 경우 정규시즌 막판 13연승, 4강 플레이오프 3연승, 챔피언결정전 4연승 등 총 20연승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 기록은 KBL에 공식적으로 인정되진 않는다. 유 감독은 농담조로 “기자들이 쓰면 인정받는 것 아닌가?”라며 여유와 자신감을 보였다. 20연승 우승 욕심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멤버 자체가 우승을 할 수 있는 멤버다”라며 더 이상의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챔피언결정전서 드러난 ‘만수’의 전략 전술은 확실히 SK를 압도하고 있다. 멤버가 좋은 것도 사실이다. 그 멤버를 최적의 조합과 최고의 결과로 만들어가는 능력 또한 유 감독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만수 시리즈’다.
[유재학 감독. 사진 = 울산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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