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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과거에는 유재석, 강호동의 출연만으로 해당 예능프로그램의 흥행여부를 점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출연했던 MBC '무한도전'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국민 프로그램으로 거듭났고, 이들은 '국민MC'로 명명됐다. 두 사람을 섭외하고도 프로그램의 흥행을 실패했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작진에게 돌아갔다.
2013년 상반기 예능프로그램의 판도가 달라졌다. 이제는 한 사람의 힘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시대에서 프로그램 전체의 구성이 얼마나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는가로 예능의 흥망성쇠가 좌우된다. 꼭 강호동, 유재석이 아니어도 된다. 출연진이 아닌 프로그램 자체가 각광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강호동은 지난해 10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통해 1년 간의 공백을 깨고 복귀했다. 잠자던 국민MC 강호동의 복귀는 그 자체로 세간의 화제였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단독편성에 이은 KBS 2TV '달빛프린스'의 신규편성까지, 강호동의 복귀는 신속하게 이뤄졌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지지부진했다. '무릎팍도사'는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했고, '달빛프린스'는 방송 2달만에 폐지됐다.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강호동이 선택한 것은 리얼버라이어티였다. 강호동은 윤종신, 김범수, 김현중, 슈퍼주니어 은혁, 애프터스쿨 유이, 유세윤과 함께 팀을 이뤄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로 재기를 꿈꿨다. '달빛프린스' 역시 체육을 접목한 리얼버라이어티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맨발의 친구들' 역시 시청률 부진에 허덕였고,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다운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진은 강호동의 책임으로 보기보다 달라진 시청자들의 예능 선호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꾸준한 유재석 뒤 '런닝맨'의 조용한 부진.
또 다른 국민MC 유재석은 꾸준하다. 어떻게 보면 영원한 국민MC의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며 실제 자신의 역할을 변함없이 소화하고 있다.
유재석은 올 상반기에도 '무한도전'으로 건재함을 알렸고,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KBS 2TV '해피투게더3'의 진행을 맡으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출연자들을 하나로 묶는 그 만의 진행 방식은 그 자체로 안정감을 주며 유재석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유재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톱클래스지만 현재 예능 판도는 그렇지 않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던 '런닝맨'은 일찌감치 '일밤-아빠! 어디가?'에 밀려 왕좌를 내주었고, 지난 9일에는 시청률 14.5%를 기록한 '일밤-진짜 사나이'에게도 밀려 3위를 기록했다.
▲몸이 10개라도...신동엽의 약진.
CJ E&M은 지난 18일 케이블채널 tvN '환상속의 그대'의 편성 사실과 신동엽의 MC 발탁을 발표했다. '환상속의 그대'는 매회 한 명의 셀럽을 선정, 셀럽과의 이상형을 꿈꾸는 50인의 후보 중 최후의 1인을 선정하는 주선 버라이어티다.
MBC는 지난 24일 "신동엽과 전현무가 '셀러브리티 스플래시' 공동 MC로 발탁됐다"고 밝혔다. 이는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방송된 후 영국, 호주, 프랑스, 중국, 미국 등 전세계 20여개국에서 인기리에 제작 및 방송 중인 스포츠 리얼리티쇼를 국내 버전으로 제작한 다이빙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로써 신동엽은 총 11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현재 SBS 'TV 동물농장',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tvN 'SNL 코리아', 채널A '웰컴 투 돈월드', QTV '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 E채널 '용감한 기자들', TV조선 '아내는 모른다'를 진행하고 있다.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신동엽의 약진은 국민MC로 불리기에 충분하지만 달라진 시청자들의 눈은 그를 국민MC로 부르지 않는다. 이 모든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두 프로그램이 바로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이다.
MBC '일밤'은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성공을 예능 왕국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현재 '아빠! 어디가?'는 매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며 '진짜 사나이'는 그 뒤를 잇고 있다.
'아빠! 어디가?'는 윤민수-후 부자, 김성주-민국 부자, 성동일-준 부자, 이종혁-준수 부자, 송종국-지아 부녀의 가족 이야기를 담으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녀들과 아빠와의 사랑과 갈등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아버지들과 자녀들의 공감대를 자아냈고,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은 기존 리얼버라이어티의 2% 부족했던 면을 채우며 호평 받았다.
리얼입대프로젝트를 표방한 '진짜 사나이'는 군대를 예능으로 소화하며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훈련소 입소부터 자대 배치는 물론이고 백마부대, 포병부대 등 매 달 체험할 부대가 바뀌어 기대감을 자아낸다.
배우 류수영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일등병사로 자리매김했으며, 서경석은 부모님같은 푸근함으로 중년의 저력을 보여줬다. 김수로는 어깨 부상에도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열정을 보였고, 손진영과 샘 해밍턴은 소위 '구멍병사'로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새로 합류한 장혁과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 역시 프로그램에 잘 녹아든 모습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출연진보다 프로그램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가진다. 누가 출연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재미와 감동은 이미 정해진 프로그램의 포맷에서 형성된다. 예능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더 이상 '강호동, 유재석 나와?'가 아닌 얼마나 현 세대를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강호동-유재석-신동엽(위쪽사진 왼쪽부터). '일밤-아빠! 어디가?' 출연진과 '진짜 사나이' 출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MBC 제공]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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