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 화려한 마술쇼를 이용한 범죄 행각! 가까이서 보지 말고 멀리 보라!
[고인배의 두근두근 시네마]
"가까이 오세요. 좀 더요. 지금 보고 있는 걸 계속 생각 할수록, 당신을 속이는 것이 더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본다는 게 무엇일까요? 당신은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걸러내고 이해하고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제 직업이 무엇이냐고요? 당신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즉 당신의 관심을 훔치고 그걸 되돌려 주는 거죠."
카드 한 뭉치를 현란한 손놀림으로 젖히면서 카드 마술로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틀라스의 대사로 시작되는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지난 8월 22일 개봉한 이후, 4주차인데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개봉 2주차 주말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 뜨거운 입소문으로 개봉 18일째인 9월 8일, 260만 관객을 돌파하여 2013년 개봉 외화 중 현재 스코어 TOP4에 진입하며 300만을 거뜬히 넘어설 기세이다.
제작비 7500만불의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북미 개봉 당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약 3천만 불의 수익을 거둬들였고, 개봉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흥행파워를 과시했다.
당시 극장가에는 1억 불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 부은 '애프터 어스',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 '스타트렉 다크니스', '아이언맨 3', '위대한 개츠비', '오블리비언' 등 거대 사이즈의 블록버스터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이 영화는 그 틈새를 비집고 장장 4주간 당당히 박스오피스 TOP5를 유지하며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불가리아, 아이슬란드, 체코, 포르투갈, 헝가리, 홍콩 등 13개국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석권, 전 세계 흥행 수익 2억 불을 달성하며 압도적인 흥행 파워를 입증하였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이 영화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술과 범죄의 경계가 무너진다!"라는 이 영화의 선전 카피처럼 화려한 마술쇼를 이용한 범죄 행각이 통쾌한 액션과 더불어 후련한 극적 재미를 만끽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월요일, 시카고에서 카드 마술을 벌이는 카드 마술사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의 지시에 따라 관객들이 다함께 "가까이서 볼수록 여러분을 속이는 것은 더욱 쉬워집니다"라는 의미가 담긴 "가까이서 볼수록 점점 더 볼 수 없어진다"라고 외치면 시카고 빌딩 숲 하늘에서 수많은 카드들이 관객들의 머리 위로 눈처럼 흩날리며 떨어진다.
화요일, 최면을 걸어 상대방의 마음속 비밀을 밝혀내는 멘털리스트 메리트(우디 해럴슨)가 뉴올리언스에서 부부를 상대로 최면술과 독심술로 돈을 뜯어낸다.
수요일, 뉴욕 유람선상에서 숟가락을 구부리는 재주로 승객들의 시선을 빼앗은 잭(데이브 프랑코)이 승객의 지갑을 훔치고 달아난다.
목요일, 미녀 마술사 헨리(아일라 피셔)는 로스앤젤레스 공연장에서 시간 내에 탈출하지 못하면 피라니아의 밥이 되는 아슬아슬한 수족관 탈출쇼를 성공적으로 마친다.
4분 동안 오프닝으로 보여지는 이들의 마술을 지켜보는 후드를 입은 사나이. 이윽고 뛰어난 개인기를 갖췄지만 무명으로 살아가는 길거리 마술사인 아틀라스와 메리트, 잭과 헨리는 똑같이 타로 카드에 적힌 초대장을 받는다.
그 카드에 적힌 주소는 뉴욕 이스트 에반 스트리트 45, 날짜와 시간은 3월 29일 오후 4시 44분. 그 장소에 모인 아틀라스와 메리트, 잭과 헨리는 누군가가 짜놓은 마술설계도와 그의 지시에 의해 '포 호스맨(Four Horsemen)'이라는 마술팀이 되고 1년 후, 라스베이거스 MGM호텔 무대에서 지상 최대의 마술쇼를 벌인다.
'포 호스맨'은 임의의 관객을 무대 위에 있는 공간이동 캡슐에 태우고 파리 은행 대형금고 안으로 그를 보내 금고 안의 돈을 모두 턴다. 파리 은행 금고에 있던 수많은 돈들이 환풍구를 타고 날아가기 시작하고 그 돈은 라스베이거스 공연장 안의 관객들 머리 위로 눈처럼 휘날리며 떨어진다.
그러나 '포 호스맨'의 마술을 객석에서 냉정하게 지켜보며 캠코더로 녹화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유명한 마술사였던 테디어스(모건 프리먼)로, 그는 마술사들의 마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밝혀내는 매직 컨설턴트이다.
'포 호스맨'은 어떻게 관객을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파리 은행 대형금고 안으로 공간이동 시켰을까? 그리고 3초 만에 금고를 털고 거기에 있던 320만 유로의 돈을 라스베이거스 공연장 관객에게 뿌릴 수 있었을까? 그것은 속임수 일까? 환상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그리고 왜 '포 호스맨'은 파리 은행에서 훔친 돈을 모두 서민들인 관객들에게 뿌렸을까?
