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요즘 삼성은 혼란스럽다.
최근 수년간 선두권에서 순위싸움을 펼쳤던 파트너가 올 시즌엔 바뀌었다. 전통의 강호 두산과 SK가 6,7위로 추락했다. 대신 선두 삼성을 위협하고 있는 팀은 2위 LG를 비롯해 넥센, KIA, 롯데다. ‘엘롯기’ 전성시대가 오랜만에 찾아온 것이다. 여기에 2008년 창단 후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던 넥센까지. 올 시즌에도 선두를 고수 중인 삼성으로선 새로운 상대를 견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 그들의 신바람이 만만치 않다
삼성은 올 시즌 초반 넥센 돌풍에 진땀을 뺐다. 염경엽 감독의 예사롭지 않은 시스템 야구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4월 30일~5월 2일 홈 3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1위자리까지 잠시 내줬다. 이후 삼성은 넥센전 5연패에 빠져있다. 6월 4~6일 목동 3연전서 1무 2패에 그치면서 복수에 실패했다. 삼성은 넥센 특유의 조직적인 야구에 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넥센은 타선이 탄탄한데다 선수들의 상황별 역할 분담이 매우 잘 돼 있다.
넥센은 최근 각종 악재가 겹쳐 8연패로 추락 중이다. 그러나 삼성은 그런 넥센을 멀리 밀어내지 못했다. 겨우 2.5경기 앞서있을 뿐이다. 대신 LG가 최근 엄청난 상승세를 바탕으로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삼성은 21일 대구 LG전서 연장전서 오승환의 포구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주며 LG에 2경기 차로 쫓겼다. KIA도 최근 파죽의 9연승으로 치고 올라왔다. 삼성과 2.5경기 차. 최근 꾸준히 승수를 쌓은 롯데도 3.5경기 차로 추격했다. 삼성으로선 절대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삼성은 이날 전까지 LG에 3승2패로 앞서있었다. 앞선 5경기서 LG와 쉬운 승부를 펼쳤던 건 아니다. 그래도 꼭 필요한 점수를 짜내는 힘과 마운드의 힘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21일 경기선 꼭 그렇지도 않았다. 삼성이 LG의 상승흐름을 꺾어내지 못하고 팽팽하게 맞붙는 모양새였다. 결국 오승환이 무너지는 충격 속에 이번 시리즈 분위기를 LG에 넘겨줬다.
삼성이 사실 LG 상승세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5월 21일~23일 대구 3연전서 1승2패로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특히 23일엔 홈 스틸 같은 야수선택으로 흐름을 넘겨줬었다. 이후 LG는 놀랍게도 1달간 단 1차례도 위닝시리즈를 놓친 적이 없다. 슬그머니 치고 오르더니 이젠 승패 흑자가 +9다. 최근 LG는 탄탄한 불펜을 바탕으로 타선의 신구조화가 절정에 올랐다. 만약 삼성이 22일~23일 경기마저 내줄 경우 두 팀의 승차는 없어진다. 삼성으로선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 계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게 변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2010년 SK 사령탑 시절 “지금 삼성은 계산할 수 없는 팀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라는 말을 했었다. 당시 삼성이 SK에겐 올 시즌 한번씩 바람을 탄 LG 혹은 넥센의 이미지를 풍겼다. 당시 삼성의 2위는 놀랍다는 평가였다. 2009년 세대교체 후유증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2010년에도 4강 언저리를 오가는 성적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신구조화가 잘 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시즌 중반 12연승을 내달린 게 컸다.
꼭 지금 LG가 3년 전 삼성과 비슷하다. 물론 LG의 종착지가 어디인진 알 수 없다. 하지만, 삼성도 3년전 SK와 마찬가지로 지금 LG와 넥센을 계산하고 대항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팀도 마찬가지 입장. 과거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은 계산할 수가 없다. 예측하지 못한 플레이를 펼치면 당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 밖에서 일어나는 플레이. 다른 팀으로선 지금 LG를 한 박자 늦게 견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문제는 이런 신바람이 결국 선두 삼성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것. 그게 삼성의 고민이다. 물론 지금 전력만 놓고 봐도 삼성은 LG, 역시 연승 가도를 달리는 KIA에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진격하는 두 팀을 막아서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달라진 LG에 대항하고 빈틈을 찾아 파고드는 건 좀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지난 20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도망가야 되는데. LG, KIA와 딱 붙었다”라고 아쉬워했다.
▲ 진짜 승부는 30~35G 남은 시점부터!
류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제 시즌 절반 치렀다. 순위 판도에는 변수가 많다. 결국 30~35경기 남은 시점부터 승부처”라고 했다. 류 감독의 표정은 신중했다. 자신감도 보였다. 장기레이스는 에버리지가 지배하는 걸 알기 때문. LG, KIA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들도 어느 시점이 되면 흐름이 잠잠해질 것이고, 그 틈을 공략해 선두를 수성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 가능하다.
삼성으로선 결국 버티기다. 한창 독이 오른 팀들에 맥없이 무너지지만 않으면 된다. 최근 삼성 내부적인 전력을 봐도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 박한이, 채태인, 박석민 등 부상 중인 타자가 몇몇 있는데다 공격 응집력이 시즌 초반만 못하다. 선발투수들도 6월 들어선 조금씩 삐걱거린다. 내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이래저래 현재 환경만 놓고 보면 삼성이 진격하는 ‘엘롯기’를 막기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삼성이 그들에게 밀려 나가 떨어질 정도로 페이스가 완전히 떨어진 건 아니다. 당분간 상위권 흐름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삼성 선수들(위), LG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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