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12단체, '천안함' 상영중단에 "압력 단체 밝혀내야"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인들이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에 한 목소리를 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 제작·배급 아우라픽처스) 상영 중단에 대한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방부가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그곳에 명시되지 않은 의문점들을 그려내며 국민의 알 권리와 경직된 사회에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다큐멘터리로, 개봉 이틀째인 지난 6일 밤 메가박스 측으로 부터 상영중단을 통보 받았다.

메가박스 측은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인해 관람객 간 현장 충돌이 예상돼 일반관객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급사와 협의 하에 부득이하게 상영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상영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은 "그동안 영화계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해왔다. 그 가운데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 중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배경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천안함' 사태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압력인지 보수단체의 압력인지 밝혀내고 사과를 받든 법적 조치를 취하든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메가폰을 잡은 백승우 감독은 "왜 종교 이상의 믿음을 강요하는지 묻고 싶다. 이 영화는 흔치 않게 법원에서 진정성을 확인 받았다. 이렇게 강요하시는 분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또 제작자 정지영 감독은 "메가박스 측이 왜 그랬는지 안타깝다. 이것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킬지 모르고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답답하다. 메가박스는 재상영을 결정하고 어떤 단체가 압력을 가했는지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의 수치로 희석되지 않도록 수습을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후 정지영 감독은 "그냥 기자회견으로 끝내면 안 된다. 끝남과 동시에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메가박스, 문화부와 면담을 요청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또 "메가박스 측은 그 단체를 업무방해로 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아우라픽처스는 메가박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시점은 진상규명을 통해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잘 해결 된다면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윤철 감독은 "극장에서 보호해야 할 독립영화, 작은 영화들을 아무런 경고 없이 무자비하게 쫓아낸다는 것은 정치적 검열이나 외압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이것이 분명 다른 작은 영화들에게도 자기 겸열 문제뿐 아니라 권리 면에서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좌시할 수 없는 사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화인회의,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영화마케팅사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이 참여했다.

한편 지난 2010년 일어난 천안함 사건을 소재로 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 하루 전인 4일 해군 장병과 유가족 대표 측이 낸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며 우여곡절 끝에 5일 개봉됐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