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대에 패를 다 보여주고 고스톱을 시작한다면?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상대는 내 패를 다 알고 천천히 움직여도 된다. 내가 점수를 내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패를 낸다. 오로지 뒷 패가 잘 따라붙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건 질 확률이 높은 게임. 일종의 모험이다. 삼성과 KIA가 지금 처한 상황도 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눈 앞의 경기만 신경을 써도 모자랄 판에 장외에서 대단한 승부수를 걸어놓은 상태다.
7월 26일. 이제 정확히 20일 남았다. 8월 15일은 선수등록 데드라인이다. 이 날짜를 넘겨서 영입한 선수는 정규시즌 최종전까지만 뛸 수 있다. 포스트시즌은 뛸 수 없다. 우승하는 데 앞장서라고 영입하는 외국인투수.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다면 별 무소용이다. 삼성과 KIA는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하지만,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와 앤서니 르루를 더 이상 데려가긴 어려웠으니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 선동열 감독, “용병 트레이드, 해봤는데 잘 안되더라”
KIA 선동열 감독은 2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특유의 솔직 화법을 선보였다. “용병 트레이드, 우리도 시도를 해봤다. 잘 안 되더라. 카드가 안 맞는다. 할 땐 과감하게 해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선 감독은 국내 특유의 경직된 트레이드 문화를 아쉬워했다. 대부분 현장 감독들이 이런 말을 한다. 트레이드는 현장과 프런트가 함께 하는 것.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 거래를 최종 재가하는 고위층에서 고개를 저으면 거래는 틀어지기 일쑤다. 최근엔 유연한 흐름으로 많이 바뀌었다지만, 완전한 건 아니다.
특히 외국인투수가 매물로 끼인 트레이드는 일반적인 국내 선수 트레이드보다 더 힘들다는 게 정설. 국내엔 2005년 다니엘 리오스 이후 8년간 외국인선수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팀의 핵심인 외국인투수를 내주는 팀 입장에선 최대한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한다. 전도유망한 젊은 주전선수 아니면 핵심 선수를 바란다. 하지만, 외국인투수를 받아오고 싶은 팀은 또 그건 부담스럽다. 어차피 외국인투수는 1~2년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손해 보는 거래를 하고 싶진 않다.
▲ “열심히 찾고는 있는데…” 뉴 페이스, 3주내에 볼 수 있을까
KIA 홍보팀 관계자는 “권윤민 스카우트가 3주전부터 해외에 나가있다. 열심히 찾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현 시점에서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찾는 일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모든 팀은 시즌 중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외국인선수 ‘위시 리스트’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들에게 접근해봤자 헛수고인 경우가 많다.
한 야구관계자는 “구단들이 마음에 드는 후보는 수준이 높아서 지금 한국에 들어오기 힘들다”라고 귀띔했다. 한국야구의 수준이 높아져서 최소 트리플A급이 아니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선 트리플A를 넘어 빅리그 백업 수준은 돼야 성공 확률이 높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들은 현 시점에서 메이저리그 콜업을 노리지, 한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확대엔트리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9월 1일부터 적용된다. 메이저리그로 올라가면 봉급을 더 많이 받는 스플릿 계약을 맺은 선수도 있다. 이러니 한국 스카우트들의 ‘말 빨’이 통하기 쉽지 않다.
결국 돈이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제 원리상 어쩔 수 없는 수순. 이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대체 선수로 몇 개월 계약하는데 1년치 연봉을 달라고 하니 계약이 잘 되겠나”라고 혀를 끌끌 찼다. 이러니 국내 구단 입장으로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다급한 입장을 고스란히 밝히고 쉽게 넘어오기 힘든 선수를 8월 15일까지 무조건 영입해야 하는 현실. 내 패를 다 보여주고 시작한 고스톱이다.
여기서 자유로워지려면, 결국 좀 더 낮은 급의 선수에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영입하기는 좀 수월해도 이번엔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더구나 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까지 맡겨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모험이다. 선동열 감독은 급기야 “정 안 되면 국내선수만으로 갈 생각도 있다.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굉장히 허탈한 표정이었다. 일종의 딜레마다.
▲ 삼성·KIA의 딜레마, 최후의 선택은
삼성과 KIA는 어떤 선택을 할까. KIA가 외국인투수 트레이드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게 사실로 드러났다. 트레이드 마감일은 31일. 현 시점에선 뭐라고 점치기가 어렵다. 트레이드라는 게 워낙 비밀스럽다. 카드가 안 맞더라도 또 갑자기 상황이 진전될 수도 있다. 심지어 한화 김응용 감독은 25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대니 바티스타를 트레이드 할 수도 있다는 과감한(?) 발언도 내놓았다. 단, 외국인투수 트레이드가 국내선수 트레이드보다 훨씬 더 힘겨운 건 분명해 보인다. 시간이 5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역시 양날의 검이다.
삼성과 KIA가 31일까지 용병 트레이드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결국 마이너리그에서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데려올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면 차선택이라도 택할 수밖에 없다. 선 감독이 말한 “국내선수만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건 최후의 시나리오다. 삼성의 경우 에스말린 카리다드라는 투수를 경산볼파크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영입 우선 순위가 아닌 플랜 B이자 보험이다. 삼성은 일찌감치 해외에 관계자를 내보냈다. 만약 8월 초까지도 성과물을 건지지 못한다면 카리다드와 전격 계약할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순 없다.
[선동열-류중일 감독(위), 삼성 덕아웃(가운데), KIA 덕아웃(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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