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꼬인다. 삼성엔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6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오늘은 이겨야 된다”라고 했다. 이승엽을 시즌 처음으로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하는 등 평소 자신의 스타일답지 않게 타순을 대폭 흔들었다. 일단 이겨놓고 보자는 생각. 류 감독은 내심 이번 주중 3연전을 복수의 기회로 생각했다. 4월 30일~5월 2일 대구 3연전 스윕 패배가 쓰라렸기 때문이다. 류 감독의 구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목동 3연전 1무2패. 올 시즌 상대전적 2승6패1무. 최근 5연패.
류 감독은 “작년에도 넥센만 만나면 꼬였다”라고 했다. 올해는 더 심해지는 느낌. 최강 전력을 보유한 삼성이 특정팀에 연패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9경기서 단 2승. 삼성으로선 그 상대가 선두 다툼을 하는 넥센이라는 게 더 찝찝하다. 넥센은 최근 삼성전 5연승을 내달리는 동안 삼성의 견고한 마운드를 완벽하게 짓눌렀다. 수비와 작전야구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 삼성 시스템야구 자부심, 넥센에 흔들린다
염경엽 감독은 “삼성이 강팀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삼성전 승리는 의미가 크다”라고 했다. 염 감독부터 기본적으로 삼성이 여전히 넥센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야구계도 삼성을 그냥 인정하는 게 아니다. 류 감독 특유의 시스템, 관리야구가 3년째를 맞아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고개를 숙인 염 감독이 정작 삼성 야구를 압도하고 있다. 4일 경기선 삼성의 발 야구 숨통을 고비마다 끊으며 승리했다. 6일엔 2점 뒤진 상황에서 7~8회에만 10점을 올리며 승부를 갈랐다. 삼성 최강전력의 요체인 불펜을 완벽하게 공략했다는 의미. 어쩌다 운으로 거둔 승리가 아니다. 넥센은 삼성이 강한 분야에서 오히려 더 강하고 정교한 모습을 보여줬다.
삼성은 단순히 넥센전 5연패, 2경기 차로 물러선 순위 등 표면적인 충격 이상의 데미지를 받았다. 쉽게 지지 않는 야구를 대변하는 시스템과 관리야구는 지난 2~3년간 삼성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넥센이 염 감독 부임 후 삼성야구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삼성만이 가질 수 있었던 자부심이 넥센의 거센 도전에 흔들리고 있다.
▲ 삼성야구 자존심 어떻게 살릴까
지금 넥센은 삼성에 타력, 투수력도 밀리지 않고 삼성의 시스템 야구도 위협하고 있다. 포수 허도환이 연이어 삼성주자들의 도루를 저지한 것, 주자들이 삼성 벤덴헐크를 상대로 마음 놓고 도루를 성공한 것, 야수들이 수비 시프트를 통해 안타성 타구를 연이어 걷어낸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삼성이 넥센전 5연패에 자존심이 상하는 진짜 이유다.
삼성이 넥센에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과 시스템야구 선봉자로서의 자부심을 세우려면 세밀한 야구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삼성은 타격 페이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6일 7점을 올린 것도 사실 넥센 선발 강윤구의 제구난조로 얻은 점수를 감안해야 한다. 시범경기서 부진했던 타선이 개막 이후 서서히 타오르더니 5월 초, 중순에 절정에 이르렀다. 이후 조금씩 잦아지면서 최근엔 전혀 시원스럽게 터지지 않는다.
타자들은 넥센과의 다음 맞대결서 사이클 자체가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마운드다. 넥센 타선이 삼성 마운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게 삼성으로선 골치가 아프다. 4월 30일~5월 2일 3연전서도 삼성 선발진과 불펜진을 연이어 무너뜨렸다. 6일 7~8회 10득점으로 절정을 보여줬다. 삼성은 알고 보면 넥센 막강 화력을 막지 못해 패배한 경우가 많았다. 투수들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두 팀의 맞대결은 7경기 남았다. 삼성이 2승6패1무라는 상대전적을 뒤집으려면 남은 맞대결서 6승 이상 챙겨야 한다. 넥센 전력상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삼성은 넥센에 이대로 약한 모습을 이어가선 안 된다는 걸 인지했다. 현재 상태로는 넥센이 삼성의 통합 3연패 도전에 최대 호적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팀은 포스트시즌서 만날 수도 있다. 삼성으로선 어떻게든 넥센을 상대로 흐름을 반전해야 한다. 단단히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디펜딩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목동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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