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예전과는 달라졌다.
지난주 목동구장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대거 집결했다. 넥센은 지난주 삼성, KIA와 홈 6연전을 치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올 시즌 후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삼성 오승환과 KIA 윤석민을 집중 관찰했다. 넥센 강정호, 삼성 심창민 등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을 파악하는 소득도 있었다. 유망주들과 즉시전력감을 한 자리에서 봤으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겐 뜻 깊은 한 주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국내 야구장을 다녀가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승환, 윤석민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있었다. 지난해엔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류현진을 집중관찰하고 부지런히 취재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의 경우 스카우트들이 더 자주 드나든다. 일본은 언론을 통해서 잊을 만 하면 오승환 등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 해외파 효과? ML-일본 스카우트들, 방한목적이 구체화됐다
지난 몇 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올핸 다르다. 오릭스 이대호와 신시내티 추신수가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 중이다. 5월 이후 다소 상승세가 꺾였으나 최근 몇 년간 해외파들의 행보를 감안하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이 첫 시즌부터 완봉승을 따내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 첫해 10승은 물론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일본 스카우트들이 확실히 고무된 것 같다. 과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한국을 “꼭 체크해야 할 리그”로 봤다면, 이젠 “즉시전력감이 풍부한 리그”로 인식이 바뀐 것 같다. 최근 한 야구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 본부를 일본에 두고 있다. 예전엔 한국을 한번쯤 들르는 곳으로 인식했다. 이젠 한국은 꼼꼼하게 관찰하고 보고서를 올려야 하는 리그가 됐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고교 유망주들 수집에서 류현진, 추신수의 성공에 고무돼 즉시전력감 후보들로 시선을 넓히고 있다.
실제 오승환이 5일 경기서 목동구장 마운드에 오르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과 일본야구 스카우트들 모두 일제히 스피드건을 들고 오승환의 패스트볼 구속을 체크했다. 일부 스카우트들은 노트북에 부지런히 정보를 타이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야구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오승환을 보기 위해 방한한 구단 중 일부는 스카우트 팀에서도 중역 급 이상이었다고 한다. 더 이상 단순히 한국리그를 참고하고 지나가는 수준이 아니다.
▲ 연이어 풀리는 FA 대어들, 해외리그 진출 러시?
국내 리그에 올해와 내년 FA 대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오승환과 윤석민만 거론할 게 아니다. 지난 1~2회 WBC 4강-준우승,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멤버 상당수가 FA로 풀린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한국야구를 이끈 젊은 기수들이다. 일본야구와 메이저리그가 이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하다. 올해와 내년 이들의 성적, 협상 경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향후 2~3년 내에 한국 간판 선수 중 상당수가 해외리그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론 원 소속구단에 남거나 국내 타구단으로 이적하는 선수도 나오겠지만 말이다.
이들 중에선 해외에서 롱런할 선수도, 조기에 한국에 돌아올 선수도 나올 것이다. 어쨌든 한국 소속팀에서 7~9년간 헌신한 선수를 무작정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FA 자격요건이 갖춰지면 직장 선택의 자유는 분명히 FA 선수들에게 있다. 이미 세계화란 단어 자체가 진부해졌다. 한국-미국-일본을 오가며 그들의 야구를 경험하고 좋은 점을 취하는 건 박수받을 일이다. 최근 연이어 국제대회서 부진한 한국으로서도 돌파구를 찾는 방법이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자본 논리로 한국의 완성형 선수를 거액에 영입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이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 특급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면, 새로운 동력을 자꾸 만들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현재 리그를 주름잡는 스타들이 해외로 하나, 둘 빠져나간다면 또 다른 스타를 만들어서 국내리그의 뼈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 한국야구, 해외 스카우트 공습에 대처할 자세 갖춰졌나
국내 모 코치는 “요즘 젊은 선수들의 공수 기본기가 많이 떨어진다. 입단하면 새로 가르친다”라고 했다. 2006년 류현진 이후 특급 신인이 없는 현실이 단적으로 한국야구의 위기를 말해준다. 베테랑들은 자꾸 팀 중심 밖으로 밀려나는데, 그 틈을 메워줄 새로운 선수들의 동력이 약하다. 한국야구가 하향평준화 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측면이 크다.
코치는 “WBC,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이끈 젊은 선수들도 이젠 제법 나이를 먹었다. 다들 FA 자격을 얻을 때가 되지 않았나. 기회만 있으면 해외 진출을 시도해볼 만 하다”라며 “그들의 뒤를 이을 20대 젊은 유망주들이 안 보이는 게 걱정이다”라고 했다. 현재 국내 리그에서 삼성을 제외하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팀은 그리 많지 않다.
기량이 좋은 선수가 좋은 대우를 받고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건 바람직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자체로 한국야구를 살 찌우는 일이다. 국내 구단 역시 마이너리그에서 끊임없이 기량 좋은 외국인선수를 관찰하고 스카우트하니 말이다. 외국인 선수 역시 국내에서 성장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야구의 세계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
중요한 건 국내리그의 선순환 환경 조성이다. 한국야구 발전의 근본 뼈대는 국내리그의 건강한 성장이다. 그래야 우리도 좋은 선수를 해외에서 영입할 수 있고, 좋은 선수를 해외에 내보낼 수도 있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야구가 발전을 꾀할 수 있다. 해외 스카우트들의 국내야구 대공습. 한국야구가 그 이후 전개될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힘이 있을까. 반드시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위, 가운데), 잠실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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