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이 떠난 국내 마운드. 마냥 웃을 일은 아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9일 미국에서 거둔 쾌거. 기립박수로도 모자란 성과다. 고개를 국내로 돌려보자. 류현진이 떠난 국내 마운드. 외국인 천하다. 놀랄 일은 아니다. 류현진이 국내에 있었을 때도 외국인 에이스들의 한국무대 점령은 예삿일이었다. 한국야구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외국인 투수들의 센세이션은 신선하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강력한 외국인투수들이 한국에서 명성을 떨치는 데 반해 토종 에이스들이 전혀 진화를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또 류현진의 대를 이을 또 다른 강력한 토종 투수가 보이지 않는 것 역시 문제다. 외국인투수와 토종투수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볼 거리가 풍성해진다. 그래야 한국야구의 경쟁력이 강해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국내야구 마운드 자체가 너무 외국인투수 위주로 쏠려있다. 류현진이 떠나고 나니 강력한 토종 에이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 투수 부문 상위권 외국인 점령 시대
30일 현재 투수 부문 상위권 판도를 살펴보자. 다승에선 삼성 배영수가 7승으로 선두다. 그 뒤로 상위 10걸 중 국내 투수는 KIA 양현종이 6승으로 2위, 삼성 윤성환과 장원삼, KIA 서재응과 넥센 김병현이 겨우 공동 9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겉모습만 볼 땐 국내 투수와 외국인 투수가 양분하고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승 10걸에 포함된 국내 투수 중 평균자책점 상위권에 올라 있는 투수는 1.79의 2위 양현종, 1.90의 3위 윤성환이 전부. 그나마 9위에 넥센 김영민이 3.24다. 투수의 능력을 가늠할 때 아무래도 다승보단 평균자책점을 더 높게 인정하는 걸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평균자책점 상위 10걸 중 7명이 외국인투수다.
SK 크리스 세든(1.72), 넥센 벤헤켄(2.36), 두산 더스틴 니퍼트(2.65), 삼성 릭 벤덴헐크(2.76), NC 찰리 쉬렉(3.05), 롯데 쉐인 유먼(3.30), 넥센 브랜든 나이트(3.34). 이들은 각 팀의 실질적인 1,2선발. 즉 원투펀치다. 그리고 이들 중 절반 정도는 다승 부문 상위권에도 포함돼 있다. 국내 마운드가 완전히 외국인 에이스 천하가 됐다는 게 기록에서 드러난다.
류현진이 강세를 띄었던 이닝과 탈삼진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다이닝 1위는 SK 조조 레이예스의 70⅓이닝. 상위 10걸 중 토종 투수는 두산 노경은(59⅔이닝), 한화 김혁민(58⅓이닝)이 전부다. 류현진이 밥 먹듯 타이틀을 챙겼던 탈삼진도 한화 대니 바티스타가 69개로 1위다. 상위 10걸에 토종투수로는 노경은(54개), 양현종(52개), 김진우(48개)가 겨우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들 중 올 시즌 위력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는 양현종 정도다.
▲ 류현진 떠난 뒤 토종 에이스들 어디로 갔나
류현진과 함께 토종 에이스로 국내 마운드를 이끌었던 KIA 윤석민, SK 김광현은 지금 침체기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참가 이후 어깨 재활로 시즌 출발이 늦은 윤석민. 4경기서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평범한 기록이다. 그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3.12로 여전히 좋은 투수라는 게 입증된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2011년 4관왕 당시의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김광현도 올해 6경기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15로 주춤하다. 역시 어깨 재활로 시즌 출발이 늦었다. 최근 몇 년간 잔부상과 그에 따른 투구 밸런스 붕괴 및 회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밖에 지난해 일약 토종 에이스 반열에 올랐던 두산 노경은과 SK 윤희상도 올 시즌엔 지난해만큼 압도적인 출발은 아니다.
지난해 골든글러버 삼성 장원삼도 무난한 출발을 했으나 최근 다소 흔들렸다. 다승 1위 배영수는 평균자책점 낮추기에 애를 먹고 있다. 평균자책점 3위 윤성환은 기록은 훌륭한데 승수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모로 과거 류현진만큼의 아우라와 꾸준함에는 2% 부족하다. 현재 리그에서 양현종, 윤성환 정도를 제외한 각 팀 토종 간판투수들은 외국인 1~2선발의 위력에 밀리는 형국이다.
▲ 외인천하 국내마운드, 새로운 토종 괴물이 없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토종 투수들이 외국인 투수들의 들러리가 된 느낌.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선수의 역할과 비중은 막대하다. 최근 몇 년간 성적에 목숨을 건 국내 구단들이 뒷돈을 주면서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입 가능한 마이너리그 우수 투수를 경쟁적으로 영입하는 경향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토종투수들과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구는 원래 선수 1명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은 스포츠다. 그런데도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그만큼 토종투수들의 진화가 늦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류현진급의 강력한 토종 에이스가 출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에이스에게 더욱 기대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매년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신인투수 수집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1군 붙박이로 성장하는 것조차 힘겹다.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야구 쪽 유망주가 축구로 많이 넘어갔다는 말을 한다. 야구 유망주들 자체의 멘탈과 끈기가 예전보다 부족해 성장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아마야구 육성 시스템, 국내 구단들의 저연차급 투수 육성 시스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류현진이 29일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완봉승을 따내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알렸다. ESPN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 게임이라 더욱 파급효과가 컸다. 그에 비해 지금 한국 마운드 현실은 너무 초라하다. 국내 스포츠케이블 방송사들이 매일 전 경기를 전국에 생중계하지만, 국민을 감동시킬 토종 에이스는 없다. 외국인 에이스들의 활약이 반갑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잠실구장(위), 창원마산구장(가운데),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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