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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 이하 '장옥정')에 '착한' 장희빈이 아닌 '표독스런' 장희빈만 남았다.
장희빈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9번째 재탄생했다. '장옥정'은 장희빈의 본명을 사용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장희빈을 표방했다. '사랑에 살다'라는 부제는 이 같은 의도를 더욱 부각시킨다. 역사 속 요부이자 권모술수에 능했던 장희빈이 아닌 사랑에 울고 웃는 착한 장희빈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최근 '장옥정' 속 장희빈은 누구보다 독한 악녀이다. 숙종 이순(유아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회임을 못하게 사약을 내리는 대비(김선경) 앞에서 은장도를 꺼내 자결하려 하고, 인현왕후(홍수현)와의 신경전은 교묘하기까지 하다. 27일 방송분에서는 독약을 삼키며 목숨까지 걸었다.
장옥정은 당초 패션에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였다. 입궁도 왕실의 옷과 이불을 만드는 침방나인으로 시작됐다. 궁에 들어가서도 당하기만 했다. 구정물을 뒤집어쓰는가 하면 대비 눈 밖에나 궐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그래도 이순의 관심을 받고, 그를 바라보며 견딜 수 있었다.
그렇다면 착한 장옥정은 왜 독기를 품게 됐을까. '장옥정'의 착한 장희빈은 표독스러움에 익숙해진 시청자들과 괴리감을 두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한 혹평으로 이어졌고, 시청률 하락을 이끌어 냈다. 여기에 김태희에 대한 연기력 논란, 역사 왜곡 등 부수적인 문제들이 터져 나왔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장옥정' 제작진은 멜로에 치중됐던 대본을 부분 수정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독한 장희빈의 극적 설정이 부각됐고, 기존 장희빈과 다를 바 없는 장희빈이 탄생했다는 평가다. 실제 '장옥정'은 착한 장희빈이 아닌 독한 장희빈을 내세우며 재미와 시청률에 있어 상승을 이루어냈지만 초반 기획의도를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부성철 감독은 지난 4월 1일 '장옥정' 제작발표회에서 "새로운 장희빈을 위한 포인트는 멜로다. 기존 장희빈에는 진정성이 없었다. 표독스러운 여자를 숙종이 사랑하게 된다는 것도 납득되지 않았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원작 '장옥정'이다"며 "숙종과 장희빈의 사랑과 그들에게 얽혀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멜로로 새롭게 재해석할 것이다. 멜로의 교향곡 같은 사랑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2013년형 장희빈은 배우 김태희와 유아인의 신선한 캐스팅 조합을 시작으로 새로운 장희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인간적인 장희빈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역대 장희빈과 다르지 않은 장옥정을 보고 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사진출처 =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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