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유재학호. 여전히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아시아선수권대회 1,2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남자농구대표팀. 8일 하루 숨을 고른 뒤 9일 밤 11시 30분(한국시각) 카타르와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운명의 8강전을 갖는다. 승리할 경우 16년만의 농구월드컵 진출이 성큼 다가온다. 하지만, 카타르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 준결승전에 올라가면 유재학 감독이 가장 껄끄러워했던 홈팀 필리핀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와 필리핀을 모두 넘어야 월드컵 티켓을 따고 중국 혹은 이란과 부담없이 결승전을 치를 수 있다.
▲ 대표팀 경기력, 점점 좋아진다
1,2라운드서 보여준 한국의 경기력. 기대 이상이었다. 1달 전 윌리엄존스컵 때보다 좋아졌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수비조직력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존스컵 당시 한국의 골밑 수비는 다소 엉성했다. 1대1 수비는 개인의 역량이 발휘됐으나 더블팀과 빈 공간 커버 등에선 손, 발이 잘 맞지 않았다.
아시아선수권을 치르며 점점 좋아진다. 2라운드를 예로 들어보자. 최대 호적수는 역시 카자흐스탄이었다. 귀화선수 가드 제리 존슨을 막는 게 관건. 존슨의 수비수들이 상대 빅맨들의 스크린에 걸릴 때 한국 빅맨들은 스크린을 빠져나가는 존슨을 따라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외곽슛을 유도하는 전술. 적중했다. 확실히 존슨은 돌파보단 슛의 위력이 떨어졌고, 특유의 돌파가 여의치 않았다.
유재학 감독이 존슨이 외곽슛보단 돌파를 선호하는 걸 파악하고 시도한 전술이었다. 또한, 국내 선수들의 수비 이해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결과였다. 코트에 나온 선수들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유 감독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 결과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대파했다. 2라운드서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상대들을 만났으나 1라운드 중국전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유 감독은 1~2라운드 6경기를 치르는 동안 12명을 고루 활용했다. 딱히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없었다. 일정한 멤버가 꾸준히 플레잉 타임을 보장받아야 조직력이 좋아지는 건 상식. 한국은 그런 환경이 아님에도 유기적 플레이가 점점 좋아진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2대2 플레이, 빠른 트렌지션 이후 시도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돋보인다. 이런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기본적으로 8강 토너먼트서도 승산이 있다. 한국은 지금 기본적 조직력이 탄탄해지면서 전술의 응용력이 높아진 상태다. 더 강한 상대도 버텨낼 수 있는 임기응변능력이 있다.
▲ 타고난 하드웨어를 어떻게 극복할까
여전히 고민은 남아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체력이다. 한국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무려 6경기를 치렀다. 8일은 이번 대회 두번째 휴식일. 우지원 SBS ESPN 해설위원은 인도전 생중계서 과거의 경험을 예로 들어 “일단 푹 쉬고, 비디오를 통해 상대 분석자료를 보고 회의를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몸은 쉬되, 머리는 계속 팽팽 돌아가는 것. 적절한 휴식도 하고,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어쨌든 빡빡한 일정을 견디지 못하면 전술소화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한국엔 경기당 30분 이상 오래 뛴 선수는 없다.
문제는 타고난 하드웨어와 기량이다. 한국이 1라운드서 이란에 무릎을 꿇은 건 괴물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못 막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하다디에게 투입되는 볼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오버가딩(수비수에 앞서서 미리 수비를 하는 것)을 시도하거나 하디디에게 볼이 투입되지 못하게 가드를 압박했다. 그러나 개인기가 좋은 포워드 니카 바라미가 한국 진영을 헤집으면서 하다디도 덩달아 춤을 췄다. 두 사람만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에겐 그리 많은 실점을 하지 않았다.
만약 이란을 3-4위전, 혹은 결승전서 만날 경우 기본적인 외곽 수비 로테이션과 압박만 살아난다면 바라미의 득점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하다디가 골밑에서 공을 잡을 경우 파울작전이 아니라면 정상적으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4강상대로 유력한 필리핀 역시 마커스 다우잇이 버티고 있다. 오리온스에서 뛰었던 그 역시 국내 빅맨들이 1대1로 막는 게 수월하진 않을 전망이다. 8강전서 만날 카타르에는 NBA 출신 포워드 자비스 헤이스도 있다. 개인기량이 뛰어난 상대를 어떻게 막을지 궁금하다.
남자농구대표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여전히 공존한다. 게다가 앞으로 만날 상대는 점점 더 강해진다. 한국과 상대국가 모두 확실한 에이스는 있고 단기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과연 어떻게 될까. 유재학호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진검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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