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농구계가 이충희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원주 동부 새 사령탑 이충희(54) 감독. 그는 선수시절 ‘슛도사’로 명성을 떨쳤다. 두 말이 필요 없는 한국 농구 불세출의 레전드다. 그는 감독 도전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창원 LG 창단 감독이었다.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최고의 슈터였던 그가 공격농구가 아닌 ‘수비농구’를 들고 나왔다. 1997-1998시즌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LG를 끝내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1997-1998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부산 기아에 패배했다.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낸 것. 1998-1999시즌 득점기계 버나드 블런트를 앞세워 5위를 차지했으나 6강 플레이오프서 원주 나래에 맥없이 무너졌다. 결국 1999-2000시즌 7위로 6강 플레이오프행에 실패한 뒤 물러났다. 이후 동국대, 고려대에서 감독직을 이어가다 2007년 오리온스 사령탑으로 복귀했으나 시즌 중반 극심한 부진으로 자진사퇴했다. 프로감독으로선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동부재건 중책…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 감독의 프로팀 복귀는 6년만이다. 그동안 KBS N에서 꾸준히 해설위원을 맡아오면서 현장감각을 잊지 않은 게 최대 강점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프로농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였다. 동부농구에 자신의 철학을 녹여내는 일만 남았다. 계약기간은 3년.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다. 그가 동부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동부는 지난 시즌 이승준의 동부 농구 적응이 늦었다. 또 외국인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가드, 포워드 외국인선수 체제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초반 이런 문제로 상당히 많은 경기를 놓쳤다. 여기에 시즌 막판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구속으로 팀 분위기가 완전히 와해됐다.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이 감독은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자신의 지론과 팀 컬러에 맞는 외국인선수를 조합하는 게 우선 과제다.
또 하나. 동부는 주전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백업 선수들의 성장은 최근 몇 년간 단골 과제다. 이 감독은 대학교 선수들을 지도해봤고, 대학리그 해설 경험도 있다. 당장 신인드래프트서 어떤 선수를 뽑아 기존 선수들과 어떻게 조합시킬 것인지도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동부 주전선수들의 기량은 좋다. 조직력도 있다. 차기 시즌 막판엔 윤호영도 돌아온다. 자신의 농구를 잘 이식하면 동부가 상위권에 복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 한국농구 새 바람 불어넣을까
위기의 한국농구. 이 감독의 행보가 중요하다. 단순히 동부라는 팀을 재건하는 것 외에 그가 감독으로 연착륙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농구계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스타출신 감독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은 점점 희석되고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타들이 감독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농구만 해도 KCC 허재 감독이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SK 문경은 감독도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내며 지도자로서의 출발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농구가 타 스포츠에 비해 스타들의 감독 연착륙 및 성공이 매우 두드러지는 종목은 아니다. 한 농구 관계자는 “더 많은 스타 출신 선수들이 감독으로 성공해야 농구 인기가 살아날 수 있다. 과거 향수를 갖고 있는 팬들에겐 여전히 과거 농구대잔치 스타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고 했다. 이 감독의 성공 여부가 농구계에서도 중요한 요소인 이유다.
객관적으로 농구를 보면서 농구철학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도 궁금하다. LG, 오리온스 시절 아쉬움을 해설위원으로서의 경험과 느낀 점들을 토대로 메워낼 준비가 돼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 감독이 좀 더 다양한 색깔의 농구를 갖고 나온다면 그만큼 농구장의 볼거리는 늘어난다. 동부와 한국농구계 모두 이충희 감독의 세번째 도전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충희 감독과 LG, 오리온스 시절의 모습(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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