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5월 8일. 두산은 '대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방문 경기. 이날 두산은 10점차로 이기고 있었으나 이 크나큰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2-13으로 역전패했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이날 경기는 처참히 무너진 두산 마운드를 상징하기도 했다. 두산은 5월 한 달 동안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6.81에 달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2일. 장소도, 상대도 같았다. 이번에는 두산이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썼다. 7회까지 0-7로 뒤진 두산이었다. 그러나 9회초 최재훈의 3점포에 이어 김동한이 역전 3점홈런을 치는 등 SK의 철옹성 같은 마무리 박희수를 두들기며 9-7로 역전승을 그렸다. 몇 개월 만에 달라진 두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처럼 올 시즌 두산은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다. 삼성을 위협할 우승 후보로 출발해 악몽 같은 5월을 보낸 뒤 뜨거운 여름 레이스를 보내며 상위권에 재진입했고 끝내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따냈다. 결국 두산은 시즌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LG에 2-5로 패하고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악몽을 딛고 올라선 것은 분명한 성과이지만 '승부처'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투타 밸런스도 맞지 않았다. 팀 타율은 .289로 1위에 랭크됐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4.57로 7위에 그쳤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 겨울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우리 팀 전력은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2위 전력"이라고 자신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투타 엇박자는 팀의 계산과 어긋났다는 얘기다.
지난 해 마무리투수로 뛰었던 스캇 프록터 대신 켈빈 히메네스의 복귀를 택한 두산이었지만 히메네스는 끝내 부상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지난 해 10승 투수로 거듭난 이용찬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기나긴 재활에 돌입했다. 두산 마운드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두산은 유난히 경기 중후반 접전 상황에서 상대 주자를 내보낸 뒤 투수를 교체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만큼 마운드 운영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만약 유희관, 오현택, 윤명준 등 신예 투수들을 발굴하지 못했다면 두산 마운드는 더 크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산은 가장 강력한 타선을 지닌 팀이었다. 홈런을 펑펑 때리는 팀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두산 타선엔 슬럼프가 없었다. 이종욱, 민병헌, 김재호 등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타격만 잘 하는 선수들만 두산 라인업을 꽉 채웠다면 슬럼프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타격엔 사이클이란 게 존재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두산은 달랐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야구계의 교훈을 그대로 실천한 두산이다.
물론 타팀에 비해 장타력이 그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팀 홈런 개수는 95개로 전체 4위지만 팀 장타율은 .420으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2루타는 217개로 1위, 3루타는 37개로 2위였다. 출루율 역시 .370으로 1위에 올랐고 팀 타점도 654개로 가장 많았다. 무엇 하나 부족할 게 없는 완벽한 타선을 가졌다.
두 팀 이상 만들 수 있다는 두산의 '수퍼 내야진'과 더불어 환상의 외야진은 수비에서도 발군이었다. 팀 실책은 단 61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물샐 틈이 없었다.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면서도 최고의 수비를 자랑했다. 실책이 두 번째로 적은 KIA(71개)와는 10개의 차이를 보였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과 수비 라인을 갖고도 팀 순위는 4위였다. 마운드의 뒷받침만 있었더라면 두산의 순위는 더 높은 곳을 향했을 것이 분명하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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