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나도 불안한 행보였다.
전반기가 마무리됐다. 한화는 22승 51패 1무 승률 0.301로 최하위다. 8위 NC에도 무려 6경기 뒤진 압도적인 최하위. 한화는 김응용 감독을 영입해 리빌딩과 함께 더 나은 미래의 초석을 다지려고 했다. 하지만, 전반기만 놓고 보면 별로 재미를 본 건 없었다. 한화 팬들은 한화 야구에 재미도, 희망도 찾지 못했다. 그야말로 참담했던 전반기였다.
▲ 타율 아닌 승률 0.301, 전반기 한화의 현실 고스란히 녹아있다
승률 0.301. 팀 타율이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승률이다. 3연전을 치르면 1경기를 이기기도 쉽지 않았다는 소리다. 한화의 승률 0.301은 과거 빙그레 시절까지 포함해 구단 역사상 두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빙그레 원년 1986년 승률이 0.290이었다. 순수 한화 시절만 놓고 보면 2009년 0.346보다도 낮은 역대 가장 낮은 승률이다. 역대 한 시즌 3할 승률을 기록하지 못한 팀은 1982년 삼미(0.188), 1986년 빙그레(0.290), 1999년 쌍방울(0.224), 2002년 롯데(0.265) 등 네 팀이었다. 한화가 이 불명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김응용 감독은 선수단 파악을 하느라 전반기를 다 보냈다. 6월 이후 1군과 2군, 주전과 백업 등의 경계가 비교적 뚜렷해졌다. 마운드 보직도 어느정도 안정감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서 나타난 ‘3루수 김태완’ 등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선수 기용도 종종 나타났다. 투수 기용도 팬들 입장에선 고개를 갸웃거린 장면이 종종 있었다. 리빌딩을 위한 것인지, 성적을 위한 것인지 불분명한 선수기용은 한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통산 1498승을 기록한 김 감독도 1500승이 눈 앞에 다가왔으나 기뻐할 여유란 없다.
팀 평균자책점이 5.67로 압도적인 최하위다. 대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는 압도적인 1~2선발과는 거리가 있다. 이브랜드는 삼성을 제외한 팀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김혁민도 기복이 심했다. 선발 한 축을 맡아줄 것이라 기대했던 유창식은 부진과 부상이 겹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안승민도 마무리 연착륙에 실패했다. 이들을 대체해줄 자원이 없다는 건 더 큰 문제다. 불펜에선 믿고 맡길만한 투수가 송창식이 유일했다. 최근엔 조지훈, 임기영, 이태양 등을 적극 실험 중이다. 그러나 중심 축이 없는 상황에서의 리빌딩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타선에선 중심축인 김태균이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견제를 받자 5월 이후 부진에 빠졌다. 7월 되살아난 건 다행이지만, 최진행, 김태완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진 못했다. 그나마 전반기 중반 이후 베테랑 고동진과 추승우가 맹활약했다. 시즌 중 송광민이 제대해 유격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내야진 경쟁이 촉발된 것도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젊은 기대주들의 성장은 더뎠다. 한화의 팀 타율은 0.257로 최하위. 26개의 팀 홈런, 255개의 팀 타점, 274개의 팀 득점 모두 최하위다. 득점권 타율 0.256로 최하위, 희생타도 34개로 최하위. 폭발력도, 짜임새도, 꾸준함도 모두 떨어졌다. 실책은 45개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적다.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엄청나게 많았다. 마운드에서 줄 점수를 다 내주고 제대로 치지를 못하니 2할대 승률 추락을 걱정하는 것이다.
▲ 전반기 MVP, 어려운 팀 사정 속에서 고군분투한 송창식
최악의 전반기를 보낸 한화에 MVP가 있을까. 굳이 꼽자면 마무리 송창식이다. 송창식은 34경기서 2승 5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도 3회이고 WHIP도 1.42로 썩 완벽한 마무리 실력을 뽐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송창식의 역투는 한화의 혼과도 같다. 7회에 마운드에 오른 적도 있었고 동점 상황, 심지어 1~2점 뒤질 때도 등판했다. 일반적인 마무리 투수와는 달랐다. 한화에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적기 때문에 송창식은 그야말로 애니콜이었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정도 성적을 낸 건 칭찬받아야 한다.
송창식은 셋업맨으로 올 시즌을 출발했다. 그러나 안승민이 개막전부터 블론세이브를 범하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됐다. 전반기 막판 또 다른 마당쇠 박정진이 가세했으나 아직 투구내용이 안정적이지 않다. 결국 류현진, 박찬호, 양훈의 공백으로 생긴 부하, 유창식과 안승민의 부상에 따른 부하를 송창식이 상당 부분 떠받치는 모양새였다. 송창식은 후반기에도 김 감독이 부르면 출격할 태세다. 4강 진입이 쉽지 않은 한화. 송창식의 어깨에 최후의 자존심인 3할 승률을 지켜내느냐가 달렸다.
[한화 선수들(위), 송창식(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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