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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향미 객원기자]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MC 강호동, 이수근, 장동혁 이하 ‘무릎팍도사’)가 22일 밤 배우 김자옥 편을 마지막으로 7년 만에 폐지됐다.
‘무릎팍도사’는 2007년 1월 첫 방송 당시 독특하고 신선한 포맷과 국회의원 안철수, 의사 박경철, 피겨여왕 김연아, 메이저리거 추신수, 소프라노 조수미, 발레리나 강수진, 배우 故 최진실, 손예진, ‘뽀로로’ 제작자 최종일 등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게스트들을 섭외해 매 회 화제를 몰고 다녔다.
특히 강호동의 독한 질문세례에 게스트들은 허심탄회한 답변들을 술술 풀어냈고, 시청자들은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소해준 강호동의 모습에 쾌감을 느꼈다. 이에 ‘무릎팍도사’는 단숨에 ‘국민 토크쇼’로 자리매김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그 사이 ‘무릎팍도사’에 밀려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치며 결방, 5분 방송 굴욕을 당했던 ‘라디오스타’는 단독프로그램으로 독립해 수많은 스타들을 발굴해내며 대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경쟁 프로그램인 SBS ‘힐링캠프’는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민주당 의원,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대성, 가수 타블로, 개그우먼 조혜련 등 이슈의 중심에 선 게스트들을 섭외하며 승승장구했다.
‘무릎팍도사’의 예상은 적중했다. 정우성이 과거 연인이자 서태지의 전 부인인 이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자 시청률 9.3%(AGB닐슨 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단숨에 동시간대 예능 1위로 우뚝 선 것.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그 다음 주 바로 1위를 자리를 빼앗긴 ‘무릎팍도사’는 KBS 2TV ‘해피투게더3’, SBS ‘자기야’와 시청률 1, 2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다 결국 평균 시청률 4~5%로 꼴찌를 자리를 면치 못했다.
특히 스타강사 김미경의 논문 표절의혹으로 2회분이 결방됐을 당시 대체 편성됐던 스페셜 방송의 시청률 2.8%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던 시청률은 3.6%였다. 이는 애국가 시청률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한때 국민 토크쇼로 사랑받던 ‘무릎팍도사’는 무엇 때문에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걸까. 그 이유를 살펴봤다.
① 돌아온 강호동 ‘순.해.졌.네’
과거 게스트들에게 집요하고 거침없는 질문 공세를 펼쳤던 강호동은 복귀와 동시에 경청 노선을 택하며 몸을 사렸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강호동은 기존의 진행방식과 새로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예전 모습을 기대했던 시청자들과 신선함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와 더불어 예나 다름없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특유의 과한 리액션이 어우러지면서 강호동의 진행방식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② 주목 끌만한 게스트 섭외 난항
1인 토크쇼는 게스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프로그램이다. ‘무릎팍도사’는 경쟁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와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밀려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만한 이렇다 할 게스트들을 섭외하지 못했다.
이에 ‘무릎팍도사’는 과거 ‘황금어장’의 꽁지 코너였던 ‘라디오스타’에서 낳은 스타들을 게스트로 섭외해 시청자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무릎팍도사’는 시청률을 다잡을 해법으로 미국 할리우드 영화감독 라나-앤디 워쇼스키, 일본 최고 아이돌그룹 SMAP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세계적인 액션스타 성룡 등 외국인 게스트 섭외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특히 ‘무릎팍도사’를 통해 생애 첫 토크쇼 나들이에 나선 워쇼스키 남매에게는 라나 워쇼스키의 성전환수술 결심 배경과 심경, 배두나-비의 영어실력 비교, 할리우드에서 부는 한류열풍 등 신변잡기식 질문만 이어졌다.
또한 대표적인 친한파 연예인 쿠사나기 츠요시에게는 한일 예능 자존심을 건 몸 개그 대결을 제안하며 그의 앞에서 개코원숭이 흉내를 내기도 했고, 연극 홍보를 위한 방송을 연극이 막을 내린 후에 내보내기도 했다.
외국인 게스트 초대로 진화를 꾀했던 ‘무릎팍도사’는 미숙한 준비로 한계를 드러내며 도리어 위기를 가중시켰다.
④ 잦은 보조 MC 변경에 대한 반감
재개장한 ‘무릎팍도사’는 원년멤버 올밴 우승민 대신 광희를 투입했다. 하지만 광희가 4개월 만에 자진하차하자 우승민을 되불렀다. 또한 지난 5월 유세윤이 음주운전 자수로 하차하자 김나영, 김제동 인턴도사를 기용했다.
‘무릎팍도사’는 유세윤을 대체할 새 보조MC를 찾는 와중에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며 우승민을 재합류 3개월 만에 하차시켰고,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어 이수근과 장동혁이 유세윤과 우승민의 자리를 채웠지만, 이들 또한 ‘무릎팍도사’의 분위기를 전환시키지 못했다.
⑤ 1인 토크쇼↓-관찰예능↑
이와 더불어 예능 트렌드가 ‘리얼 관찰’로 바뀐 것도 ‘무릎팍도사’의 쇠퇴 이유 중 하나다. 기실 토크쇼는 홍보, 해명의 장으로 변질 된지 오래다. 이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편하게 보고 공감할 수 있는 관찰 예능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
이렇듯 시청자들의 니드(Need)와 원트(Want)를 읽지 못한 ‘무릎팍도사’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 채 폐지를 맞았다.
이어 “인생을 들려준 게스트에 감사하다.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지금은 자리에 없지만 유세윤, 올라이즈밴드, 광희, 그리고 이수근과 장동혁에게도 고맙다. 또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시청자들에도 감사하다”며 “‘무릎팍도사’여 영원하라~”를 외쳤다.
한편, ‘무릎팍도사’ 후속으로는 연예인과 비 연예인의 사연을 재구성하는 콩트 프로그램 ‘스토리쇼 화수분’(MC 김갑수, 김성주, 서경석, 정준하)이 전파를 탄다. 첫 방송은 29일 밤 11시 20분.
[7년 만에 폐지된 ‘무릎팍도사’. 사진 = MBC 제공, ‘무릎팍도사’ 방송화면 캡처]
고향미 기자 catty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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