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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997년 박찬호와 뭐가 같고 뭐가 다를까.
LA 다저스 류현진의 데뷔 첫 시즌이 마무리 됐다. 류현진은 30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와의 최종전서 4이닝 2실점으로 시즌 8패(14승)째를 맛봤다. 류현진의 올 시즌 성적은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192이닝 64자책점)이다. 비록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모두 놓쳤지만, 190이닝을 넘기면서 투구이닝 보너스로 75만 달러를 받았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을 맞이한 류현진의 올 시즌 승패 기록이 메이저리그 선구자 박찬호의 풀타임 선발투수 첫 시즌 기록과 같다는 게 눈에 띈다. 박찬호는 1997년 14승8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는데, 당시 192이닝을 소화하며 류현진과 올 시즌 투구이닝마저 똑같았다. 외형적으로 보면 승패는 같고 평균차잭점은 류현진이 낮았으니 성적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30경기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경기당 6.4이닝을 던졌다. 박찬호는 1997년 당시 32경기에 나섰으니 경기당 이닝은 류현진보다 적었다. 다만, 완투는 류현진과 같은 2차례였다. 탈삼진은 류현진은 154개였으나 97년 박찬호는 166개로 박찬호가 12개 더 잡아냈다. 볼넷은 류현진은 49개, 97년 박찬호는 70개였다. 화끈한 탈삼진 능력은 비슷했는데 제구력은 류현진이 좀 더 좋다고 보면 될 것 같다.
1997년 박찬호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선구자였다. 박찬호는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1996년에 선발과 불펜을 오간 뒤 메이저리그 4년차인 1997년에서야 풀타임 선발로 자리 잡았다. 당시 그의 연봉은 27만달러에 불과했다. 16년 뒤 2013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 연봉이 360만달러이니 격세지감을 느낄 만 하다. 당시 박찬호가 190이닝을 넘겼어도 투구 이닝 보너스도 없었다. 그만큼 올해 류현진이 좋은 조건으로 건너가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류현진이 한국인 최초로 국내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그 역시 박찬호가 길을 닦아놓지 않았다면 메이저리그의 편견을 뚫고 올 시즌 자리잡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찬호가 치열한 5선발 경합 속에서 승리해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을 보냈고, 류현진은 처음부터 대접을 받고 다저스에 입단한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과 의미는 16년 전 박찬호나 16년 뒤 류현진 모두 한국야구엔 너무나도 의미가 크고 소중하다.
1997년 박찬호와 2013년 류현진의 같은 점과 차이점은 메이저리그를 대하는 국내언론과 팬들의 관심에서도 드러난다. 1997년 당시 메이저리그는 국내 팬들에겐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박찬호가 LA 다저스 선발진에 자리잡으면서 당시 경인방송이 박찬호 선발게임 생중계를 시작했고, 그렇게 국내 팬들에게 메이저리그가 알려졌다. 박찬호가 시즌 중반 맹활약하자 메이저리그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IMF 시절이라 박찬호의 호투에 서민들이 소주 한잔 기울이며 근심을 잊곤 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은 올 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MBC와 MBC스포츠 플러스는 올 시즌 류현진과 LA 다저스 경기 독점중계로 적지 않은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가 2010년을 끝으로 일본과 국내서 활동하다 은퇴했고, 1세대 빅리거들이 모두 국내로 유턴하면서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으나 류현진이 활약한 올 시즌 다시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때문에 올 시즌 국내야구 관중이 2007년 이후 6년만에 하락세를 찍을 게 확실시 된다. 1997년에도 국내야구 관중은 390만명으로 449만명을 기록했던 1996년보다 감소했다. 아무래도 박찬호와 류현진이 선전을 하면서 국내야구가 팬을 빼앗긴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16년 전과 달리 국내야구는 상당수 고정 팬을 확보한 상태다. 오승환, 윤석민 등이 해외진출을 해도 당장 팬이 급격하게 떨어져나갈 가능성은 낮지만, 류현진의 선전과 국내야구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은 국내야구의 경쟁력 역시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
1997년 박찬호와 2013년 류현진의 14승 8패. 같은 듯 다르면서도 다른 듯 같다. 16년이란 세월이 한국야구의 메이저리그 도전 역사와 세계 속에서 한국야구 위상의 변화를 말해준다. 16년의 시작과 끝을 잇는 박찬호와 류현진의 14승8패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류현진의 시즌 최종전 패전은 그렇게 뜻 깊은 여운을 남긴다.
[류현진(위), 한화 유니폼을 함께 입었던 박찬호와 류현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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