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마감한 롯데 자이언츠의 2013시즌, 투-타 엇박자가 너무나 뼈아팠다.
전력 약화는 예견된 결과였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주찬(KIA)과 홍성흔(두산)을 떠나 보냈다. 새로 부임한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 좋은 활약을 보인 최대성, 정대현, 김사율, 김성배 등 불펜 요원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로 약해진 공격력을 상쇄하고자 했다. 쉐인 유먼-크리스 옥스프링, 송승준이 건재한 선발진은 롯데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였다.
출발은 좋았다. 홈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끝내기 승리로 이끌었다. 좋은 징조였다. 이어진 NC 다이노스와의 마산 3연전도 독식해 5연승을 달렸다. 개막 2연전 매진 실패는 뼈아팠으나 이기는 경기를 한다면 팬들도 다시 경기장을 찾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초반 상승세는 반짝이었다. 4월 18일 사직 넥센전서 4-14로 대패해 7연패에 빠졌다. 지난해까지 팀 타선의 주축 역할을 했던 김주찬과 홍성흔의 이탈로 인한 공격력 약화는 치명적이었다. 타율 2위(0.345) 손아섭이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였지만 그를 뒷받침할 타자가 마땅치 않았다.
특히 시즌 내내 '4번 타자' 고민에 시달렸다. 강민호는 물론 전준우(0.275)와 박종윤(0.255), 김대우(0.239) 등 다양한 4번 타자 후보를 놓고 고심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신인 송창현을 한화에 내주고 영입한 '스나이퍼' 장성호(0.266)도 기대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FA를 앞둔 포수 강민호는 타율 2할 3푼 5리 11홈런 57타점으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지표만 봐도 '공격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 롯데의 팀 타율(0.261)과 홈런(61개), 득점권타율(0.258)은 모두 리그 7위였다. 지난해까지 보여준 화끈한 공격야구를 기대했던 팬들이 사직구장을 외면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올 사직구장 매진은 단 한 차례뿐이다. 화끈한 야구에 익숙해진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또한 팀 실책이 98개로 리그 1위였는데, 결정적인 실책으로 패한 경기가 많았다. 4강 탈락이 더욱 아쉬운 이유다.
그렇다고 마운드는 뜻대로 잘 돌아갔느냐. 냉정히 말해 아니다. 특히 불펜과 4~5선발이 삐걱거린 것이 뼈아팠다. 불펜에서는 '파이어볼러' 최대성(평균자책점 5.79)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초반 이탈했고, 정대현(3.33)도 지난해만큼은 아니었다. 좌완 이명우(3.07)와 강영식(3.86), 마무리 김성배(3.05, 31세이브)가 제 몫을 했지만 기대했던 투수들이 부진을 보이자 효과는 반감됐다.
스윙맨으로 기대를 모은 김승회는 시즌 막판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4승 7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5.35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7월까지 37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84로 준수했지만 8월 이후 15경기에서 무려 13.50(11⅓이닝 17자책)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어찌 보면 김승회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롯데의 4강 꿈도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선발진은 희망과 아쉬움을 모두 남겼다. 유먼-옥스프링(이상 13승)-송승준(12승)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은 나란히 두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분전했다. 팀 평균자책점 2위(3.93)도 이들의 몫이 크다. 그러나 4, 5선발은 시즌 내내 테스트만 하다 끝났다. 홍성민, 김사율, 이재곤, 김수완, 이상화 등을 테스트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김 감독은 "내가 좀 더 기다려줬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시즌 막판 희망을 보여준 것과 4강 탈락이 확정됐음에도 최선을 다하는 경기로 팬들에게 어필했다는 점이다. 올해 전 경기(128경기)에 나선 손아섭은 "나를 보러 오시는 분들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의 도리다"며 각오를 다졌다. 3일 시즌 최종전서도 평범한 내야 땅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 질주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젊은 타자들은 서서히 알을 깨고 나올 준비를 마쳤다. '루키' 조홍석은 타격과 주루에서 눈도장을 받았고,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 신본기와 타자로서 첫해를 보낸 김대우도 내년 시즌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홍성민을 제외한 젊은 투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선발 요원으로 기대했던 이재곤(3-3, 6.90)은 제구 불안으로 무너졌고, 고원준(1-4, 5.61)도 제 역할을 전혀 못 했다.
롯데의 올 시즌은 끝났다. 받아든 성적은 '4강 탈락'이다. 그나마 올해는 투수 중심의 야구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변명거리가 있다. 하지만 내년은 진짜 시험대다. 우선 확실한 팀컬러를 정립해야 한다. 화끈한 공격야구든 철저한 투수 중심의 야구든 이기는 야구를 해야 팬들도 경기장을 찾는다. 관중 감소와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아쉬움을 남긴 롯데의 올 시즌, 한 단계 발전을 위해 교훈 삼아야 할 중요한 한 해다.
[5위로 2013시즌을 마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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