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도 끝내기 세리머니는 계속 돼야 한다.
야구 없는 27일. 26일 임찬규-정인영 KBS N 스포츠 아나운서의 잠실 LG-SK전 직후 물벼락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야구선수들의 끝내기 세리머니에 정도에 대한 논란. 두 사람 모두 홍역을 치렀다. LG와 임찬규 본인, 세리머니를 지시한 이병규에 이어 선수협회도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KBO도 향후 단장회의인 실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해법은 간단하다. 야구계와 방송사가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면 된다. 야구선수들은 세리머니를 해도 방송사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 특히 물벼락 세리머니는 방송사고 및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LG와 임찬규가 비난을 받은 것도 정 아나운서의 혹시 모를 감전사고 가능성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방송사 역시 야구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취재 및 방송을 하면 된다. 이번 일은 LG가 방송사의 영역을 침범했다. LG는 공식 사과했다.
▲ 야구장에서의 다양한 세리머니들
방송사에 피해를 주는 것을 떠나서,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 세리머니의 적정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은 꾸준하게 계속됐다. 요즘 젊은 야구선수들은 확실히 톡톡 튄다. 야구 붐이 한창이었던 2~3년 전만 하더라도 끝내기 세리머니 이후 그라운드에 대형 호스, 목욕용 대야, 생수기통 등이 등장해 엄청난 물벼락을 주고 받았다.
일부 야구인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지나치게 물 낭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즐거워하는 건 좋지만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마당에 물 낭비를 하는 장면이 TV 생중계로 전파를 타는 게 썩 보기 좋지 않다는 우려였다. KBO도 2011년 이런 도구의 사용을 자제하길 권고했다. 최근엔 끝내기 상황이 나온 뒤 이런 도구가 자취를 감춘 대신 작은 생수병 정도가 사용된다.
그런데 물리적 응징(?)이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남자들의 스포츠인 프로야구. 끝내기 안타, 혹은 홈런을 날린 동료에게 고마움과 축하를 섞는 짖??은 세리머니다. 특히 저연차급 선수가 끝내기 안타를 날릴 경우 선배들의 화끈한 응징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모습도 재미있긴 하지만, 너무 과한 장면은 보기 민망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모 선수는 끝내기 이후 다음날 물리적 고통을 호소해 경기 준비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또 하나가 바로 이번 임찬규 물벼락 사건에서 드러난 경기 후 인터뷰 세리모니다. 흔히 끝내기 안타 혹은 특별한 기록을 남긴 선수에게 물, 면도용 쉐이빙 크림을 끼얹는 행위다. 이에 대한 맹점이 이번 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으로 이런 세리머니는 더 이상 보기 어려울 것 같다.
▲ 세리머니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인가
과연 야구선수들의 세리머니 적정선은 어디까지일까. 이번 임찬규-정인영 아나운서 사건으로 야구선수들이 야구 영역 밖을 침범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또 상대팀을 지나치게 자극해서도 안 된다. 물론 원정팀도 끝내기 세리머니 자체는 홈팀의 특권으로 어느정도 용인한다. 그러나 경기 도중 홈런이나 적시타가 나올 때 격한 기쁨을 드러내는 선수에 대한 상대팀의 원망은 조금씩 있다. 그래서 홈런을 치고 너무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거나 홈 플레이트에서 지나치게 세리머니를 하는 건 암묵적인 불문율이 됐다.
이런 세리머니가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빈볼 시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자극’의 정도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다는 것. 보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 상한다’는 확실히 주관적이다. 마찬가지로 일부 야구팬들과 야구인들을 중심으로 “구타 및 응징 세리머니가 너무 지나치다”고 하는 것도 선수들 입장에선 수위 조절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과하면 모자름만 못하다’는 속담도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그래도 창의적인 세리머니는 계속돼야 한다
어쨌든 야구선수들의 창의적인 세리모니는 중단 돼선 안 된다. 그 자체가 팬들이 야구를 보는 하나의 재미다. 특히 끝내기 세리머니를 보려고 경기 후에도 끝까지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팬들도 있다. 끝내기 같은 극적인 상황이 나오는 스포츠는 야구 외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특히 다른 프로스포츠가 주는 쾌감과는 좀 다른 뭔가가 있다.
지금은 은퇴한 박찬호가 1996년 6월 19일 시카고 컵스전서 메이저리그 통산 첫 승을 거둔 뒤 라커룸에 있던 정장이 잘려나간 사연은 야구 팬들에게도 유명하다. 메이저리그는 신인이 의미있는 기록을 남길 경우 여장을 시키거나 정장을 자른 뒤 입고 돌아다니게 한다. 미국에선 선수들은 물론 팬들도 즐거워하는 일종의 신고식 세리머니. 당시 박찬호는 처음엔 화를 냈지만 나중엔 하나의 세리머니 문화로 이해했다고 한다.
야구는 대규모 선수단이 끌어가는 스포츠다. 사람도 많고, 경기장도 넓다. 끝내기 세리머니를 비롯해 얼마든지 다양한 세리머니를 할 수 있다. 모두가 즐길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전통과 추억이 될 수 있다. 그게 곧 프로야구가 자라는 자양분이 된다. 누군가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라운드 세리머니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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