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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드라마에 푹 빠져 살던 열혈 시청자들은 어디로 다 사라진 것일까. 2013년 상반기 공중파에는 소위 말하는 '대박' 드라마가 사라졌다. 톱스타, 또는 화려한 스케일과 막대한 제작비를 앞에서 마케팅을 펼친 드라마들 마저 쪽박이 아니면 다행이었다.
과거에는 시청률 30% 이상 넘어야 '대박' 혹은 '국민 드라마'라는 호칭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2013년 상반기 공중파 드라마만 살펴본다면 20%만 넘어도 소위말해 '대박'이었다. 이렇게 상대적인 수치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대박'이라 불리는 드라마는 MBC '마의'와 SBS '야왕' 단 두작품 뿐이었다.
▲ MBC, '마의'와 '구가의 서'로 부끄러운 '드라마 왕국'
MBC는 이런 대박 드라마 가뭄 속에 두 작품으로 드라마 왕국에 등극했다. 바로 월화드라마 '마의'와 그의 후속작 '구가의 서'다. '마의'는 자체 최고 시청률 21%(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자체 최고 시청률 기준)를 기록했으며, '구가의 서'는 19.5%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평일 공중파에서 방송된 드라마 중 '마의'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21%라는 수치는 사실 부끄럽기만 하다. 사극의 제왕 이병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동안 이병훈 감독의 작품의 기록을 살펴봤을 때 '마의'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복병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애초에 경쟁작으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KBS 2TV '학교 2013'이 '마의'를 막아섰다.
'학교 2013'은 '마의'를 끊임없이 위협하며 월화극 1위를 호시탐탐 노렸다. 결국 '마의'가 월화극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실로 불안한 싸움이었고, 자존심 상하는 대결이었음은 분명하다.
월화드라마 '7급 공무원'은 10% 중반을 간신히 넘긴 16%를 기록했으며, 송승헌, 신세경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는 12.1%를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중박은 쳤지만, 처음 기대만큼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7급 공무원'은 영화 '7급 공무원'을 봤던 이들에게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지만, 다소 무거운 내용과 생각만큼 발랄하지 않았던 스토리로 인해 중박에 그쳐야 했다.
'남자가 사랑할 때' 역시 신세경이 맡은 서미도의 캐릭터에 대한 불만과 지지부진한 전개 등으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지는 못했다.
▲ 대박 없는 KBS, 중박과 쪽박 사이
KBS는 대박 작품이 실종됐다. 의외로 선전한 작품은 있지만 겨우 10% 중반대를 넘겼을 뿐, 20%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작품은 바로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다. '아이리스2'는 시즌1의 명성을 이어받아 화려하게 시작했다. 제작발표회 역시 그 기대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이리스2'에서 가장 화려했던 것은 드라마가 시작하기 직전과 첫방송이 방송되던 날이다.
자체 최고 시청률 역시 첫방송이 기록한 14.4%였다. 이후 시청률이 하락하게 시작했고, 시즌1의 명성은 따라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먹칠을 했다. 이는 송혜교, 조인성 주연으로 많은 화제를 일으킨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영향이 컸다.
나름 선전을 펼쳐준 작품은 '마의'와 맞서 싸운 '학교 2013'과 김혜수 주연의 '직장의 신'이었다. '학교 2013'은 '드림하이2'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학교 시리즈의 부활을 외친 KBS의 폐기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경쟁작은 '마의'였다. 그 누구도 높은 시청률은 기대하지 못했지만, 자체 최고 시청률 15.8%라는 기록을 세웠다. 기대하지 않았던 자식이었지만, 결국 KBS의 체면을 높여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직장의 신'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한 '광고천재 이태백'의 후속작이었으며, 방송 직전 김혜수의 논문표절사건이 불거지면서 불안 불안했다. 하지만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이끌어내며 14.6%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의외의 선전이었지,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인심 써서 '중박'정도로 평가를 내려줄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 '전우치'도 이런 드라마 시청률 추이를 봤을 때 나쁜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화제를 끌지 못하며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아쉬운 작품은 '천명'과 '상어'다. '천명'은 이동욱의 사극 도전이라는 점과 최근 화제를 모은 '부성애'를 주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두 자릿수를 결국 넘지 못하고 종영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아쉬운 9.9%에 불과했다.
'상어'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손예진과 김남길의 안방극장 복귀작임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첫방송에서 아역배우들의 열연에 호평을 받았지만, 계속된 시청률 하락을 겪어야 했다.
▲SBS, '야왕' 없었으면 어쩔 뻔…
SBS의 유일한 대박 드라마는 권상우, 수애 주연의 '야왕'이다. '야왕'은 자체 최고 시청률 22.5%를 기록했다. 이는 '야왕'에게도 자체 최고 시청률이지만, 2013년 상반기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야왕'은 방송중 막장논란에 수차례 휩싸였다. 악녀 주다해 역으로 출연한 배우 수애는 온갖 욕을 다 들어야 했다. 그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펼쳤지만, 그만큼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일명 '욕드'(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유행하는 시점에서 '야왕'은 시청자들의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자체 최고 시청률 면에서도 SBS는 1위였지만, 자체 최저 시청률 면에서도 1위에 등극했다. 바로 신하균과 이민정이 손을 잡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이 그것. '내연모'는 사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거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평균 시청률 4~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갈 만도 했지만 자체 최저 시청률인 4%로 종영했다.
SBS의 기대작 '대풍수'와 김태희의 사극이자 장희빈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것으로 화제를 모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 역시 대박을 기록하진 못했다. 각각 최고 시청률 10.8%, 11.4%로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며 조용히 종영했다.
SBS에도 의외로 선전을 펼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그 주인공이다. '학교 2013'으로 대세남이 등극한 이종석과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이보영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작품은 첫방송 이후부터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16.1%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평일 공중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하락한 이유는 비단 한두가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운로드 사이트의 발전으로 굳이 본방송이 아니라도 곧바로 다운을 받아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중파'라는 메리트가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신선한 케이블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의 눈도 상당히 높아졌다. 이런 눈 높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서는 공중파 방송사들도 작품성은 물론이고, 소재의 신선함에도 신경을 써야 될 시점이 온 것이다.
['마의' '구가의 서' '아이리스2' '야왕' '그 겨울' 포스터. 사진 = MBC, KBS, SBS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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