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KIA 타이거즈는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졌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는 7게임차. 부상으로 빠져 있는 선수들의 무게와 현재 팀 분위기를 생각하면 사실상 극복이 힘든 차이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 지난해 8월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뽑은 단국대 출신의 포수 이홍구가 바로 그 희망 중 하나다.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김상훈을 대신해 1군에 올라온 이홍구는 최근 선발로 기용되며 그동안 갈고 닦았던 기량을 조금씩 발휘하고 있다.
20경기를 치른 현재 34타수 4안타로 타율은 .118이고, 홈런도 1개가 전부다. 타격 실력은 아직 여물지 않았다. "아직은 공 맞히기가 쉽지 않다. (1군 투수들은)변화구 제구도 되고 각이 예리하다"는 것이 이홍구의 설명.
이홍구의 진가는 마스크를 써야 드러난다. 이홍구는 특유의 강한 어깨 덕에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이송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기록은 별명을 뒷받침한다. 16일 경기 이전까지 이홍구는 도루를 시도한 20명의 주자 가운데 7명을 잡아냈다. 표본이 크지는 않지만 도루 저지율이 35%였다. 이홍구는 "어깨만큼은 자신 있다. 무엇보다 주자가 2루로 뛰는 것만큼은 꼭 저지하고 싶다"고 말하며 송구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6일 경기는 이홍구에게 악몽이었다. 이홍구는 3회까지 도루를 시도한 4명의 주자를 한 명도 잡아내지 못했다. 5회 오재원의 도루를 저지하기는 했지만 7회 다시 손시헌의 도루를 막는 데 실패했다. 1경기에서 6명의 주자 중 5명에게 도루를 허용한 것이다. 이홍구의 도루 저지율은 하루 만에 .308로 하락했다.
그렇지만 좌절만 할 일은 아니다. 시즌 전만 해도 이홍구는 왼손바닥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군에 머물다가 중국 전지훈련을 거쳐 4월 17일부터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퓨처스리그 첫 경기에 출전한지 4개월이 지나지 않아 1군에서 선발로 뛰고 있다는 것은 KIA 안방의 현주소와도 관련이 있지만 이홍구가 그만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투수 리드는 스스로도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할 만큼 아직 완전하지 않다. 루키 포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이홍구는 "아직 투수 선배님들과 상대 타자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다. 나는 경험이 적지만 투수 선배님들은 타자들을 상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투수의 뜻을 존중하려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꾸준히 나가고 싶고, 될 수 있으면 도루 저지를 많이 하고 싶다. 타격에 있어서는 팀 배팅과 출루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격에 큰 욕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주전으로 도약하려면 최소한의 타격 능력은 필수다. 이홍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아직 1군에서 20경기에 출장한 것이 전부지만, 이홍구는 명실상부한 KIA 안방의 미래다. 팀 내 다른 포수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이홍구는 포수로서 분명한 메리트를 가졌고, 값진 경험과 소중한 깨달음이 쌓인다면 대형 포수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루에 다섯 번이나 2루를 빼앗기는 시련 속에서도 KIA 안방의 미래는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이홍구.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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