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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6년 간 암흑기를 보내던 MBC '일밤'의 부활은 상반기 예능프로그램 트렌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올 초만 해도 방송 3사의 역량이 총집중되는 일요일 오후 황금시간대에서 선두를 다툰 프로그램은 SBS '일요일이 좋다'와 KBS 2TV '해피선데이'였지만, 6월 말 현재 독주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일밤'이다.
'일밤'의 선두 도약은 오랜 시간 대세 트렌드였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하락세와 맞물려 이뤄졌다. 그간 '해피선데이'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 투톱조합을 내세워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해왔지만, 상반기 동안 '1박 2일'은 국내 명소를 소개한다는 특유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게임과 벌칙만을 반복하는 식상한 구조 속에 하락세를 보였다.
남자가 죽기 전에 해봐야할 101가지 과제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던 '남자의 자격'도 97번째 미션을 끝으로 4년 만에 폐지라는 운명을 맞았다. 일요 예능 최강자로 군림해오던 '일요일이 좋다-런닝맨'도 동시간대 '일밤-진짜 사나이'의 상승세 속에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출연자들이 주어진 환경 속에 미션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비추는 예능 장르다. 과정에서 시청자는 익숙해진 출연자 캐릭터의 행동 패턴과 예상치 못했던 변수를 통해 웃음을 얻게 된다.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을 연 MBC '무한도전'의 성공 후 방송 3사는 제각기 차별점을 더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을 내세운 '1박 2일', 가상 가족이라는 설정을 콘셉트로 한 '패밀리가 떴다', 다양한 연령대 남자들의 도전을 내세운 '남자의 자격', 추격전을 특화시킨 '런닝맨' 등이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리얼 버라이어티 중 안정적인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인 출연자의 캐릭터 생성까지 도달한 프로그램은 소수였다. 또 무리하게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리얼이라는 단어와 달리 작위적인 상황 연출을 선보이는 경우도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무엇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난립으로 프로그램 간 차별화는 어려워졌고, 과정에서 나타난 아이디어의 고갈과 제작진 개입의 증가는 2013년 상반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동반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어 공개된 '진짜 사나이'의 경우에도 남녀에 따라 추억과 호기심이 공존하는 군대라는 특수한 소재를 활용해 시선을 끌었다. 또 촬영이 진행되는 4박 5일 간 24시간에 걸쳐 가동되는 카메라는 병영 체험에 나선 스타들이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할 만큼 솔직한 모습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보다 제작진의 개입이 더 적어진 관찰 예능이 새롭게 부각된 순간이었다.
'일밤'의 성공 후 안방극장에는 MBC '나 혼자 산다', KBS 2TV '인간의 조건' 등 시청자가 CCTV와 같이 설치된 카메라로 출연자의 자연스런 일상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가고 한 단계 진화한 관찰 예능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사진 = KBS-M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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