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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변태와 신경안정제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을 변태, 자신을 신경안정제라 말했다. 사실 변태, 신경안정제라는 단어는 봉준호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을 "변태 감독"이라 말하는데 스스럼이 없다. 여기에 '설국열차'의 주연배우 송강호와 고아성이 외국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휴먼 신경안정제"라고 말하며 애정을 표현해 왔다.
송강호 역시 "변태와 신경안정제"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그와 봉준호 감독의 사이는 돈독하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살인의 추억'을 선보인지 벌써 10년이 흘렀고, 그 사이 단순히 배우와 감독이 아닌 끈끈한 동지애를 지닌 절친한 동료가 됐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7년 만에 작업을 다시 하게 됐지만 십여년 동안 작업한 것과 다름없다. 개인적으로는 2살 어린 후배지만 영화적으로는 존경하는 감독이고 동지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성공여부를 떠나 나에겐 뜻 깊은 작품이고 기다려왔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사실 송강호는 '설국열차'에 합류한 후 봉준호 감독의 듬직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몸과 마음의 괴로움을 안고 도착했던 프라하의 공항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봉준호 감독, 고아성, 스태프들의 얼굴을 본 뒤 편안함과 안도감, 듬직함을 느꼈던 것. '설국열차'는 체코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촬영됐다.
송강호는 "처음 프라하 공항에 내렸을 때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다. 스케줄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솔직히 전작의 흥행도 안 좋았다. 몸도 지치는데 마음까지 지쳐서 파김치가 됐다.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 고아성과 일부 한국 스태프들이 미리 가 있었는데, 스크린 도어가 열리는 순간 이 사람들이 보였다. 다 나와 있더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일 아닐 수도 있지만 그 당시 내가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이 손을 흔드는데 '봉준호가 저런 사람이구나', '송강호란 배우에게 봉준호는 정말 듬직한 사람이구나'를 느꼈다"고 말한 뒤 쑥스러운지 "물론 고아성 양이 눈에 먼저 들어오긴 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보면 자잘하지만 결정적으로 감격적인 순간이 있는데 그 때가 그랬다.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뜻 깊고 의미가 싶다. 지친 송강호에게 정말 오아시스의 샘물 같은 사람들이고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이런 애정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설국열차'가 공개된 후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상황. 혹자는 "역시 봉준호"라며 극찬을 보내는 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봉준호 감독의 색이 바랬다"라고도 평가한다.
송강호는 "평가가 갈리는 걸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좀 아쉽다는 평을 하는 분들도 영화에 대한 퀄리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생각한 이미지와 달라 아쉬워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 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또 좋아하는 분들은 굉장히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문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다. 약간의 논란이 오히려 좋은 것 같다. 백프로의 관객이 모두 좋다고 말하는 착한 영화는 매력이 없다. 또 매력이 없다 보니 잘 안 된다. 뭔가 각각의 느낌점이 달라줘야 영화가 다양해진다. 그래서 그런 점에서 봤을 때는 크게 우려할 지점이 아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의 믿음도 만만치 않다. 송강호에게 '설국열차'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신을 선물한 것. 꼬리칸의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일행은 감옥에 수감돼 있던 열차의 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와 합류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기차 앞부분을 향해 돌진하게 된다. 송강호는 이 때 한국어 대사와 함께 처음으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송강호는 "남궁민수의 한국어는 사실 계산된 것이다. 관객들이 영어대사를 들으며 따라오다 한국어를 듣게 되는 지점에서 이 영화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획일화 된 열차가 아니라 다양한 사고와 입장 그리고 내면을 지닌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걸 강하게, 이질적으로 나타냄으로 해서 '설국열차'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또 영화가 다시 동력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포인트가 가장 중요하다"며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서로의 신뢰와 믿음으로 뭉쳤던 두 사람은 '설국열차'를 선보인 후 잠시 각자의 길을 갈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은 차기작을 선정 중이다. 또 1년 6개월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던 송강호는 올해 '관상'과 '변호인'을 연달아 개봉하며 관객과 좀 더 자주 만날 예정이다.
송강호는 "어떻게 하다 보니 세 편의 개봉 시기가 몰렸다. 다행스러운 건 이 세편이 다 다르다는 점이다. 시대배경만 놓고 봐도 미래와 과거, 현재를 이야기 한다. 인권변호사, 관상가, 보안설계사인데 다 상이한 캐릭터다. 앞으로 보여줄 두 편의 영화도 완성도 면에 있어 부끄럽지 않다. 자주 보게 되겠지만 무척 다른 캐릭터고 작품이라 오히려 다양하게 즐길 수 있기 않나 싶어 기쁘고 기대가 된다"며 설레 했다.
올해 하반기 스크린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뽐낼 배우 송강호가 세 편의 작품 중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의 멈출 수 없는 반란을 그려낸 영화다. 오는 31일 전야 개봉.
[배우 송강호.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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