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화성 김진성 기자] “제가 교체 사인을 안 내서 좋지 않은 플레이를 하면 그게 팀에 더 손해죠.”
보통 농구에서 코트에 뛰고 있는 선수는 어지간해선 벤치에 교체사인을 잘 보내지 않는다. 벤치의 감독이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교체사인을 내는 게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코트에서 뛰는 선수는 자신의 경기력이 좋든, 좋지 않든 계속 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소위 말하는 간판스타, 특급선수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하다.
13일 경기도 화성 수원대체육관. 고려대와 경희대의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고려대 이승현이 경기 도중 벤치의 이민형 감독에게 몇 차례 교체사인을 보냈다. 이 감독은 그런 이승현을 교체해주면서 등을 토닥거려줬다. 벤치에서 단 1~2분을 쉬어도 그 효과는 상당하다. 호흡을 정리할 수도 있고, 잠시 코트 밖에서 경기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투입됐을 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승현은 고려대 간판 포워드다. 경희대 3인방, 같은 팀의 후배 이종현에게 살짝 가렸을 뿐, 내년 KBL 신인드래프트 1순위 후보로 꼽힌다. 그런 그도 MBC배, 대학리그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국가대표팀 예비엔트리 훈련, 동아시아선수권대회와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연이어 참가하느라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다. 이승현은 엄청난 파워를 바탕으로 한 저돌적인 골밑 플레이가 돋보이는 파워포워드. 그러나 체력이 뚝 떨어진 상황에선 최상의 경기력이 나오기가 어렵다.
이승현은 영리했다. 수시로 교체사인을 내서 휴식을 취했다. 이날 무려 37분간 뛰었다. 단 3분 쉬었을 뿐이었지만, 그는 체력 세이브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체력 세이브가 안 돼서 실수를 하는 것보단 체력을 세이브해서 교체돼 나온 뒤 나중에 투입됐을 때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날 이승현은 7점 1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보다 리바운드에 치중한 결과. 그리고 이민형 감독은 “김민구를 제어한 일등공신이 이승현이다”라고 했다. 이승현이 외곽수비로테이션에 정상적으로 잘 참가해줬다는 칭찬이었다. 도움수비는 체력적 부담이 있는 선수에게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이승현은 잠깐 잠깐 교체돼 3분을 쉰 덕분에 경기력을 4쿼터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이승현은 “슛이 안 들어가도 부담 없다. 다른 면을 신경 쓰면 된다. 볼에 대한 집착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부분에서 3차전 승부가 갈릴 것이다”라고 했다. 이승현의 영리한 플레이가 고려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가능성을 되살렸다.
[이승현(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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