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늘 내일 컨디션이 왔다갔다하는 게 안타깝죠.”
두산 불펜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타선과 선발진의 위력이 괜찮은데 자꾸 불펜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 지난주 두산은 SK에 11-1로 앞서던 경기를 12-13으로 내줬고, 막내 NC엔 17점을 내주기도 했다. 이런 양상은 14일 잠실 삼성전서도 이어졌다. 두산은 0-4로 뒤지던 경기를 3-4까지 추격하며 역전 찬스를 넘봤으나 경기 후반 맥없이 3점을 추가로 헌납하면서 뒤집을 동력을 잃었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4.20. 시즌 초반 3점대 초반을 기록하며 선두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더니 최근 엄청나게 치솟았다. 리그 5위. 안정감 있는 불펜투수가 많지 않다. 오현택, 유희관, 배테랑 정재훈 등이 나름대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지만, 타자에게 심어주는 위압감은 그리 크지 않다. 김진욱 감독이 점 찍은 마무리 홍상삼은 발 부상으로 늦게 합류한 뒤 여전히 100% 구위가 아니다. 변진수, 윤명준, 정대현 등도 김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다.
매 경기 막판 에너지 소모가 크다. 이겨도 깔끔한 계투보단 총력전에 따른 다음 경기 후유증이 더 많이 남는다. 장기전인 페넌트레이스에선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 김 감독의 고민도 여기서 출발한다. 힘의 분배와 전략. 김 감독이 최근 몇 차례 보여준 마운드 운용 테마다. 그런데 이런 운용이 때로는 팬들에게 반감을 사기도 한다.
▲ 1⅔이닝 11실점한 정대현 사례, 결국 2군행
5-17 대패를 당했던 12일 잠실 NC전을 살펴보자. 두산으로선 1⅔이닝 10피안타 2볼넷 11실점한 정대현의 부진이 대단히 뼈 아팠다. 당시 정대현은 이미 선발 김상현이 5실점해 0-5로 뒤진 3회 2사에 등판했다. 두산으로선 정대현이 최대한 길게 이닝을 끌어준 뒤 경기 중반 이후 상황에 따라 마운드 운용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었다. 정대현에게 롱릴리프 역할이 주어진 셈.
정대현은 4회 무참하게 무너졌다. 연이은 집중타로 7점을 내줬다. 0-12. 사실상 경기가 여기서 갈렸다. 김 감독은 5회에도 정대현을 밀어붙였다. 또 다시 집중타를 맞고 3점을 더 내준 뒤에서야 모창민 타석에서 윤명준을 올렸다. 정대현의 1경기 11실점은 역대 1경기 최다실점 2위 기록이다. 정대현은 결국 그날 이후 1군에서 말소됐다.
팬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흔들리던 투수들 빼주지 않고 밀어붙인 게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지적. 현장에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1경기만 생각하고 정규시즌을 운용할 수는 없는 노릇. 이미 승부가 기울어진 경기서 추가로 불펜 손실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김 감독의 마운드 운용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분명 높다. 김 감독이 승부가 기울어진 이후에도 윤명준과 홍상삼을 추가로 활용했기 때문. 이럴 바에야 좀 더 일찍 투수를 교체해서 정대현에게 가는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 실제로 정대현의 경우 경기결과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받는 충격은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한다.
▲ 김진욱 감독이 젊은 불펜투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김 감독은 단호했다. 결국 스스로 딛고 이겨내야 할 문제라고 봤다. 김 감독은 14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보통 그런 경기를 펼친 투수에겐 두 가지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결과에 완전히 낙담해 더욱 의기소침하는 경우, 또 다른 하나는 다음엔 더 잘하겠다는 독한 마음가짐을 갖는 경우”라고 했다. 강인한 멘탈이 중요한 투수는 후자의 마인드를 지녀야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최근 수 차례 “불펜 투수들의 정신력이 강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차피 안타도, 실점도, 패배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이다. 그 과정에서 배울 것은 배우면서 더 강해지라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정대현, 윤명준, 서동환 등은 아직 안정되지 않은 투수들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투수들이다. 감독 입장에선 안타깝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현재 두산 불펜엔 1군 풀타임 경험이 적은 투수가 많다. 컨디션 조절 방법,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경기를 치르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가는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보통 그렇다. 대현이도 직전 경기와 완전히 달랐다. 볼이 낮게 깔리지 않았다. 불펜을 아끼면서 삼성전을 대비해야 할 상황에서 얻어맞아도 바꾸기가 어려웠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거나 주자 1명이 출루하면 갑자기 소극적으로 변하는 투수가 많다. 그러면 위축되고 흔들린다”라고 현재 두산 젊은 불펜 투수들의 특성을 지적했다. 14일 삼성전서도 이어진 부분. 위기를 대범하게 막고 넘어간 삼성 필승조들에 비하면 2% 부족했다. 김 감독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는 없다. 투수 본인이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대현의 대량실점과 불안한 두산 불펜. 어쨌든 올 시즌엔 이런 흐름을 안고 가야 한다. 한 여름에 들어서면 체력적으로 버티는 방법도 터득해야 한다. 컨디션 유지 및 구위 조절 방법도 익혀야 한다. 지금 두산 젊은 불펜 투수들은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정대현의 11실점. 그리고 2군행. 결과적으로 선수 본인에겐 가혹한 결과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김진욱 감독(위), 2군에 내려간 정대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