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그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혀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이 정도를 하는 선수들이니까. 하지만, 이들을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입 쩍 벌릴 놀라운 활약이다. 프로 형님들이 쩔쩔맸다.
고려대가 오리온스에 이어 KT도 넘었다. 프로아마최강전서 형보다 우월한 아우임을 과시하며 이 대회 사상 최초로 준결승전에 안착했다. 고려대 더블 포스트 이종현과 이승현이 KT 골밑을 대폭격했다. 이종현은 32분 26초동안 16점 11리바운드, 이승현은 35분 28초동안 21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송영진, 장재석, 민성주 등이 버티는 KT 골밑은 분명 KBL 최상위급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보다 구력이 긴 형님들을 힘과 테크닉에서 압도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종현은 206cm이란 신장을 활용해 확률 높은 골밑 득점을 만들었다. 골밑에서 잡으면 한 골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적인 풋워크와 포스트업 능력을 갖췄다. 탄력도 좋아 블록 타이밍도 잘 맞췄다. 속공가담도 수준급이었다. 이미 대학에선 적수가 없는 이종현이다. 그러나 오리온스전과 KT전을 봐선 그를 얼리 드래프트로 KBL에 빨리 불러들여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이해가 됐다.
사실 이날 정말 인상깊은 선수는 이승현이었다. 이승현은 3학년이다. 그는 벌써부터 내년 KBL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꼽힌다. 제2의 현주엽이란 수식어도 이젠 지겹다. 197cm에 106kg의 탄탄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유도를 해서 힘을 쓰는 요령도 좋다. 대학 최고의 파워포워드답게 풋워크, 움직임, 위치선정 등도 뛰어나다. 중거리슛 능력도 갖췄다. 속공가담에 센스있는 수비력까지. 대학 레벨에선 거의 완벽에 가까운 완성형 포워드다.
이승현은 오리온스와의 16강전서 3점슛을 2개 꽂아넣었다. 그는 국가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자 절치부심했다. 주위에서 프로에선 3점슛을 넣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대표팀에 필리핀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이승현은 남몰래 3점슛이란 무기를 가다듬었다. 이날 그는 3점슛을 2개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아직은 완전치 않다. 하지만, 지금 이 기량에 3점까지 완벽하게 장착한다면 KBL에 입성할 경우 곧바로 리그 최상위급 파워포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 가을 김종규가 KBL로 빠져나간다. 경희대 3인방이 프로에 가면 고려대가 대학농구 전성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은 대학 최강 포스트다. 프로를 상대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아직 이들은 젊다. 향후 KBL에 입성한 뒤 세부적인 테크닉과 조직적 수비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키운다면 향후 한국남자농구를 10년~15년 책임질 보석이 될 게 확실시된다. 프로 형님들을 압도하는 대표 아우들. 프로-아마최강전을 살 찌우는 고급 콘텐츠다.
이들의 센세이션. 이제 시작이다. 이종현-이승현의 다음 상대는 경희대-모비스전 승자다. 경희대가 올라온다면 김종규-우띠롱 더블포스트와 한국농구 미래를 건 흥미로운 한판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모비스가 올라오면 더 흥미롭다. 외국인선수 없는 모비스 골밑은 함지훈이 책임진다. 고려대가 우위다. 다만, 모비스는 KBL 최고수준의 수비조직력을 갖고 있는 팀이다. 모비스가 준결승전에 올라온다면 이종현-이승현은 잠재력의 끝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는다. 그들이 향후 KBL에 진출할 경우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지 좀 더 냉정한 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어쨌든 만수 유재학 감독이 그냥 두고 보진 않을 테니 말이다.
[이종현. 사진 = 잠실학생체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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