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멜로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주인공의 사랑이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 마냥 공감이 들거나 혹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에 틀에 박힌 현실 속 나를 대입하며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게다.
정통멜로드라마라던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6일 종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주인공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멜로드라마를 보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멜로드라마도 아닌 '정통' 멜로드라마였는데 말이다. 어느 순간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저 '시청자가 답답할 때'가 되어 버렸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사채업자가 돼 어두운 인생을 걸어오던 한태상(송승헌)은 가난한 서점 주인의 딸 서미도(신세경)를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다. 아버지 돈을 갚겠다며 자신을 찾아와 "나를 사면 어때? 그 돈만큼 나를 사"라고 말하는 서미도의 붉게 충혈된 눈빛에서 어쩌면 한태상은 벼랑 끝까지 몰려 처절할 수밖에 없던 지난 날 자신의 눈빛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게 한태상이 서미도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던 이유였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무리 한태상이란 남자의 행동을 십분 양보해 이해하려 해봐도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서미도를 묵묵히 용서하고 이해하는 한태상이란 남자, 너무 억지스럽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만나더니 "엄마를 이해하게 됐어요"란 말도 한 한태상이었다. '이해의 상징'이라도 된 듯한 한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설득력을 잃어버린 남자주인공은 가여울 뿐, 공감하고 싶은 어떤 매력도 없었다.
서미도는 더했다. 한태상과 이재희(연우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듯한 태도는 극의 전개상 불가피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껏 한태상과 이별한 뒤에도 한태상에게 미련이 남은 듯한 서미도의 모습은 괜히 그녀가 '어장관리녀'로 불리는 게 아님을 증명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그려진 서미도는 단지 한 남자를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만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타인이 받을 상처나 고통은 뒷전인 이기적인 여자일 뿐이었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누가 봐도 악당인 구용갑(이창희)보다 여주인공인 서미도가 시청자들로부터 더 많은 욕을 먹었으니, 서미도를 연기한 신세경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형 이창희(김성오) 밖에 모르던 이재희가 형의 말은 무시한 채 서미도에게 사로잡혀 한태상을 배신하고, 자신의 생각에 갇혀 한태상을 계속 오해만 하는 모습 역시 현실감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결국 모든 갈등이 봉합되고 한태상과 서미도의 사랑이 다시 이어지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마지막까지 공감 따위 없는 멜로드라마가 끝난 것이다. 유일한 공감이라면 아마도 정통멜로를 기대했던 이들이 지금 이 순간 느낄 어떤 허탈감이 아닐까.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배우 신세경(위)과 송승헌-포스터.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