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확실히 WBC를 치르고 돌아온 선수들의 시즌 출발이 힘겹다.
지난 3월 초에 치러졌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3년 한국야구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대회다. 하지만 어쩌랴. 기록은 영원하고, 여운은 남는 법.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정규시즌에 임했다. 초반 희비가 극과 극이다. 좋은 출발을 보인 선수보단 그렇지 못한 선수가 좀 더 많았다. WBC 후유증일까. 최근엔 조금씩 살아나는 선수도 있다.
▲ WBC 그 후…그들의 극과 극 시즌 스타트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분명 예년과 다른 비 시즌을 보냈다. 소속팀의 스프링캠프를 절반만 소화한 채 대표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대표팀의 대만 전지훈련 효과를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소속팀에서 해오던 훈련과는 다른 환경에서 정신적, 체력적인 부담감을 떠안았다. 예상치 못한 1라운드 탈락. 대표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지친 채 소속팀에 합류했다.
정규시즌 초반 힘을 쓰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특히 투수쪽에서 두드러졌다. 윤석민은 WBC에서도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깨 재활로 최근에서야 1군에 등록됐다. 박희수도 팔꿈치 통증을 딛고 뒤늦게 1군에 올라왔다. 서재응, 송승준, 차우찬, 노경은, 정대현 등도 확실히 4월에 기복이 있거나 작년만 못했다. 그나마 손승락과 오승환이 기복 없이 자신의 실력을 초반부터 뽐냈다. 윤희상, 장원삼 등은 작년과 비슷한 페이스.
타자 쪽에선 이승엽, 강민호, 정근우, 김현수, 전준우, 이용규 등이 시즌 초반 부진했다. 그러나 투수 쪽에 비하면 WBC 여파가 덜했다. 이대호가 오릭스에서 맹활약 중이고 김태균, 최정, 손아섭, 이진영도 시즌 초반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WBC에 참가한 선수들의 희비는 곧 시즌 초반 순위 다툼에 영향을 미쳤다. 타자들이 잠잠한 롯데, 100% 전력을 갖추지 못한 SK 등이 WBC에 다녀온 선수들의 부진 및 부상 속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
▲ WBC 후유증 정말 존재할까
1회 대회부터 WBC 후유증이란 말이 돌았다. WBC는 포스트시즌 이상의 심리적 피로가 동반되는 큰 대회다. 정규시즌에 맞춰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기에 긴장과 부담 속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니 시즌 준비 루틴은 깨질 수밖에 없다. 특히 주변 환경에 민감한 투수들의 경우 유독 WBC를 마치고 돌아오면 힘겨워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 시각이 있다.
꼭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 ESPN 벤 린드버그 기자는 칼럼을 통해 “2006년엔 대회 참가 투수들이 예상 성적보다 못했지만, 2009년엔 오히려 예상 성적보다 더 잘했다”라고 했다. ESPN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타크도 “지난해 메이저리그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가 WBC가 열린 해보다 더 많았다”라고 했고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들 중에서도 WBC에 참가했던 선수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케이스를 한정한 것인데, 간과할 사항은 아니다.
일전에 국내 한 야구관계자도 “WBC 후유증이란 말 자체가 주관적이다. 어느 정도의 부진, 어느 정도의 부상을 입어야 후유증이라고 말할 수 있나”라면서 “아직 대회가 3번밖에 치러지지 않았다. 좀 더 대회 역사가 깊어지고 연구도 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신중한 접근을 했다. 단순히 WBC에 참가했던 선수가 부진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해서 WBC와 100% 연관 짓는 건 위험하다는 견해다.
▲ 그들이 조금씩 기지개를 켠다
이런 상황에서 WBC에 참가했으나 4월 부진, 혹은 부상으로 자취를 감췄던 일부 선수들이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KIA 서재응은 7일 광주 롯데전서 6⅔이닝 2실점 패전 처리됐으나 투구 내용은 좋았다. 직전 7이닝 1실점, 5이닝 1실점 등 연이어 선발승을 따낸 상황.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두산 노경은도 5일 잠실 LG전서 5⅓이닝 1실점으로 모처럼 호투했다. 뒤늦게 1군에 올라온 SK 박희수도 5일 대전 한화전서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윤석민도 4일 목동 넥센전서 3⅔이닝 1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내는 등 출발이 좋다.
타자 쪽에서도 삼성 김상수가 5일 부산 롯데전서 4안타 게임을 했다. 이승엽도 5일 경기서는 무안타 침묵했으나 직전까지 3경기 연속 안타를 때렸다. SK 정근우도 최근 2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7일 인천 두산전서는 홈런포까지 가동했다. KIA 이용규도 5월에 치른 6경기 연속 안타를 가동한 상태다. 어차피 긴 시즌을 치르면서 2~3차례 찾아올 슬럼프를 미리 겪었다고 치면 오히려 부담없이 경기에 임할 수도 있다.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롯데 강민호의 경우 삭발 투혼까지 펼쳤으나 여전히 타격감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두산 김현수, 롯데 전준우, 송승준도 마찬가지이고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정대현은 1군에 올라오지도 못했다. 이들에겐 과학적으로 증명 됐든, 그렇지 않든 WBC 후유증이란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시즌 성적과 팀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려면 시즌 막판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WBC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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