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당한 뼈아픈 역전패는 따끔한 예방주사였다. LG 트윈스는 바로 다음 경기에서 반전에 성공하며 꿈을 이뤄냈다.
LG는 전날(20일) 목동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서 5-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즌 전적 59승 39패(승률 .602)가 된 LG는 SK에 패한 기존 선두 삼성(56승 2무 38패, 승률 .596)을 밀어내고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1995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8월 이후 1위로 올라섰다. 또한 후반기 1위 등극도 지난 1997년 7월 16일 이후 무려 5879일 만이다. LG의 1위는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었다.
1위 등극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4강도 요원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무려 10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8팀 가운데 절반인 4팀 안에 드는 것 자체가 힘겨웠다. 특히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전반기 선전으로 희망을 품게 하다가도 후반기만 되면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TD)'는 신조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불명예였다.
지난 18일 1위 등극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LG였기에 이번 경기가 매우 중요했다. 당시 LG는 승차가 같던 선두 삼성이 넥센과의 홈경기서 4-5로 패한 가운데 KIA와 경기 중이었다. 8회까지 4-2로 앞섰기에 1위 등극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LG의 탄탄한 계투진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일장춘몽이었다. 8회말 등판한 정현욱-이상열-임찬규가 거짓말처럼 무너지며 5실점, 결국 역전패에 울었다. 1위 등극이 미뤄졌음은 물론이다. 선발 신재웅이 잘 던지고도 불펜 붕괴로 역전패한데 따른 충격파는 꽤 커보였다. 1위 등극보다 연패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LG의 올 시즌 마지막 위기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선수들은 또 다시 똘똘 뭉쳤다. 이를 악물었다. 17일 3루 도루 과정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던 박용택도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하며 투혼을 불살랐다. 그는 1회초 출루에 성공한 뒤 득점에도 성공했다. 1위 등극을 확정한 경기에서 의미 있는 결승점을 올린 것. 박용택이 LG에 입단한 이후 1위 등극은 처음이기에 많은 의미를 남겼다.
5-2로 앞선 8회말에는 무사 만루 마지막 위기를 1점만 주고 넘기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1루수 김용의는 1사 만루에서 넥센 송지만의 총알같은 타구를 건져올려 병살로 연결했다. LG의 1위 등극을 이끈 결정적인 대목이었다. 결국 LG는 5-3으로 승리하며 마음 편히 대구 삼성-SK전 결과를 기다릴 수 있었다.
약 10분 뒤 삼성이 SK에 4-8로 패함과 동시에 LG의 1위 등극이 확정됐다. 이전처럼 어려운 상황서 와르르 무너지지 않은 LG가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다. KIA에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고 반전에 성공한 LG다. 김기태 LG 감독은 늘 "지난 경기보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임무"라고 강조했고, 선수들은 그대로 따랐다. 그리고 찾아온 5879일 만의 후반기 1위 등극, LG가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증명하는 결과다.
[LG 트윈스 선수들이 20일 넥센전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 목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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