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화 야구가 이렇게 짜릿했었나.
한화가 9일 인천 SK전서 연장 11회 접전 끝 승리를 따냈다. 0-4로 뒤지던 경기를 8회와 9회 야금야금 추격해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1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4일 휴식기 이후 내심 총력전도 가능했던 SK와의 원정 3연전. 7일과 8일 패배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으나 9일 승리로 사기가 크게 올라갔다.
한화에 9일 경기 승리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마운드 최후의 보루 송창식을 활용하지 않고 승리했다. 그것도 연장전까지 11이닝을 막아냈다. 이날 선발투수는 에이스 대니 바티스타. 6이닝 4실점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김광수가 2이닝, 윤근영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두 사람이 무실점으로 버텨주면서 역전승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들의 호투로 불펜에 숨통이 크게 트였다.
타선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최근 약해졌다곤 하지만, SK 불펜은 여전히 타자들에겐 쉬운 존재가 아니다. 한화 타선은 SK 선발 크리스 세든에 7이닝 동안 막혔으나 이후 진해수, 전유수, 박희수, 이재영, 이한진을 연이어 무너뜨렸다. 9회엔 SK 마무리 박희수를 상대로 3안타를 때린 뒤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11회엔 2사 이후에만 4안타와 2볼넷을 얻어내며 4점을 뽑아냈다.
그동안 이런 벼랑 끝 집중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한화 타선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무릎이 좋지 않은 최진행이 전력질주하며 홈을 밟는 장면, 상, 하위 타선이 고루 터진데다 박희수를 괴롭히며 무너뜨리는 장면 등은 큰 의미가 있었다. 타자들 개개인에게도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김응용 감독의 적절한 선수교체도 적중했다.
한화 전력이 허약한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동안 팬들이 한화 야구를 안타까워했던 이유는 자꾸 패배해서가 아니다. 경기 초, 중반에 결정타를 얻어맞은 뒤 반격하지 못하고 그대로 맥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끈질긴 맛이 떨어졌다. 신생팀 NC가 똑같이 최하위지만, 최근 경기력이 좋아 보이는 이유도 쉽게 지지 않는 근성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한화에 끈끈한 야구가 51경기만에 나왔다.
물론 한 시즌 128경기를 치르다 보면 이런 경기, 저런 경기가 나온다.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다 졌다 싶은 경기를 뒤집어서 이기기도 한다. 이날 한화는 단순히 후자의 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팬들과 상대팀에 한화도 이런 끈질긴 맛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분명 고무적이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한화야구에 희망이 보였다.
한화는 지난 4일간의 휴식기에 이례적으로 1,2군 홍백전을 치렀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단 긴장감 조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9일 연장전 승리로 침체될뻔한 분위기를 되살렸다. 결국 한화로선 이런 끈끈한 경기력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관건이다. 한, 두 경기로 끝날 경우 희망이 아닌 희망고문이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한화는 10일 현재 8위 NC에 4경기 뒤져있다. 최근 부쩍 좋아진 NC의 경기력이 두 팀의 승차가 조금씩 벌어진 계기가 됐다. 한화로선 9일 역전승을 계기로 정말 분전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한화는 이번 주중 LG와의 홈 3연전, 주말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진행한다. 두 팀 모두 공교롭게도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팀들. 한화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9일 역전승이 팀의 전체적인 상승무드로 이어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한화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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