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데뷔전 풍경은 엇갈렸다.
경희대 3인방(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드디어 프로농구에 입성했다. 이들은 경희대가 23일 전국체전 준결승전서 상무에 패배하자 곧바로 소속팀에 합류했다. 이들을 보유한 감독들은 팀 동료와 전혀 호흡을 맞춰보지 못한 특급신인들의 데뷔시점과 기용방법에 대해서 고민에 휩싸였다. 소속팀이 처한 상황, 선수 본인의 몸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KCC 허재 감독과 동부 이충희 감독은 김민구와 두경민을 첫 경기서 데뷔시켰다. 교체멤버로 투입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두경민은 25일 원주에서 열린 KT전서 21분 5초만 뛰고도 3점슛 4개 포함 무려 18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라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김민구는 26일 전주에서 열린 삼성전서 23분 59초동안 12점 7어시스트 2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반면 26일 고양에서 열린 오리온스전서 모습을 드러낸 김종규는 끝내 경기에 투입되진 않았다.
▲ 김민구-두경민의 확실한 잠재력, 승부는 이제부터
두경민의 데뷔전 활약을 지켜본 동부 이충희 감독은 두경민 특유의 승부사 기질에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김민구 역시 제대로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동료를 대상으로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건 농구센스가 타고 났다고 봐야 한다. 확실히 스타일이 다른 두 가드들의 잠재력은 역대 프로농구 최고 신인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당당했던 이들이 프로라고 해서 위축될 것 같진 않다.
그동안 동부는 정형화된 플레이가 많았다. 전통적으로 높이가 좋다 보니 빅맨 위주의 정적인 농구를 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며 볼거리를 제공하는 두경민의 가세로 공격옵션이 다양해졌다. 두경민은 활발하지 않았던 팀내 주전경쟁도 부추길 전망. 김민구 역시 특유의 자유분방한 농구를 좀 더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지도자다. 아시아선수권서 겁 없이 3점포를 던진 김민구에게 반했던 허 감독이다.
두경민과 김민구 모두 팀을 잘 만났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아직 10개 구단의 전력이 정비되지 않았다. 동부와 KCC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한 차례 맞붙으면서 전력탐색을 벌이는 시점. 2~3라운드가 지나면 조직력이 잘 갖춰진 팀이 나올 것이다. 농구는 상대적인 스포츠. 상대팀들의 전력을 파악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 여기엔 당연히 두경민과 김민구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방법도 포함될 것이다. 이때 두 사람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 김종규 조심스러운 투입의 숨은 의미
LG 김진 감독은 이 감독, 허 감독과 다른 선택을 했다. 김 감독의 소신은 굳건했다. “1라운드 후반이나 2라운드 초반에 김종규 투입 시점을 잡겠다”라고 했다. 이해가 된다. 김종규는 대학리그 4강 플레이오프서 발목을 다쳤다. 이후 통증을 참고 동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에 나섰다. 몸 상태 진단이 우선이다. LG는 김종규가 팀에 합류하자마자 발목 MRI를 찍게 했다. 동시에 허리, 허벅지 등도 체크했다고 한다. 검진결과에 따라 김종규의 재활 기간과 데뷔전 시점이 정해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김종규를 투입해도 곧바로 오래 뛰게 하긴 어렵다”라고 했다. 재활 선수가 곧바로 40분 풀타임을 뛰긴 어렵다. 또한, LG 조직력에도 녹을 시간이 필요하다. LG는 올 시즌 김시래와 문태종이 가세하면서 주전들의 얼굴이 대거 바뀌었다. 여전히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규가 갑자기 오래 뛰면 조직력에 혼선만 빚어질 게 뻔하다.
또 하나. 아무래도 빅맨은 가드와는 달리 팀 조직력 적응에 필요한 세부적인 요소가 많다. 한 농구인은 “가드는 자신이 직접 경기를 이끌지만, 빅맨은 가드와 포워드의 움직임을 읽고 움직여야 한다”라고 했다. 김민구와 두경민이 김종규와는 달리 큰 부상이 없기 때문에 무난한 데뷔전을 치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종규의 몸이 설령 멀쩡하더라도 김민구와 두경민보다 프로 적응속도가 느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LG는 동부, KCC와는 달리 김종규를 조심스럽게 기용할 수밖에 없다.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팀에도 잘 적응하고, 상대의 대응까지 이겨낼 정도가 되면 데뷔시즌은 대성공이다. 결국 이들을 영입한 LG, 동부, KCC의 진정한 저력은 시즌 막판에 발휘될 전망이다. 혹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그리고 이 팀들이 맞대결을 펼친다면 흥미진진한 승부가 예상된다. 볼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들 역시 프로 첫 시즌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경희대 3인방(위), 벤치에 앉아있는 김종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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