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위기? 맞죠. 우리가 만든 위깁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에게 11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위기”라는 단어를 꺼냈다. 염 감독은 “위기를 만든 주체는 우리다. 우리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라고 했다. 넥센의 위기는 염 감독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전반기엔 삼성과 선두를 다퉜던 넥센. 12일 현재 선두 삼성엔 무려 7경기 차로 벌어졌다. 후반기 7승 9패 1무. 어느덧 순위는 4위까지 밀려났다. 5위 롯데에 단 2경기 차로 쫓기는 실정이다. 지금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장담할 수 없다.
▲ 긍정론자 염경엽 감독, 위기를 극복한다고 믿는다
염경엽 감독은 “어린 투수들이 시즌 내내 좋을 순 없다”라면서도 “좋은 흐름과 안 좋은 흐름이 있는데 후반기 시작과 함께 안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라고 털어놨다. 넥센은 현재 선발진이 무너졌다. 김병현이 2군으로 내려갔고 강윤구, 김영민은 시즌 내내 기복이 있다. 브랜든 나이트와 벤헤켄 역시 지난해만큼의 위력은 아니다. 이러면서 불펜에 부하가 걸렸다. 마운드가 펀치력 있는 타선을 받쳐주지 못하면서 팀이 갖고 있는 힘이 떨어졌다. 결국 4위로 추락했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별 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 한 사람이라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지금 선수들이 얼마나 부담을 많이 갖고 있겠나. 선수들도 위기라고 느낀다. 어린 선수들의 기를 꺾어놓고 싶진 않다”라고 했다. 물론 “잘못된 부분을 지적은 하되,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신경을 쓴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한번쯤 팀이 상승세를 탈 때가 됐다고 본다. 후반기에도 4연패를 당하는 등 부침이 있었다. “내가 보기엔 8연패 이후 아직 제대로 된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안 좋은 페이스가 의외로 오래간다. 1년 내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가 있는데, 이젠 좋은 타이밍을 잡을 때가 됐다”라고 했다. 넥센은 3일 휴식기 이후 15~16일 롯데, 17~18일 삼성, 20~21일 LG를 줄줄이 만난다. 이 6경기서 염 감독의 전망이 들어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4위 수성 최대 고비다.
▲ 감독이 너무 많이 바라면 안 된다, 선수에게 독이다
모든 선수는 자신만의 에버리지가 있다. 넥센 선수들은 아직 4강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고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역시 넥센이 안고 가야 할 전력의 일부분. 염경엽 감독도 선수들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무작정 선수에게 매일 잘해주기만 바라는 것도 독이라는 설명. 그저 현 시점에서 모든 선수가 조금씩만 힘을 내주길 바란다.
염 감독은 “감독이 선수에게 너무 많이 바라면 선수에게 부담이 된다”라고 했다. 이어 “강정호는 72타점을 올렸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도 강정호는 자기 할 몫을 한 것이다. 시즌 후에 데이터를 뽑아봐라. 70타점을 넘긴 5번타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라고 했다. 이어 “김민성은 예상보다 훨씬 더 잘해주고 있다. 타율 0.270~0.280에 45타점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공격보단 수비에서 기대치가 더 높았다”라면서 “걔도 자기 할 건 이미 다 했다”라고 했다. 김민성은 올 시즌 타율 0.289 13홈런 52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염 감독은 “민성이와 (문)우람이가 잘 해줘서 그나마 우리가 위기에서 이만큼 버틴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선수도 있을 터. 염 감독은 “물론 있다”라고 했다. 몇몇 선수의 이름을 거론했다. 하지만, 염 감독이 그 선수들에게 현 시점에서 왜 기대치만큼 해주지 못하냐고 타박하는 일은 없다. 그 역시 야구의 일부분이고,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강팀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조급함과 부담을 버리자, 책임감만 심어주고 싶다
염 감독은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 포커페이스다. “감독인 내가 티를 내면, 선수들은 더 부담스러워진다. 그저 1경기, 1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매 경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넥센이 4강에 진입하기 위해선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매 시즌 4강 문턱에서 아쉽게 미끄러졌던 아픔이 있으니 선수들은 위기에서 급해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런 기억들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4강에 들어가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리다 ‘올해도 그러고 말겠지’라는 마음을 갖는 순간 끝이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이런 부담과 좋지 않은 기억을 지우는 대신 책임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염 감독은 지금도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할 시간을 준다. 경기 후 곧바로 지적하는 건 잔소리일 뿐이라는 것. 코치들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와 대화를 유도한다. 염 감독은 이러한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염 감독은 “4강 싸움은 10경기 남을 때까지 이어질 것 같다. 4강에 가든, 가지 못하든 모두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페이스에서 무리할 마음은 없다. 부담을 덜고 게임을 하다 보면 연승을 탈 흐름은 꼭 올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염경엽 감독은 지금 넥센의 진통 한 가운데서 묵묵히 인내한다. 급격한 변화를 주거나 승부수를 던지기보다 선수들에게 책임감과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애쓴다.
[염경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