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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MBC 일일드라마 '구암 허준'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실험이었다. MBC가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변경과 함께 새롭게 도전하는 오후 9시 드라마라는 사실이 그랬고, 사극이 일일드라마로 편성됐다는 점도 이색적인 것이었다. 물론 불과 14년 만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허준’을 리메이크 한다는 점도 출연배우들과 제작진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135회 '구암 허준' 대장정을 마친 배우 김주혁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종영의 소회를 털어놨다.
"'구암 허준'을 다시 제의 받는다면…못할 것 같아요. '구암 허준'이란 작품이 아니라 그 촬영을요. 솔직히 시작할 때는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어요. 일일드라마 정도의 촬영 스케줄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사극 촬영은 또 달랐죠. 분장, 각도 등에 공을 들이다보면 보통 드라마 촬영분의 절반도 찍기 힘들었으니까. 초반에는 촬영을 쉬는 날이 한 달에 하루였어요. 허준을 위주로 하는 드라마이다 보니 등장하는 장면도 80% 정도는 됐고…."
MBC 드라마 '무신'과 연이어 진행된 '구암 허준' 촬영.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사극 촬영 현장에서 보낸 뒤 김주혁은 온 몸의 근육이 빠져나갈 만큼 지쳐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고된 과정이었지만 김주혁이 '구암 허준'을 맡을 수밖에 없었고, 정신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버지인 배우 故 김무생에 이어 허준을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무신'이 끝나고 향후 몇 년은 사극을 안 할 거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마음도 그랬고…. 그런데 허준의 이야기라서 하게 됐어요. 제안을 받고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집에 가서도 머릿속에서 계속 '해라'는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역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결정을 하는 데) 가장 컸죠.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몇 달간 얼굴도 자주 보기 힘들던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아쉬워하셨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제 드라마를 보는 게 낙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그 작품이 끝난다는 걸 슬퍼하셨습니다."
"촬영장에서 본의 아니게 분위기 메이커를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을 하는 사람들은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팀의 분위기도 책임져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간단히 말해 내가 쳐져 있으면 스태프들도 전부 우울하게 되잖아요. 이따 숙소에 가서 내가 퍼지더라도 현장 분위기는 밝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 나이가 드니 선생님들과 가까워지는 법도 알아가는 것 같아요. 바로 '형'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형'을 대하듯 행동하니 현장의 선생님들도 좋아해주셨어요. 힘든 촬영이었지만, 팀 분위기만큼은 참 좋았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나니 침을 놓는 법은 몰라도, 침을 뽑는 법만큼은 이제 확실히 알게 됐다고 넉살 좋게 말한 김주혁. 그는 ‘구암 허준’과 함께 한 오랜 기간을 떠올리며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유의태(백윤식)가 죽는 장면을 촬영할 때라던 지…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아요. 대본이 워낙 좋아서 재밌는 장면도 많았죠. 그런데 대본을 보다보면 난감했던 건 '병자를 본다' 같은 짧은 지문이 등장할 때였어요. 진료를 하는 연기를 하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 괜히 '간이 안 좋나, 황달기가 있나' 같은 말을 주절거렸죠. 현장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고요."
끝으로 김주혁에게 건넨 질문은 '언제쯤 다시 그의 모습을 화면에서 만날 수 있는 건지‘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올해는 쉬어야겠죠. 촬영을 계속하다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체력관리도 해야겠고, 상투 자국을 따라 얼굴이 검게 타버려서 피부 관리도 좀 해야겠어요. 피부 관리를 잘 하는 면은 아닌데…. 그리고 내년쯤에는 악역도 한 번쯤 맡아보고 싶습니다. 긴 작품을 두 개 연속으로 하고 나니 이제 어지간한 길이의 작품은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배우 김주혁.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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