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KBS가 '드라마 스페셜'을 수요일 심야 시간대로 편성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와 SBS '짝'이다. 그야말로 승부수다.
12일 시간대를 변경하고 방송된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내 지갑 속의 기억'은 시청률 3%(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아쉬운 성적이었고 다른 시청률과 비교했을 때 초라한 수치다. 그렇다고 '드라마 스페셜'을 다시 일요일 늦은 밤 시간대로 변경해야 하나. 아니, 이렇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방송계 여기저기에서는 단막극을 칭찬하고 단막극이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그렇다면 왜 '드라마 스페셜'이 잘 돼야 할까.
'드라마 스페셜'은 스타 PD, 스타 작가의 등용문이다. 최근 스타 작가들의 작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 회당 받는 원고료가 톱스타 한 회 출연료보다 더 높은 경우도 존재한다. 감독과 배우들은 스타 작가에 목을 매고 방송국 역시 스타 작가의 작품에 편성을 내준다. 신인 작가들이 즐비하지만 그들이 설 자리는 없다. 협소한 정도가 아니라 대본을 내밀 기회 조차 박탈당하기 부지기수다.
깜깜한 현실에 놓인 신인 작가들에게 '드라마 스페셜'은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 오로지 대본으로만 평가 받고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보일 기회를 얻게 된다. '직장의 신' 윤난중 작가가 그러했고, '학교 2013' 고정원, 이현주 작가도 '드라마 스페셜'을 통해 발굴된 작가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의 김진원 PD 역시 '드라마 스페셜'로 인정 받은 뒤 바로 뒤이어 대박을 쳤다. '드라마 스페셜'이 없었다면 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유는 '드라마 스페셜'이 드라마의 다양성을 넓혀 준다는 것이다. 드라마도 일일극, 사극,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등 종류는 다양하다. 장르가 다양해지고 있긴 하지만 시청률과 대중성을 따르다 보면 편협해지고 협소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소재로 호평받고 있으나 아직도 대중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음악도 인디음악, 록, 발라드, R&B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사람들 역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선호한다. 드라마에 있어서도 이런 다양성을 존중해 줄 필요성이 있다.
세 번째 '드라마 스페셜'에는 실험정신이 있다. 한국드라마는 왜 일본 드라마보다, 미국 드라마보다 못하다는 평을 들을까. 그 이면에는 평이한 소재와 늘 똑같은 전개, 갈등을 보여준다는 문제점에 있다.
반면 '드라마 스페셜'은 상업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미니시리즈가, 주말드라마가 상업성에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전을 두려워한다면 '드라마 스페셜'이 먼저 실험하고 대중들에게 평가 받으면 된다.
페이크 다큐 형식의 '아트', 힘든 청춘들의 자화상을 다룬 '습지생태보고서', 하층민들의 고달픈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권이', 꿈많던 첫사랑을 비루한 현실에서 재회한 뒤 겪는 이야기를 그린 '스틸사진' 등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없는 신선하고 실험적인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다룰 수 있는 것이 '드라마 스페셜'이다.
드라마는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 속에 산다. 한국드라마는 왜 일본과 미국드라마처럼 못 만드느냐 불만을 터트리기 전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드라마 스페셜'에 한 번 더 눈을 돌려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비판과 질책일지라도 지속적인 관심은 '드라마 스페셜'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고 이것이 결국 한국드라마에 새로운 바람을 이끌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드라마 스페셜'을 봐야 하는 이유다.
['드라마 스페셜-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 = KBS 제공]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