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조인식 기자] 치지 않아도 점수가 난다. 박병호로 인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효과다.
넥센 히어로즈는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극적인 끝내기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 속에 4번 박병호의 존재감은 2차전 무안타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동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박병호는 타격을 하지 않고도 팀에 기여했다.
'박병호 효과' 제물이 된 것은 홍상삼이었다. 홍상삼은 두산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8회말에 등판했다. 1사 2루 위기에서 만난 첫 타자 이택근을 공 4개로 삼진 처리했지만, 뒤에는 박병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1루가 비어 있어 반드시 승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홍상삼은 포수 양의지가 바깥쪽으로 빠져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에 2루로 견제하는 모션을 한차례 취했다. 그러자 양의지가 아예 일어나서 공을 받으며 바깥쪽 높은 코스로 공을 던지게끔 유도했다. 1루가 비어 있어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행하는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홍상삼이 던진 공은 편하게 공을 기다리고 있던 양의지의 키를 넘겨버렸고, 2루 주자 서건창은 안전하게 3루까지 도달했다. 당황한 홍상삼은 다음 공까지 와일드피치로 만들었고, 서건창이 홈으로 파고들어 경기는 1-1 동점이 됐다.
결국 홍상삼은 볼카운트 3-2에서 마지막 공까지 바닥에 꽂으면서 박병호를 1루에 출루시켰다. 이 공이 폭투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홍상삼은 이후 강정호 타석에도 폭투를 범해 박병호를 2루까지 보내며 3개의 폭투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폭투(1992년 10월 8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롯데 박동희가 빙그레를 상대로 기록한 3개)와 타이를 이뤘다.
통산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4.76으로 가을에 강하지 않은 홍상삼이었다 해도 '박병호 공포증'이라는 표현 없이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포수가 일어나 공을 받는 상황에서 포수 머리 위로 공이 가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만약 타자가 박병호가 아니었다면 고의로 타자를 걸어나가도록 할 가능성도 줄었을 것이고, 그랬다 하더라도 이번과 같이 공이 어이없게 빠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믿을 수 없는 홍상삼의 폭투는 아직 끝을 알 수 없는 '박병호 효과'의 일부분이었다.
[8회말 홍상삼의 폭투 때 홈으로 들어온 뒤 환호하는 서건창(오른쪽). 사진 = 목동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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