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년과 닮은 듯 다르다.
삼성은 14일 대구 한화전이 장맛비로 취소되면서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전반기를 마쳤다. 45승 31패 2무였던 지난해에 이어 43승 28패 2무로 2년 연속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삼성으로선 의미있는 성과다. 올 시즌 전력 약화 속에서도 일단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삼성의 전반기는 분명 닮은 듯 달랐다.
▲ 어려움 극복해낸 전반기 1위, KS 직행 멍석은 깔렸다
지난해와 올 시즌 전반기의 공통점 하나. 어려움을 뚫고 1위를 지켜냈다는 점. 결코 순탄치 않았던 전반기였다. 지난해 전반기는 스타트 자체가 좋지 않았다. 4월 7승 10패로 마치면서 중, 하위권으로 처졌다. 5월을 마칠 때 가까스로 시즌 첫 5할 승률을 거뒀고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승수 쌓기에 나섰다.
올 시즌엔 초반 부진이 없었다. 개막 2연패로 시즌을 출발했으나 곧바로 NC와 한화를 상대로 연승을 내달렸다. 4월 보합세로 시즌을 출발한 뒤 5월에 급피치를 올리며 쭉쭉 치고 올라섰다. 상대적으로 지난해보다 선두 자리를 쉽게 꿰찼다. 하지만, 6월 초 선두에 올라서자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넥센, LG 등의 끝없는 위협과 함께 삼성 내부적인 전력 누수가 발생하면서 달아나지 못한 것.
지난해보다 올해 더 불안한 선두다. 지난해 전반기를 마쳤을 당시 2위 롯데에 4경기 차로 앞서있었다. 뒤이어 넥센, 두산, KIA가 1~2게임 간격으로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15일 현재 2위 LG는 삼성에 단 1.5경기 떨어져있다. 3위 넥센도 삼성과 단 2경기 차다. 4위 두산부터 삼성과 5게임 이상 벌어진 상태. 삼성으로선 어려움을 극복한 뒤 얻은 2년 연속 전반기 1위인 건 맞다. 한국시리즈 직행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결과지만, 결코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 2012년 전반기 우등생과 열등생들의 엇갈린 행보
삼성의 전반기 최대 수훈선수는 톱타자 배영섭과 중심타선의 최형우, 채태인이다. 배영섭은 타율 0.320 18도루 44득점으로 리그 최고의 톱타자로 거듭났다. 최형우도 타율 0.304 16홈런 52타점, 채태인도 타율 0.358 6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이들이 타선의 중심을 잡으면서 삼성 공격이 한결 강력해졌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해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던 선수들. 배영섭과 최형우는 지난해 5월 중순 1군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채태인은 지난 시즌 중반 이후 아예 중용되지도 못했다. 아픔을 딛고 한 단계 성숙했다.
반면 지난해 전반기서 쾌조의 활약을 펼쳤던 이승엽, 박석민, 진갑용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한국 10시즌 통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7월 들어 살아난 건 확실하지만, 6월까지 이름값엔 미치지 못했다. 박석민과 진갑용도 잔부상과 부진 속에 지난해 전반기 같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진갑용은 후배 이지영에게 사실상 주전 마스크를 넘기면서 올 시즌 입지가 다소 줄었다.
▲ 떨어진 투타 응집력, 후반기 마냥 낙관할 순 없다
삼성은 15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3.87로 2위다. 14일 롯데가 NC에 대량실점하면서 3위에서 2위로 올라갔으나 지난해 3.39, 지지난해 3.35라는 짠물 마운드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팀 타율은 0.275로 리그 3위. 지난해 0.272와 큰 차이는 없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의 약화가 수치로도 드러났다. 정현욱과 권오준의 이탈로 생긴 공백. 심창민이 메워줬으나 최근 정체기를 겪고 있다. 신용운, 김희걸, 박근홍, 백정현 등 류 감독이 잘 해주길 기대했던 불펜 투수들도 생각만큼 올라오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5월 중순 이후 선발진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승수 쌓기가 힘겨웠다. 급기야 릭 밴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가 부진과 팔꿈치 부상으로 전반기 막판 2군으로 떨어졌다. 삼성이 후반기에 좀 더 안정감 있는 레이스를 하고 싶다면 불펜 투수들과 외국인투수들의 각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확실히 삼성의 투타 응집력이 지난해만큼은 아니다. 외부에서 삼성을 평가할 때 예년보다 힘이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삼성으로선 일단 5월의 좋은 흐름을 언제 되찾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다음 경쟁자들의 행보를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전통의 강호 두산, SK가 주춤한 대신 LG, 넥센이 좀처럼 흐름이 꺾일 분위기가 아니다. 이들은 삼성의 선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최근 포스트시즌에 올라온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후반기 행보 예상이 쉽지 않다. LG, 넥센의 흐름이 꺾일 경우 삼성의 선두수성은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그러나 삼성이 전반기 막판처럼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는 사이 LG와 넥센은 물론이고 두산, SK, KIA 등도 후반기에 한번쯤은 흐름을 탈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의 후반기 선두수성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삼성의 2년 연속 전반기 1위는 분명 큰 성과다. 하지만, 3년연속 한국시리즈 직행, 지금으로선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삼성 내부적인 전력과 외부의 사정이 결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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