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위안부 할머니 증언, 역사학적 신빙성 의문" 발언도
최근 "(전쟁당시) 위안부는 필요했다", "세계 각국의 군이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했다"고 발언해 전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겸 일본유신회 대표가 27일 정오, 일본 외국특파원협회(도쿄 유라쿠초)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논란이 된 위안부 발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시모토 시장은, 자신의 발언을 외신이 오해하고 있어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고자 이번 기자회견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군이 위안소 운영에 관여했고, 위안부 이동에 일본군의 선박과 차량이 이용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일본군과 일본정부가 위안부 인신매매나 강제연행에 조직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으며, 이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적 견해라고 밝혔다. "일본이라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인신매매에 나섰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시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역사학적으로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강제연행,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개인 청구권을 포함해 한일간 청구권 문제는 한일기본조약에 의해 완전히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시모토 시장은, 한국이 개인 청구권 문제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며 "법에 입각한 해결이 중요하다. 만약 한국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으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과 일본언론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언론사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취재진의 수는 무려 300여 명 이상이었고, 회견장으로 향하는 좁은 통로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본 특파원협회 회원의 이야기로는 이렇게 취재진이 몰린 것은 최근 몇년 들어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계각국이 하시모토 시장을 주목한 것에 다름아니다.
물론 이들은 모두 하시모토 시장의 위안부 발언에 대한 이야기나 정치인으로서 하시모토 시장 개인의 역사인식을 듣고 싶어 온 기자들이다.
그러나 하시모토 시장은 이날 해명과 논점 돌리기로 일관하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의 의견이 아닌, 제삼자의 일처럼 이야기해 각국 취재진들의 빈축을 샀다.
자신의 역사인식이나 위안부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일본은 분명 잘못했다. 전쟁책임은 일본이 분명히 져야 한다. 그러나 일본만 비판할 게 아니라, 세계 각국 군대가 과거에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한 점도 함께 다뤄야 한다"며, 이야기의 논점을 '세계 각국 군의 여성 이용'으로 바꾸려 시도했다.
이 같은 시도는 계속됐다. 하시모토 시장은 이날 "민간업자에 의한 인신매매,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성노동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군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고, 그러자 프랑스 기자가 "강제연행, 납치가 있었는데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암묵적 동의)도 인신매매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시장은 "일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당시 전쟁에서는 민간업자들에 의한 인신매매가 분명히 있었다. 그런 민간업자에 의한 인신매매에 대해서 일본 정부, 군의 책임이 무엇인지는 논의를 해야할 것이다"라고 언급하면서도 재차 '세계각국 군도 여성을 이용했던 역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뉴욕타임즈 기자가 "직접적인 납치, 강제연행뿐만 아니라 이송, 관리 또한 인신매매의 정의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일본군은 (인신매매가 자행된) 위안소의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관여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하시모토 시장은 "일본군의 위안소 관리·관여는 잘못됐고, 민간업체의 인신매매도 잘못됐다"고 발언했을뿐,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여지없이 "세계 각국 군도 여성을 이용했다. 일본의 과거문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군의 여성 이용문제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한다"며 논점을 바꾸려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시모토 시장은 시종일관 '세계 각국 군의 여성 이용'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대단한 물귀신 작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위안소를 짓고 직접 관여한 일본군과 달리, 세계 각국 군대의 경우, 병사 개인이 사설 매춘 업소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하시모토 시장은 "민간업체가 만든 매춘업소든, 일본군이 지은 위안소든 잘못된 것은 매한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병사개인의 매춘 업소 이용과 일본군의 위안소 운영·관여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를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날, 한 프리랜서 기자는 하시모토 시장이 변호사 시절 매춘 업소의 고문변호사였던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시장은 "내가 고문으로 있었던 업체는 요리 업체"라고 설명했지만, 프리랜서 기자는 다시 "법적으로만 요리업체일뿐, 그 업체가 매춘 업소라는 사실은 오사카 중학생도 다 안다"고 반박했고, 기자회견장에 모인 취재진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덧붙여 그 기자는 하시모토 시장에게 "창피하지 않느냐"고 다시 질문했다. 그때까지 모든 질문에 성실히 응하던 하시모토 시장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면 수사당국이 조사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아주 짧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프리랜서 기자의 "창피하냐"는 질문은 법이 어떻고 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시모토 시장은 법에 저촉될 일은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그의 발언에서 민간업체가 인신매매를 했을 뿐 일본정부와 군은 직접적인 관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하시모토 시장의 모습이 겹쳐보였던 것은 왜였을까?
이처럼, 하시모토 시장은 자신의 발언의 진의를 설명할 때는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강조했으나, 정작 중요한 질문과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마치 제삼자의 이야기를 하듯이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해 답변했다.
그는 오사카 지사 이전에 변호사였다. 그야말로 직업병이 도진 기자회견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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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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