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다사다난했던 한화 이글스의 2013시즌(42승 1무 85패, 9위)이 끝났다. 투자 없이는 성적도 없다는 것을 제대로 일깨워준 한 해였다.
올해 한화가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무대 7시즌 통산 99승을 따낸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박찬호는 은퇴했다. 송신영(넥센)은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을 통해 NC로 이적했고, 양훈은 경찰청에 입대했다. 쓸만한 투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빠져나갔다. 전력 약화는 뻔했다.
답을 찾아보려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면서 김성한, 김종모, 이종범 등 타이거즈 왕조를 이끌었던 이들을 모아 코치진을 꾸렸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투수들이 맘 편히 던질 수 있도록 홈구장인 대전구장 펜스 거리를 늘렸다. 하지만 뚜렷한 전력 보강은 없었다. 장성호(롯데)와의 트레이드로 '루키' 송창현을 받은 게 전부였다. 이 또한 전력 보강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화끈한 공격야구로 마운드의 약점을 보완하려 했다. 현실성은 있었다. '캡틴' 김태균(타율 0.319 10홈런 52타점)과 최진행(0.300 8홈런 53타점)이 중심을 잡아 주고, 김태완과 정현석의 복귀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부활하기를 기대했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은 오선진과 '1순위 루키' 하주석은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스프링캠프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베테랑 강동우도 지난해 부진을 털고 돌아올 듯 보였다.
마운드에도 아예 희망이 없진 않았다. 지난해 마무리로 16세이브를 올린 안승민과 송창식,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았다"고 외친 김광수, 박정진 등이 불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외국인선수 데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김혁민-유창식-윤근영을 일찌감치 선발로 낙점하고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1라운드에서 지명한 고졸 신인 조지훈도 비밀병기로 꼽혔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야구에 만약은 없다'는 속설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래도 신생팀 NC가 있으니 최하위는 면할 것이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결과는 7위 NC에 무려 11.5경기 차 뒤진 최하위. 롯데와의 개막 2연전서 모두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도 뼈아팠지만, 나머지 팀과의 전력 차가 워낙 컸다. 마운드는 완전히 무너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다"던 이브랜드(6승 14패, 5.54)마저 신통치 않았다.
결국 시즌 초반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개막 1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4월 16일 NC전 시즌 첫 승 이후 3연승을 달렸지만 이를 기점으로 선발과 불펜의 경계가 사라졌고, '내일이 없는 야구'를 했다. 펜스 거리 확장은 오히려 한화 타자들과 외야수들에게 손해였다. 한 번의 실수가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외야에서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했다.
선수들은 패배에 익숙해졌고, 김 감독의 말수도 줄었다. 전직 마무리 안승민은 3승 4패 2홀드 평균자책점 7.49로 무너졌고,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전반기 팀 성적은 22승 1무 51패(승률 0.301)로 3할 승률을 가까스로 넘긴 정도였다. 전반기 한화 투수 가운데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마무리 송창식(전반기 평균자책점 3.94)이 유일했다. 게다가 12명의 투수가 선발 등판을 경험했는데, 이는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 아니다. 송창현이 활약하기 전까지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었다.
상처투성이었던 전반기에 비하면 후반기는 20승 34패(승률 0.370)로 조금 나아졌다. 희망적인 부분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고졸 2년차 포수 엄태용이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루키' 송창현(2승 8패 3.70)은 9월 이후 여느 선발투수 부럽지 않은 호투를 펼쳤다.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송광민은 타율 2할 6푼 1리 7홈런 33타점을 기록하며 빠른 적응력을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11.37로 무너졌던 유창식은 후반기 4승 4패 평균자책점 4.27로 살아났다. 이정훈 퓨처스팀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던 고졸 신인 장운호는 선발 출전한 1군 3경기에서 6안타를 몰아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베테랑 외야수들도 힘을 냈다. 한때 은퇴까지 고려했던 이양기는 56경기에서 타율 3할 8리 3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고동진(0.272)은 9월 맹타(0.367)로 활력을 불어넣었고, 추승우(0.304)와 김경언(0.276)도 리바운딩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종전인 5일 대전 넥센전서는 구위 하락으로 고전하던 바티스타가 7⅓이닝 1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고, 송창식은 한화 투수로는 지난 2008년 브래드 토마스(31세이브) 이후 5년 만에 20세이브에 성공했다. 팀도 2-1로 이겼다. 유종의 미는 거뒀다.
일단 유망주 발굴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희망요소다. 한화는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 황영국, 최영환 등 준비했던 11명을 모두 뽑고도 만족하지 않았다. 한화 정영기 스카우트 팀장은 "더 뽑고 싶었다. 이제는 신고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했다. 긍정적인 변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올해의 실패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좋은 성적도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로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2차 드래프트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대형(LG), 이종욱(두산), 정근우(SK) 등 한화에 꼭 필요한 '빠른' 선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온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영입과 육성이 적절히 이뤄져야 강팀으로의 도약도 가능하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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