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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지 않는 예능, '무한도전'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진짜 루왁 커피를 가려내라며 멤버들에게 인스턴트커피 두 잔을 준 뒤 그들이 "루왁 커피는 시큼한 맛이 있다", "빛깔에서 알았다. 깊은 향, 혀끝에 감도는 맛이 있다" 등 잘난 체 하는 걸 보고 굳이 허영 가득한 문화를 비판했다고 해석할 필요도 없다. 멤버들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공주인 척 하는 말투, 김태호 PD에게 속아서 발끈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웃기고 즐거운, 그게 바로 MBC '무한도전'이기 때문이다.
요즘 '무한도전'은 특별한 장기 프로젝트 없이 진행 중이다. 7월에 선보인 '웃겨야 산다', '흑과 백', '완전 남자다잉', '소문난 칠공주' 등의 특집은 이른바 '몸개그' 위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게 '무한도전'이 위기란 신호인 걸까. 봅슬레이나 레슬링, 조정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없다면 '무한도전'은 도전하지 않고 있는 걸까.
아니다. '무한도전'은 매주 방송되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쉼 없이 도전 중이다. 매주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는 예능프로그램이 과연 '무한도전' 외에 어떤 게 있나. SBS '런닝맨'이든 KBS 2TV '1박2일'이든, 또 요즘 잘나가는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나 '진짜 사나이' 모두 하나의 고유한 프로그램 콘셉트가 있고 프로그램의 재미나 감동 역시 하나의 콘셉트 안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무한도전'이 하나의 콘셉트만 고집했던 적 있던가. '무한상사'나 '명수는 12살' 등의 고유 코너가 있으나 이 역시 매번 길어야 2주를 넘기지 않고 다음주면 다른 콘셉트로 바뀌었다. 또 '박명수의 어떤가요', '뉴욕 스타일', '뱀파이어 헌터', '숫자 야구', '멋진 하루', '와이키키 브라더스', 'TV특강', '간다간다 뿅간다'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숱한 특집들을 과연 '식상함' 혹은 '나태함'과 어떻게 연결해서 설명해야 하는 건가.
'무한상사'나 '무한택배' 같은 건 하나의 예능프로그램 콘셉트로 삼기에도 부족함 없는 특집들이다. '타인의 삶' 또한 다른 사람의 삶을 잠시나마 대신 살아본다는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도 몇 주 이상 끌지 않았다.
그게 '몸개그'일지언정 또 본 적 없는 콘셉트로 매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무한도전'이다. 그런데도 '무한도전'이 식상해졌고 도전 정신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단지 몇 번의 반복된 '몸개그'나 1, 2%의 시청률 변동으로 그들이 2005년부터 쌓아온 역사를 깎아 내릴 수는 없을 게다.
'무한도전'은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기대가 큰 게 당연하겠지만, 조금은 '무한도전'에게 거는 기대를 줄이고 멤버들의 '몸 개그'도 가볍게 즐길 필요가 있다. 8년이 넘은 '무한도전'에게는 꼭 쉼표 특집이 아니더라도 더 오랜 기간 달리기 위해선 가끔씩 숨 고르기가 필요하고, 그래야 사람들을 또 깜짝 놀라게 할 특별한 방송도 만들 수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
[MBC '무한도전'.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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