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급할수록 돌아가라.
LG가 벼랑 끝에 몰렸다. 2002년 이후 11년만에 참가한 포스트시즌. 그러나 정규시즌 준우승팀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였다. LG는 20일 두산과의 4차전서 패배할 경우 11년만의 가을야구를 이대로 접는다.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의 역투로 2차전을 잡았으나 그 외엔 이렇다 할 내용이 없었다.
LG로선 3차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이날 LG는 실책 4개와 9회 결정적인 홈 횡사 2개로 무릎을 꿇었다. 시리즈 스코어 1-1에서 맞붙은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뼈 아팠다. 돌이켜보면 패배한 1차전 역시 경기 초반 2실책이 아쉬웠다. 사실 2차전도 리즈의 완벽투가 아니었다면 11개의 잔루가 더욱 아쉬울 뻔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가기 전 두산에 전력상 미세한 우위였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LG가 여름에 한창 잘 나갔던 그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는다.
▲ 성급한 수비와 주루플레이
LG의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한 야구인은 “LG가 너무 급하다. 지쳐있는 두산을 압도하지 못하고 스스로 주도권을 두산에 넘겨주더라”고 진단했다. 실제 그런 징후가 보였다. 1차전과 3차전 초반 무더기 실책이 말해준다. 1차전 선발 류제국이 1회초에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고 1실점한 상황. 계속된 무사 1, 3루 위기에서 최준석이 3루 땅볼을 날렸으나 정성훈이 홈에 악송구를 뿌려 추가 실점했다. 정성훈은 2-2로 팽팽하던 7회 2사 3루 상황에서도 최준석의 타구에 펌블을 범해 결승점을 내줬다.
김기태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정성훈에게 수비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이게 악수가 됐다. 3루에 김용의가 들어가면서 1루 수비를 많이 하지 않았던 이병규(7)가 1루에 투입된 것. 이병규의 1루수비는 살짝 불안했다. 3회 선두 김재호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는데, 오지환의 송구를 받지 못한 이병규의 실수도 섞여 있었다. 이병규는 계속된 무사 만루에선 김현수의 땅볼을 잘 잡아 홈으로 파고드는 주자를 잘 잡았으나 포수 윤요섭의 송구를 포구하지 못해 추가 2실점했다. LG가 경기 후반 맹추격했으나 3회 3실책으로 인한 3실점은 매우 뼈아픈 승부처였다.
주루에서도 9회 1사 2루에서 대주자 이대형이 정성훈의 짧은 좌전 적시타 때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 아웃됐다. 계속된 2사 2루에선 대주자 문선재가 이병규(7)의 우전 적시타 때 포수 최재훈과 충돌한 뒤 홈 플레이트를 찍지 못해 태그아웃됐다. 두산 불펜 최후의 보루 홍상삼이 흔들렸으나 오히려 도와준 모양새였다. 이대형이 3루에 멈췄다면 충분히 역전도 기대해볼 수 있었다. 이병규도 1루에 자리만 잘 잡았다면 김현수와의 충돌을 피한 채 윤요섭의 송구를 더블플레이로 연결할 수 있었다. 모두 성급한 플레이였다.
▲ LG표 선순환 야구가 안 보인다
LG는 정규시즌서 특유의 신바람 야구가 대단했다. 9월 주춤했으나 5월 이후 8월까지 이렇다 할 하향세 없이 13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를 장식하는 등 꾸준한 행보였다. 업그레이드 된 불펜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면 타자들이 점수를 척척 뽑아 승리하는 야구였다. LG는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3.72로 1위, 팀 타율 0.282로 3위를 차지하는 등 9개구단 중 투타밸런스가 가장 이상적인 팀이었다. 어느 1~2명이 부진하면 다른 1~2명이 그 몫을 메워내는 선순환 구조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서 성급한 플레이로 2경기를 내준 LG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1~2차전서 3~5번 클린업트리오가 22타수 3안타로 부진했으나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이 도와주지 못했다. 3차전서는 경기 중, 후반 이진영과 이병규가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으나 이번엔 주자들이 무리한 플레이로 자멸했다. 마운드에서도 선발투수를 구원한 불펜진이 경기 막판 연이어 결정적 실점을 하면서 경기 흐름을 잡아주지 못했다. 대부분 선수가 제 몫을 하는 것 같아도 정작 경기력에서 두산을 압도하지 못한다.
▲ 급할수록 돌아가라
시리즈 스코어 1-2. LG는 1경기만 더 내주면 이대로 11년만의 가을야구를 마친다. 20일 4차전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22일 5차전까지 몰고 가야 할 상황. 김기태 감독에겐 몇 가지 고민이 있다. 우선 수비 포지션을 어떻게 하느냐다. 일단 4차전 두산 선발투수는 좌완 유희관이다. 우타자 정의윤의 기용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정성훈이 3루 수비에 들어가면서 1루에 우타자 문선재가 들어갈 수도 있다. 선발라인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또 하나는 신정락의 활용도다. LG가 3차전 선발투수로 신재웅을 내세운 건 신정락을 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증. 그러나 정규시즌서 9승을 거둔 그는 아직 1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날 우규민이 무너진다면 조기 투입 가능성도 있다. 다만, 똑 같은 우완 사이드암이라 상황에 맞는 전략적 배치가 필요하다. 김기태 감독의 지략이 필요한 대목. 이 야구인은 “LG가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벤치가 좀 더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선수, 벤치 모두 성급함은 금물이다.
역대 플레이오프서 1승1패 상황은 12차례 있었다. 그런데 3차전서 패배한 팀이 7차례나 4~5차전을 연이어 가져가며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최근에도 2010년 두산이 삼성에 2승1패로 앞섰으나 4~5차전을 내줬다. 2012년 롯데도 SK에 2승1패로 앞섰으나 4~5차전을 내주며 허무하게 탈락했다. 물론 두산이 이번 포스트시즌서 준플레이오프 5차전 승리팀 중 최초로 플레이오프 1차전서 승리하는 등 기적을 일궈내고 있지만 과거 사례만 보면 LG에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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