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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BS 예능프로그램 '송포유'가 종영했다.
26일 밤 방송된 '송포유'에는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이하 과기고) 학생들과 성지고등학교(이하 성지고) 학생들의 대결 모습과 폴란드 합창대회에 나간 성지고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학생들은 확실히 1, 2회 때보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연습 도중 마스터와 트러블을 일으켜 무단 이탈을 하던 학생들은 이제 먼저 나서 연습을 주도할 정도로 많이 변화했다.
특히 이들의 변화를 좀 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은 두 학교 학생들의 합창대결을 보기 위해 객석에 앉아있던 가족들의 표정이었다. 가족들은 이날 노래하는 자신의 딸과 아들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는 합창연습을 하는 3개월 동안 아이들이 변화하고 달라진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흘릴 수 있는 눈물이었다.
그리고 이날 패배를 맛본 과기고 학생들과 마스터 엄정화도 눈물을 흘렸다. 이들의 눈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합창대회를 준비한 사람으로서 흘릴 수 있는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모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몇몇 학생들은 '송포유'를 통해 변화했다. 이런 변화는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합창연습을 하며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됐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아이들은 분명 이번 방송을 통해 마음 속에 무언가를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느낀 감동을 시청자들은 느낄 수 없었다는 데 있다. 앞서 '송포유'는 1, 2회에서 '일진을 미화시킨다'는 비난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는 제작진이 학교의 현실과 학원 폭력, 소외 등에 대해 너무 예능적으로만 접근한 탓이 컸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학생들에게 아이유, 수지, 상남자 같은 예능적 캐릭터를 붙여주는데 급급해 피해 학생들은 물론 가해 학생들의 내면도 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가해 학생들 역시 세상의 문제아로 낙인 찍히기까지는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 것이다. 한 예로 이승철은 2회에서 성지고 한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서 어머니는 중학교 시절 태권도 선수가 되고자 했지만 부상으로 꿈이 좌절된 후 잘못된 길로 빠졌던 아들이 합창연습으로 웃음을 보이게 됐다며 이승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송포유'가 이렇게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좀 더 깊이 다뤄줬더라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더라면 시청자들은 최소한 가해 학생들에게 이렇게까지 극렬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송포유'는 그러지 못했다. 여기에는 제작진의 연출력 부족 탓도 있지만 단 3회라는 짧은 방송시간이라는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된 합창대회 과정을 단 3회, 약 200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내기에는 이들이 보여줘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송포유'가 정규 방송처럼 시간을 두고 길게 방송됐다면 어땠을까. 가해 학생들의 내면은 물론이고 피해 학생들의 상처까지 세심하게 다뤄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일럿인 3회 분량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나 짧게 스쳐가버리고 말았다.
때문에 '송포유' 최종회에서 학생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시청자들은 그 눈물에 충분히 공감할 수 없었다. 이들의 눈물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기에 그 눈물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송포유' 최종회.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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