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로맨스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첫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도훈 PD는 "각 과의 탑팁을 구성해 같이 모여서 하면 그 곳에서 불꽃 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며 '메디컬 탑팀'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동안 방송된 메디컬 드라마에서 주로 주인공 한 명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던 것과 달리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의사가 모인 팀이 하나가 되는 과정을 그리겠다는 의미였다.
실제 4회까지 방송된 '메디컬 탑팀'에서는 극중 흉부외과, 내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의사들이 모여 만든 협진팀 메디컬 탑팀이 탄생하는 과정이 전파를 탔다. 그런데 의료 협진팀이 완성되고 극의 주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건 주인공의 로맨스였다. 흔히 우리나라 메디컬드라마를 두고 농담처럼 일컬어지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3회와 4회에서는 박태신(권상우)과 서주영(정려원), 한승재(주지훈)가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환자에 대한 헌신적인 태도와 실력을 갖춘 박태신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는 최아진(오연서), 그런 동기 최아진을 오랜 시간 짝사랑해 온 김성우(민호), 또 이런 김성우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여민지(조우리), 여민지와 범상치 않은 인연을 예고한 정훈민(김기방)까지 7명의 복잡한 관계가 화면에 담겼다. 메디컬 탑팀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이들이 러브라인이라는 거대한 고리로 엮이게 된 것이다.
물론 의사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그렇기에 병원에서 펼쳐지는 연애담이 반드시 극에서 배제 돼야 할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법정드라마는 법정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학원드라마는 학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그간 우리나라 메디컬 드라마에서는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보다, 동료와 사랑에 빠지는 의사가 흔했고, 평범한 러브라인의 부각은 무엇보다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의 차별화가 필요한 '메디컬 탑팀'에게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방영 초부터 '메디컬 탑팀'에 쏟아진 가장 큰 우려는 같은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를 표방한 KBS 2TV 드라마 '굿닥터'의 후폭풍이었다. 한 드라마 PD도 마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요즘 편성표를 보면 절반이 사극이고, 절반이 메디컬 드라마다. 이럴 때일수록 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굿닥터'가 배우 주원과 문채원의 동화 같은 이야기와 러브라인으로 큰 호응을 얻은 만큼, '메디컬 탑팀' 또한 그와 구분되는 명확한 자기 색깔을 보여야한다는 것이다.
'메디컬 탑팀'만의 색깔이 무엇일까 묻는다면 역시 답은 처음으로 돌아가 작품의 기획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 '메디컬 탑팀' 1, 2회에서 시선을 끈 부분은 주인공 의사들이 실력이라는 면에서 이미 최고의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의욕은 넘치지만 현실은 어리바리한 기존 메디컬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달리 '메디컬 탑팀' 속 인물들은 국내 최고의 의료진만을 모은 탑팀 멤버로 지목될 만큼 기량을 인정받은 전문의들이었다. 하지만 성격까지 완벽한 건 아니었다. 박태신은 가난한 환자 앞에 선하지만 타인의 오해를 사기 쉬운 성격을 가졌고, 서주영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때로는 이기적인 인물이었다. 또 한승재는 형수 신혜수(김영애)와의 경쟁에서 승리해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환자가 우선인 박태신과 대립할 가능성을 보였다. 개인으로는 완벽하지만, 팀으로 만났을 때 오합지졸이 될 수도 있는 이들이 한 팀으로 만난 것이다. 이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벌어질 갈등과 팀의 성장은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였다.
이제 겨우 4회만을 방송한 '메디컬 탑팀'이고, 제작진의 앞에는 너무나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디컬 탑팀'은 우직하게 작품의 기획의도를 밀어붙인 끝에 수작으로 평가 받은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의 배우 권상우, 정려원, 주지훈(위부터).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