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WKBL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거죠.”
WKBL 직원들은 진땀을 훔쳤다.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15일 서울 등촌동 WKBL 사옥.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외국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선수를 뽑기도 전에 지명순서를 놓고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드래프트 순번 추첨 방식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WKBL은 애당초 지난해 최종 5~6위팀이 1라운드 1,2순위를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마찬가지로 3~4위팀이 1라운드 3,4순위, 1~2위팀이 1라운드 5,6순위를 뽑을 수 있게 했다. 순위추첨 룰렛에 탁구공을 집어넣은 뒤 해당팀 감독이 나와서 공을 뽑으면, 공에 적힌 숫자가 적은 팀이 우선권을 갖는 방식이었다. 룰렛 속 탁구공엔 1~10이 무작위로 적혀있었다.
해프닝은 1라운드 3,4순위를 결정하는 신한은행과 KB가 벌였다. KB 서동철 감독이 먼저 나와서 룰렛을 돌리다 멈추면서 1번 탁구공을 뽑았다. 이어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나와서 룰렛을 돌렸다. 그런데 탁구공이 룰렛에서 정상적으로 돌지 않은 채 툭 튀어나왔다. 드래프트 사회를 보던 WKBL 관계자는 임 감독에게 다시 룰렛을 돌리라고 했다.
이때 서 감독이 임 감독이 탁구공 번호를 확인했기 때문에 다시 뽑지 말고 그 숫자에 적힌대로 드래프트 순번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임 감독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공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다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명 “파울”이라는 것. 결국 신한은행이 1번을 뽑았고 3순위를 가져가는 듯했다. 그러자 서 감독이 다시 반발했다.
결국 WKBL은 휴정을 선언했다. 잠시 후 신선우 WKBL 총재가 “연맹이 잘못했다. 준비가 부족했다. 이번 추첨은 무효로 하고 다시 추첨을 하겠다”라고 했다. 임 감독과 서 감독 모두 언짢은 표정을 지었으나 결국 재추첨을 했다. KB는 8번, 신한은행은 5번을 뽑으면서 신한은행이 3순위, KB가 4순위를 가져갔다.
신한은행은 1라운드 3순위로 세키나 스크리클렌을 뽑았다. KB는 1라운드 4순위로 모니크 커리를 뽑았다. 결과적으로는 윈-윈이 됐다. 임 감독은 “세키나를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했고, 서 감독도 “우리가 1라운드 1순위를 갖고 있더라도 커리를 뽑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 감독은 “뒷순위가 나왔지만, 커리도 뽑고 2라운드 순위도 당겨졌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임 감독과 서 감독은 드래프트 이후 “일 처리가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원하던 선수를 뽑으면서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WKBL은 이에 대해 내년 드래프트에서 보완을 하겠다고 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거죠”라는 WKBL 직원의 재치가 돋보였지만 사실 WKBL 직원들도 식은 땀을 줄줄 흘린 해프닝이었다.
[WKBL 감독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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