'포 호스맨'은 요한계시록의 묵시록에 등장하는 4명의 기사로 심판의 날 하느님을 대신 해 인간의 죄를 벌하는 정복의 백기사, 전쟁의 적기사, 기근의 흑기사, 죽음의 청기사를 말한다.
그런 만큼 이 영화에서 '포 호스맨'은 마술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재산을 빼앗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현대판 '로빈 후드'의 역할을 하는 4명의 마술사 팀 이름이다.
3초 만에 파리 은행의 비자금을 통째로 털어 관객들에게 뿌리는 최첨단 하이테크 매직쇼를 성공시킨 '포 호스맨'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더 큰 범행을 준비하지만 그들의 진짜 계획을 밝히려는 FBI 요원 딜런(마크 러팔로)와 인터폴 요원 알마의 끈질긴 추적과 '포 호스맨'의 속임수와 환상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매직 컨설턴트 테디어스의 집념으로 위기 상황에 몰린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세 차례에 걸쳐 펼쳐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매직쇼인데 그것은 동시에 그들을 쫓는 FBI를 농락하는 매직쇼인 만큼 환상과 속임수로 점철된 호탕하고 즐거운 마술이 된다. 처음엔 파리은행의 금고를 털고 두 번째는 대재력가인 아서 (마이클 케인)의 계좌에서 거금을 터는가 하면 뉴욕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쇼 역시 아낌없이 관객들에게 돈의 세례를 펼친다.
"한번 계속 따라와 봐, 당신이 다 알았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한 발짝, 세 발짝, 일곱 발짝 더 당신보다 앞서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이 우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이미 우린 뒤통수를 치고 있을 거야. 당신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할수록 당신은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걸 알려줄 테니까"라며 FBI와의 짜릿한 대결을 펼치는 '포 호스맨'의 이 대사는 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따라오는 관객들에게도 적용된다.
영화의 원제인 'Now you see me'는 마술사들이 마술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주문으로 '눈에 보이다가 사라지는 것' 즉, '믿을 수 없는 일의 시작'을 뜻한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포 호스맨'을 상징하는 동시에 '거대한 완전범죄 매직쇼의 시작과 함께 그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호쾌하게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인크레더블 헐크'(2003), '타이탄'(2010)으로 감각적이고 화려한 영상과 짜릿한 액션을 결합시킨 할리우드 영화계의 가장 뛰어난 비주얼리스트로 입지를 굳힌 루이스 리터리어 감독은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까지 연달아 세 작품 모두 흥행수익 1억불을 넘기는데 성공하여 흥행 감독으로서도 인정을 받았다.
화려하고 짜릿한 매직쇼로 완전 범죄를 꿈꾸는 네 명의 마술사 '포 호스맨'에는 '소셜 네트워크'로 주목 받은 제시 아이젠버그가 리더를 맡아 특유의 스마트한 면모를 보여주고 우디 해럴슨이 능글맞고 유머러스한 면모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또한 '쇼퍼홀릭'의 아일라 피셔가 대범하고 도전적인 탈출마술사로 시원한 미모를 과시하며 '웜 바디스'의 데이브 프랑코가 누구보다 빠른 손놀림의 훈남 마술사로, 이들의 실체를 밝히고자 추격하는 FBI 요원에 '어벤져스'의 헐크 마크 러팔로와 인터폴 형사 역의 멜라니 로랑 역시 노장들인 마이클 케인과 모건 프리먼의 중량감 있는 연기와 어우러져 그들의 게임인 이 영화의 긴장과 재미를 부각시킨다.
거대 스케일의 매직쇼는 물론,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되어 59번가 다리까지 이어지는 경찰과의 짜릿한 추격전과 탄탄하면서도 유쾌한 스토리라인이 후련한 액션과 결합하여 극적 재미를 배가 시켜주는 이 영화는 한 건의 범죄를 위해 분야별로 최고의 기술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크게 한탕 하는 케이퍼 무비인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처럼 속편을 기다리게 한다. 특히 마지막에 건네는 '포 호스맨'의 작별 인사는 그들과의 이별이 곧 새로운 만남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마술이란 무엇일까요? 속임수입니다. 기쁨, 즐거움, 행복을 위해서 만들어진 속임수입니다. 믿음, 신뢰, 신념에 관한 거죠. 이런 것들이 없다면 마술은 무의미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들이 이상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러한 것들 대신에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위해 사기와 거짓이 사용된다면요? 그것은 더 이상 마술이 아닙니다. 범죄일 뿐입니다. 우리가 원했던 건 마술쇼에 모든 세상을 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술들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고 싶었죠. 이젠 우리가 사라져야 할 시간이군요. 굿 나잇, 뉴욕, 우리를 믿어줘서 고마웠습니다."
[영화 '나우 유 씨 미:마술사기단' 스틸컷. 사진 =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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