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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정말 태주가 죽어야 할까요?"
종영을 2회 앞두고 진행된 고수와의 인터뷰에서 결말을 이야기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결말이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라는 고수의 질문에 기자는 주저없이 "태주가 죽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고수는 기자에게 "정말 태주가 죽어야 할까요?"라고 다시 물었다.
그리고 17일 밤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마지막회의 장태주(고수)는 정말 죽음을 선택했다. 그는 지옥같은 현실에 괴물처럼 변해버린 스스로의 모습을 깨닫고 바닷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장태주의 자살이 의미하는 바를 두고 시청자들은 뜨겁게 논쟁 중이다. 어떤 이들은 장태주의 자살을 현 체제에 대한 순응으로 보고 있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봤던 장태주가 스스로 한계를 느껴 포기하고 자살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장태주의 자살을 현 체제에 대한 반항으로 보고 있다. 장태주가 판자촌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 동안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사람들처럼 변해가는 스스로를 깨달았고 이런 체제에 대한 염증을 느껴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 '황금의 제국'은 처절할 정도로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였다. 후자의 경우에서는 한 인간이 돈과 지위가 모두 허무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 교훈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드라마였다. 어쨌든 장태주의 자살이라는 결말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켰다.
장태주는 성진그룹의 최씨 일가 중 그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최서윤(이요원), 최민재(손현주) 같은 경쟁자들과 태생부터 달랐던 그는 순전히 자기 힘으로 그들과 동등한 자리에 올라 경쟁했다. 그리고 그는 성진그룹을 집어삼킬 것이라 예언했고 정말 그 근처까지 갔다. 하지만 끝내 회장 자리에는 오를 수 없었다.
격동의 20년, 최동성 회장처럼 가난했던 누군가가 벼락부자가 될 수 있었던 시기는 장태주가 어른이 되자 변해버렸다. 가진 자들 또는 원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자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한 장태주가 아무리 기를 쓰고 뛰어넘으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황금의 제국'은 주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도 최서윤을 이길 수 없었던 장태주의 모습을 통해 이 같은 사회의 폐단을 처절하리만큼 사실적으로 보여줬다.
결국 결말에서 최서윤은 표면적으로 장태주와의 싸움에서 이겼다. 싸움 후 장태주는 어떻게 해도 자신은 패배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에 좌절감을 느꼈다. 치열하게 온 몸을 던져 싸웠지만 타고난 사람들에 의해 절망감을 맛본 그는 세상에 패배했고 결국 자살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의 자살은 세상에 대한 반항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자기를 위한 결정은 스스로 하겠다던 장태주는 결국 자신을 위해 제국의 왕좌를 포기했다. 최민재의 아버지나 박은정의 아버지는 그 제국을 '지옥'이라 표현했고 최후에 제국에 남게 된 최서윤은 안도감이 아닌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다. 장태주는 그런 '지옥'에서 왕이 되느니 차라리 자살로서 벗어나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때문에 고수의 "정말 태주가 죽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기자의 답은 "네"였다. 순응으로 해석되던 반항으로 해석되던 장태주의 죽음은 많은 논쟁거리를 남겼기 때문이다.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가 우리의 삶과 태주의 삶을 연관지어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황금의 제국' 마지막회.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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