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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CF 모델 김태희와 드라마 속 배우 김태희는 동일한 사람이다. 그런데 CF 모델 김태희 쪽이 밝고 다채롭게 느껴지는 반면 배우 김태희가 무겁고 단조롭게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아니면 김태희가 실제로 다른 두 가지 얼굴을 사용한 것일까.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낮은 시청률로 외면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시청자들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조선의 악녀'란 장희빈의 상징성과 '패션 디자이너' 장옥정이란 새로운 이미지의 간극을 극본도 연출도 조화롭게 좁히지 못했던 탓이 가장 크다. 왜 장희빈이 굳이 패션 디자이너란 직업을 가져야만 했는지 그 설정 역시 납득을 주지도, 그렇다고 매력을 느끼게끔 하지도 못하고 있다. 장옥정의 하이힐을 퓨전 사극이란 전제를 감안하고 보라지만, 긴 한복 치마를 입은 장옥정에게 보이지도 않을 하이힐은 대체 어떤 의미란 말인가.
여주인공인 김태희에게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부진에 책임이 있다면, 극본이나 연출 등을 뛰어넘어 연기력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을 매료할 수 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했단 것이다. 6살 어린 유아인이나 13살 연상의 성동일과 함께하는 장면에서 김태희의 연기가 더욱 왜소하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김태희의 연기가 이들의 입체적인 연기에 맞서지 못해서다.
'대한민국 대표 미녀 배우'로 불리는 김태희는 유독 드라마 속에선 늘 비슷한 표정이다. 특유의 입을 살짝 벌리고 눈을 크게 뜬 표정. '아이리스'(2009)나 '마이 프린세스'(2011)에서 자주 봤던 그 표정이 이번 작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사실 이 표정은 캐릭터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김태희가 배우로서 지닌 가장 큰 약점이다. 당황하고 있는지, 설레고 있는지, 분노하고 있는지 매번 비슷한 표정으로 연기하다 보니 지켜보는 시청자 또한 쉽게 장옥정의 감정에 몰입할 수 없다. 표정만으로도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의 직업이 배우란 건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김태희는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가장 중요한 배우다.
경쟁작인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를 생각해보자. 김태희만큼이나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배우가 있었다. 바로 이연희다. 이연희가 앞서 출연한 작품들에서 보여준 연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왔고, 이 때문에 이연희의 '구가의 서' 출연에 대중은 큰 기대감을 갖지 않았다.
그렇지만 막상 '구가의 서'가 방송되자 3회 분량의 짧은 출연으로 이연희는 지적 대신 칭찬을 받았다. 결코 이연희의 연기가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여전히 이연희의 연기는 부족한 게 사실이나 그에게 대중이 박수를 보낸 건, 이전보다 나아진 표정 연기나 눈물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반성과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었단 게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던 까닭이다. 이런 이연희의 사례는 달라지지 않는 김태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태희는 드라마와 다르게 여러 CF 속에선 꽤 다채롭다. 발랄 혹은 귀엽거나 때로는 우아하며, 다양한 표정으로 서로 다른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CF 속에서 소화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아마도 김태희가 한 가지 색깔만 가진 배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태희는 드라마에선 자신의 색깔을 마음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김태희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연기력 논란이 줄지 않지만 적어도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보는 시청자들 앞에선 스스로의 끼를 실컷 표출해야 한다. 화가 나 얼굴을 한없이 찡그리고, 목 놓아 울어도 보고, 사랑의 감정에 한껏 들떠도 된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보는 시청자들은 CF 속 예쁜 김태희가 아닌 '조선의 악녀' 장희빈을 깨는 새로운 이미지의 장옥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배우 김태희.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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