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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신시내티 레즈는 올 시즌 개막전부터 큰 위기를 맞았다. 바로 '4번타자' 라이언 루드윅이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 부상을 입은 것. 신시내티는 당장 '대체 4번타자'를 구해야 했다. 루드윅이 지난달 13일(이하 한국시각)이 되서야 '시즌 두 번째 경기'를 치를 만큼 큰 부상이었다.
신시내티의 선택은 바로 브랜든 필립스였다. 지난 해 73경기에서 4번타자로 뛰었던 필립스 외에는 딱히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필립스는 찬스마다 집중력을 과시하며 타점을 쌓았고 그 결실은 생애 첫 100타점 달성으로 이어졌다. 필립스는 지난 5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시즌 100번째 타점을 자축하는 솔로 홈런포를 터뜨렸다.
이날 경기는 '더블헤더'에 가까운 연장 16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세인트루이스가 5-4로 승리했다. 비록 신시내티는 패했지만 지역 언론들은 필립스의 데뷔 첫 100타점 달성에 무게를 두고 필립스에게 소감을 물었다. 필립스는 "출루를 많이 해준 추신수와 조이 보토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단지 겸손의 표현은 아니었다. 필립스는 추신수와 보토에게 고마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올 시즌 필립스의 홈런은 18개. 그 가운데 솔로 홈런은 10개였다. 즉, 나머지 90타점은 주자가 있을 때 기록한 것이다. 필립스가 홈런에 의해 득점과 타점을 모두 기록한 18개를 제외하면 82득점을 해낸 주자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선수가 바로 추신수다. 무려 31득점을 해내며 필립스의 타점 생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필립스는 추신수와 더불어 보토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지만 잭 코자트도 20득점을 해냈으니 코자트에게도 고마움을 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토는 14득점을 해냈다. 이들 외에는 모두 더해도 17득점에 불과하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필립스의 이닝별 기록을 살펴보면 1회에 기록한 타점이 가장 많다는 점이다. 필립스는 올 시즌 1회에서 타점 22개를 기록 중이다.
1회 공격은 1번타자부터 시작한다. 필립스가 올 시즌 출전한 타순은 2,3,4번 뿐. 전적으로 테이블세터와 3번타자의 출루에 따라 타점 기회를 얻은 것이다. 1회 출루율이 .455에 이르는 추신수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다.
필립스가 득점권 찬스에서 타율 .347(147타수 51안타)로 시즌 타율을 상회하고 79타점을 쓸어 담은 해결 능력은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필립스 본인이 추신수와 보토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만큼 득점권 찬스는 '밥상'을 차리지 않으면 아예 기회 조차 생기지 않는 것이다.
올 시즌 전까지는 90타점을 넘은 시즌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던 필립스. 200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한 필립스는 데뷔 11년 만에 '100타점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출루 머신' 추신수의 활약이 자리하고 있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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