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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1990년대 초반 학창생활을 했던 이들이라면 연예인 책받침 하나쯤은 소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원조 요정가수 강수지, 하수빈을 비롯해 홍콩 스타들인 장국영, 주윤발, 임청하, 왕조현 등 이 대표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발간되던 잡지에는 ‘연예인 브로마이드’가 필수품이었다. 만화잡지에 까지 뜬금없는 연예인 인터뷰와 브로마이드가 들어갈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대단했다.
또,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가 새 음반을 출시할 때는 레코드점은 사전 예약을 받을 정도였다. 지금처럼 기획사나 음반사가 하는 팔기 위한 예약이 아닌 구입자들의 요구로 인한 진정한 예약이었다.
이 같은 책받침이나 브로마이드, 음반의 사전예약은 환상 속의 그대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기 위한 대중의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지금처럼 매체나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한 그 당시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이 같은 인기는 요즘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거의 스타의 위상은 의미가 다르다. 과거 스타들은 철저히 일과 사생활의 분리가 가능했고 작품활동을 제외한 개인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딴따라’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지금 보다 훨씬 높은 수입과 사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요즘 스타들은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얻으며 초등학생이 선망하는 직업 1순위가 됐지만 그 위상은 과거와 비교해서 초라하기 그지 없다.
가장 큰 피해자인 가수들의 경우 음반시장 자체가 붕괴되면서 고정적인 수입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소위 말하는 ‘치고 빠지기’ 즉, 지속적인 활동을 해야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이미지 소모는 극에 달해 있다.
과거 가수들이 데뷔 후 1.5년에 1회 정도 음반을 발매하고 활동한 반면,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1년에도 3~5회의 싱글 혹은 미니 앨범을 발표한다. 음원을 공개하고 2~3개월 활동 후 또 다시 음원을 준비하고 활동하는 공백기를 최소화 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또, 과거에는 큰 홍보 없이도 음악 하나로 승부가 가능했다면 요즘은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물론,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노출되야 한다. 경쟁자들이 많기에 잊혀지기도 쉽게 됐고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과시해야만 한다.
한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호칭은 예전과 동일한 ‘오빠’지만 그 의미가 달라졌다. 과거의 경우 스타를 바라보는 팬은 ‘환상’이 내제된 것이지만 이제는 함께하는 ‘동반자’의미가 강해졌다.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팬들은 그들의 무대 콘셉트 및 음반평가 그리고 패션까지 지적을 하곤 한다”고 달라진 팬들의 태도를 전했다.
실제 예로 가수 서태지와 걸그룹 카라의 팬덤을 들 수 있다. 가수 서태지는 ‘서태지닷컴’과 ‘버팔로’로 대표되는 막강한 지원군이 있다. 서태지의 팬들은 오랜 기간 활동을 하지 않는 서태지 임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음반 구입력 및 자발적인 기부와 이벤트를 통해 서태지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서태지의 경우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에 이은 솔로 음반의 활동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을 좋아해서 지원군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서태지 또한 신비주의 전략으로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 하고 있고 팬들 또한 그에게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걸그룹 카라의 경우 데뷔 초반부터 꾸준하게 유지되는 공식 팬클럽 카밀리아로 대표되는 팬덤으로 인해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팬들이 있었기에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카밀리아의 경우 카라의 데뷔 초 결성돼 멤버 교체나 분열의 위기 등 내흉을 겪고도 꾸준한 성원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물밑지원은 카라의 성공을 이끌어냈고, 카라 멤버들 또한 팬미팅에서 팬들을 위한 선물을 돌리는 등 보답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 이상 대중은 서태지 같은 신비주의 스타를 원하지 않게 됐다. 대중은 자신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호흡하는 ‘동반자형’ 스타를 원하고 있으며 기획자들 또한 이런 대중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불과 20년 사이에 스타들의 의미도 180도 달라진 것이다.
[서태지(위), 걸그룹 카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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